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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선생님의 과학 교실 인체 수업 ㅣ 피클힐 마법학교 1
마이클 콕스 지음, 켈리 월덱 그림, 이충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피클힐 마법학교 1-블러드 선생님의 과학교실 인체 수업>. 여기까지가 책 제목의 전부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피클힐 마법학교 앞에 조그맣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이라는 글이 씌어 있으니까 제목이 상당히 길다. 그런데 제목에 쓰인 모든 어휘가 흥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참 묘하다.
우선 ‘피클힐’부터가 피자에 따라오는 오이피클을 연상시키는 단어에 언덕이라는 영어 단어가 조합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유머러스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둥, 마법 학교라는 둥의 단어를 써서 호기심과 흥미를 배가시킨다. 게다가 선생님 이름이 블러드라니. 뭔가 으스스한데다 표지에 그려진 우스꽝스러운 블러드 선생님의 얼굴과 옷차림이 뱀파이어를 닮았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그 엉뚱함에 책을 들쳐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과연 이 책은 만화책 같은 느낌의 표지에 걸맞은 재미있는 정보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선생님이 마법사다! 말 그대로 정말 마법사! 덕분에 5학년 M반 아이들은 시공을 초월해 옮겨 다니며 생생한 경험을 한다. 그러니 어린이 독자 입장에서도 읽으면서 얼마나 신날까?
게다가 본문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어진 삽화가 정보 전달의 역할을 나누어 맡음으로써 읽기의 부담을 덜어주며, 두께 또한 4학년인 우리 집 작은아이의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알맞은 정도이다. 실제로 책 읽기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작은아이가 <인체 수업>에 이어 같은 시리즈 중 한 권인 <미라 수업>까지 읽어치우는 모습은, 이 아이가 그런 집중을 보인 것이 만화로 된 과학상식 시리즈에 이어 두 번째인지라 조금 놀랍기까지 했다.
아마 작은아이가 문학보다는 상식에 더 흥미를 보이는 성향이기도 하거니와 이 책이 그만큼 부담 없이 다가갔다는 뜻일 것이다. 말하자면 이 책의 최대의 특장점은 읽기의 부담을 팍팍 줄였다는 점이다. 이 세상 누군들 부담을 좋아하겠는가 말이다. 특히 읽기의 부담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므로.
읽기의 부담을 확 줄이고, 흥미와 친근감을 높인 책. 하기야 마법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누군들 재미없어 할까 싶다. 유리 화면 뒤에 선 브라이언이 순간 팬티만 입은 상태로 비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관심을 키운다. 그렇게만 공부할 수 있다면야 딴 짓하는 아이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여 <인체 수업>이 부담 없음에 치중하여 얕은 내용으로만 수박겉핥기로 구성된 것은 또 아니다. 적혈구가 매초 200만 개씩 죽고, 또 그만큼 생겨난다든지, 뇌세포만이 유일하게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몰랐더라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의 상식 수준으로 보자면 성인들에게도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양과 깊이이다. 재미와 상식이 잘 버무려진 <인체 수업>을 읽으면서 <앗!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한 마이클 콕스라는 사람은 에듀테인먼트에 남다른 감각을 가진 저자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신기한 스쿨버스>를 대할 때 느꼈던 것과 같은 서양적 느낌이 약간의 낯섦을 주기는 한다. 물론 그건 엄마 느낌이고, 아이는 그저 재미있단다. 재미있는 만큼 많은 상식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대뇌의 좌반구가 제 역할을 잘 해주어야겠지? 당연히, 대뇌 좌반구 운운 역시 이 책에 나온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