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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홀러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쌍둥이 남매인 플로리다와 댈러스는 복스톤 크릭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다. 열세 살. 그러나 열세 살은 잘못을 했다고 지하실에 갇힐 만한 나이는 아니다. 그들은 쉴 새 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이집 저집으로 보내지고, 가는 곳마다 심한 벌을 받고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온다. 이 아이들이 ‘친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참 당연하다.
그런데 세어리와 틸러 부부는 자식들을 다 떠나보낸 후 노년의 생활 속으로 이 남매를 받아들이고 친절을 베푼다. 그리고 친절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플로리다와 댈러스는 끝없이 순수한 친절을 의심하지만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결말로 이어진다.
<바다 바다 바다>에서도 느꼈지만, 샤론 크리치의 이야기는 크게 독특하지 않다. 그녀가 작품 속에서 드러내는 바다와 강, 산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지 않은 상징으로, 비교적 노골적으로 책에서 드러난다. 삶의 원초성으로 되돌아가고픈 회귀의 의미,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으로 생을 채우고 싶어 하는 일탈의 의미. 그런 것들로 읽힌다. 그리고 갈등의 해소 과정도 비교적 평이하다. 상처투성이인 쌍둥이의 존재가 생의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노부부의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며, 그들에게서 되돌아 나온 애정이 쌍둥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 되어주는 것. 그러면서 Z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핏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라는 것도 비교적 뚜렷하게 이야기한다.
세어리와 틸러는 루비 홀러에서 대부분의 인생을 살아왔고, 그곳은 세상 어디보다도 더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에게서 떨어져 루비 홀러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동행으로 어린 친구를 찾는다. 아기 때, 버려진 상자에 깔려있던 여행안내책자 속의 장소를 따 이름 지어진 플로리다와 댈러스. 아마 다 자라버린, 그래서 그들에게서 벗어난 자식들에 대한 마지막 미련일 것이다.
결국 그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조그만 예비 여행을 떠나고, 곡절 끝에 루비 홀러로 되돌아온다. 루비 홀러를 떠나는 일의 부질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파랑새>에서 그랬던 것과 똑같다. 루비 홀러야말로 지상낙원이라는 사실의 깨달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공간은 온 우주와 맞먹는 크기를 지니고 있음에 대한 성찰.
그러나 나는 미국 어딘가에 있을 진짜 루비 홀러에 가보고 싶다. 늘 핑계거리를 지어내 세어리가 만들어 주는 갖가지 이름의 케이크도 먹어 보고 싶고, 나무토막을 다듬어 그 속에 든 새를 끄집어내 보고 싶기도 하고, 침낭 들고 나서면 바로 야영지가 되는 그곳을 뛰어다녀도 보고 싶다. 가끔은 작은 여행도 떠나겠지만 반드시 돌아가게 되는 곳. 그리하여 며칠 후 내 집으로 돌아오는 행복감을 맛보고 싶다. 아, 여기가 루비 홀러구나 하고.
그들은 앞으로 잘 살 것이다. 세어리, 틸러, 플로리다, 댈러스 그리고 Z까지도. 반면에 고아원 주인인 트레피드 부부는 아마 루비 홀러에 가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루비 홀러는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그런 곳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