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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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 시인. 1997년에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니 벌써 10년이구나. 살아계시면 내 나이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마음 속으로 그가 너무 맑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그의 폐도 너무 맑지 않았을까.

  가만가만 쓴 것 같은 동시를 하나 하나 읽어가며 마음이 애잔해졌다. 자세자세 관찰하고 곱디 고운 언어로 쓴 그의 시는 잔잔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그 깊은 속에는 저항과 경고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몇이나 그의 이야기에 귀를 오롯이 기울였을까. 자연에 대해, 사람살이에 대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흔히 동시에서 연상하는 편안함이 없다. 흑백사진처럼 스쳐가는 영상이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쓰리고 조금은 아프다. 그는 외로웠구나. 가끔 나는 사람이 죽는 것은 외롭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Don't worry, 물론 아이들에게 이 시집은 재미있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야말로 글도 그림도 어여쁜 동시집. 그런 의미로 시집에 실린 짧은 시 하나를 옮긴다. 그나저나 그늘을 길게 늘어뜨리고 다니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이름, 신기료 장수들. 그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신기료 아저씨

 

삼 층짜리 건물 옆

신기료 아저씨 자리엔

오후 내내 그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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