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자주 읽게 되는 책 중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있다. 간혹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얼굴과 홀로 거울 앞에서 쳐다보는 자신의 모습이 섬뜩하리만치 다르다고 느낄 때 그럴 때 어김없이 떠올리는 이름이기 때문일까.
지킬은 존경받는 의사이자 불온한 짓에서 기쁨을 느끼는 이중적인 인물이고, 하이드는 그의 내면에서 순수악만을 뽑아 만든 악인이다. 처음부터 예견된 지킬의 패배. 그는 하이드를 자신의 이중성을 가릴 방패로 자유자재로 이용하려 했으나 그 얕은 인격으로 순수한 악을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필패.
참 묘하다는 느낌이다. 헤세는 어두운 세계와 밝은 세계가 경계없이 이웃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상 어두운 세계는 밝음 위에 넓게 오버랩되어 있는 반면 밝음은 어찌나 협소한지 디디고 서 있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그 사실을 감히 시험하려드는 자는 늘 어둠 속에 갇히고 만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그의 <보물섬>을 읽으며 유혹 앞에 무너지는 인간의 의지의 허망함이라든가, 존 실버에게서 보이는 기막힌 다중성 앞에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지, 그런 것들이 이 책으로 하여금 다시 상기되었다. 수많은 작가들이 그랬듯이, 스티븐슨 역시 자신의 내면을 표출한 것이기 때문에 진정성과 보편성을 얻었으리라 싶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인간의 양면성 혹은 다면성을 파헤친 통렬한 자각.
청소년 징검다리 클래식은 읽을 때마다 친절함에 감동받는다. 특히 이번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는 그야말로 관련 자료와 도움글을 종횡무진 엮어놓았다. 고백하자면 야누스가 원래는 상반되는 시공간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로마만의 신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저 아니마 아니무스나 야누스나, 혹은 지킬 및 하이드를 동일시하며 편하게 지내왔는데, 좀더 근간을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구운몽>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흥미로운 관점이다.
정말로 완역을 향해 건너가야 하는 넓은 개울을 건너기 좋게 놓아준 징검다리 같다는 느낌. 얼마 전 고등학생 아이들과 힘들어 하며 읽은 <양철북>을 이 시리즈에서 다루어준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