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사쿠라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세 번째 코끼리다. 조선 초에 일왕의 선물로 우리나라에 살러 온 첫 번째 코끼리는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한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져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죽었고, 두 번째 코끼리는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격하시킨 창경원에서 일제 말, 패망한 일본의 명령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사쿠라는 일본에서 건너온 세 번째 코끼리이다. 사쿠라는 잘 살고 있을까? 혹시 앞선 두 코끼리처럼 슬픈 운명을 맞이한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한 재일교포 작가가 있다. 바로 김황 씨다. 그는 사쿠라의 안위가 걱정되어 온갖 자료를 수집하고, 한국을 왔다갔다 하며 책을 썼다.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그에게는 사쿠라의 행불행이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여겼고, 한일 관계에 대한 암시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사쿠라는?

  지금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행복이라는 걸 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삶에다 어떻게 적용시킬 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으로 치자면 안전과 관심이라는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행복한 셈이다. 토마스 홉스가 말했듯이 안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삶의 요건이니까. 물론 짝이 없는 사쿠라는 어떤 면으로 외롭다.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





 

 

 

 

 

 

 

 

 

 

오른쪽에 혼자 있는 암컷이 사쿠라다. 나란히 선 두 마리는 키마와 칸토로 사랑하는 사이이니까 노처녀인 사쿠라는 좀 외롭기는 하겠다. 그러나 아이들은 사쿠라가 일본에서 왔다는 이유로 미워하지 않으며, 그 이름이 사쿠라라고 해서 조금도 거리껴하지 않는다.

  김황 작가와 함께 동물원을 돌아보는 행사에 당첨되어 두 아이와, 아이 아버지(그는 행사 내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와 함께 다녀왔다. 비가 오는 동물원. 덕분에 사람이 미어터지지 않아 나름대로 운치 있는 나들이가 되었다. 반가운 얼굴도 두엇 만났지.

  이름은 모르지만 설명을 해 주는 아저씨가 매우 역동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친절해서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다. 홍학의 깃털이나 뱀 허물 등을 예쁘게 코팅하여 퀴즈를 맞힌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기도 했는데, 어떤 고가의 선물보다 마음이 끌렸다. 우리 둘째는 홍학의 깃털를 갖고 싶어 조바심을 쳤지만 퀴즈를 큰목소리로 일찍 맞히는데 젬병이라 결국 엄마인 내가 큰 소리로 나서서 하나 받아 주었다. 김황 저자가 낸 "하마의 피는 무슨 색일까요?"라는 질문에 몸집 큰 엄마 하나가 "빨강이요~~." 했다는 소문. 창피~~

  내내 김황 저자는 밝고 해맑은 얼굴로 함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헤헤 웃거나, 혹은 비맞는 설명자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콧수염만 보면 교포인지, 혹은 그저 일본 관광객인지 구별 안가는 외모인데, 그나마 저자다운 위엄 같은 건 없고 그저 함께 어울렸다. 위엄이 없어서 실망했다고? 아니 그 반대다. 무척 좋았다. 무척. 그가 동물을 사랑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특히 아이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에 감동받았다고 했는데, 그랬을 것 같다. 함께 했던 아이들, 놀랄 만큼 아는 것도 많고, 씩씩하고, 밝고, 사랑스러웠다. 



 

 

 

 

 

 

 

 

 

 

 

콧수염 아저씨가 김황 저자. 맨 뒷줄 회색티셔츠에 동그란 얼굴이 큰아이. 그 앞줄에 파란 우비 속 아이가 작은아이다. 큰아이 옆 긴 머리 아이는 봄햇살님의 따님인 승아. 단체사진은 필수.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설명을 해주시는 파란 옷의 아저씨. 누구나 폭 빠져서 들을 수밖에 없는 설명들이었다. 홍학이 맨처음 태어나 먹는 것은 바로 목에서 나오는 젖이란다. 분홍색!!! 설명 아저씨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선 사람이 바로 저자인 김황 씨. 착한 사람^^

 
 돌고래 쇼. 몇 번이고 가 보려다, 어느 날은 시간이 안 맞아서, 어느 날은 돈 아까워서 못보았던 쇼이다.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재미와 감동이었다. 공연하는 사육사들은 필시 함께 하는 물개와 원숭이와 돌고래를 무척 사랑할 것이 틀림없고, 그래서 그들이 함께 엮어내는 몸짓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동물과 사람이 친하게 지내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는 것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쇼를 보고 나와 "감동적이었지 않니?" 그랬더니 사춘기 소녀 하나는 "강압에 의한 것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으리라. 드넓은 바다에서 무리지어 오가는 돌고래의 삶이 훨씬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하지만 더러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동물도 있지 뭐. 라며 기분 좋은 감상을 굳이 고집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물과 사람이 친한 모습은 감동적이다.

  우연히 문학기행과 <바리데기> 선상 낭독회, <코끼리 사쿠라> 동물원 견학을 이어 다녀오면서 창비라는 출판사에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홍보 담당자와도 얼굴이 익었고.^^ 젊은 시절엔 창비가 뭔가 모를 위화감을 지닌 느낌이었는데 요즘의 창비는 마치 황석영 작가가 그러듯 독자 속으로 편안하게 내려오는 느낌이다. 아이들도 출판사와 책을 친구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문학소녀 기질은 없어 보이는 두 딸에게 이런 식으로 책 문화를 소개시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독자 속으로 다가오는 많은 이벤트들이 고맙다. 지나치게 판매에 정면으로 꽂히는 이벤트가 아니라 돌아서 독서 문화 자체에 기여해 큰 파이를 늘려 가는 이벤트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기념 사진. 아이들 아버지가 찍었다 물론. 홍학 깃털을 꼭 쥐고 선 작은아이와 나눠준 음료수를 입에 문 큰아이. 즐거운 나들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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