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로 보림문학선 6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다. 바다로 가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누군들 하지 않고 살까. 오직 검푸른 물결만 넘실거리며 그 외 아무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조용한 곳.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박사는 만사 좋을 때 "조용하군."이라 했다는데, 깊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바다는 그런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 사내아이들 몇몇이 뗏목을 만들고, 그들 중 몇이 바다로 떠나는 이야기.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일이 어떨지는 불문가지다. 생각하면 너나 없이 엄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이 끊어지면 그때부터 망망대해에 일엽편주다. 살아가는 일이 꼭 파도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은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교, 집, 학원의 삼각형을 그리며 생활하던 사토오, 마사아키, 구니토시, 시로, 이사무, 야스히케, 시게오에게도 바다는 무자비한 광포함으로 공포를 주면서도 일상의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해방의 장소였을 것이다. 바다로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 아이들 모두가 가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평상시에 이들은 저마다 다른 가정환경과 성적에 따라 갖가지 표식을 붙이고 생활한다. 모범생, 무난한 아이, 불량스러운 아이, 별볼일 없는 아이 등등. 그들 모두에게는 드러내놓고 떠들지 못하는 짐이 있다. 강박스럽거나, 부정하거나, 무능하고 폭력적인 부모,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학교, 경쟁의 모서리로 몰아대는 학원. 

  이 아이들에게 매립지의 오두막, 그곳에서의 뗏목 만들기는 유일한 일탈이다. 늘 별볼일 없던 시로가 유일하게 솜씨를 발휘하며 주요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자리다. 불쌍한 아이 시로. 그 아이의 위태롭고 짧은 행복은 내내 가슴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잔잔히 흘러간다. 이 아이들이 뗏목을 만드는 과정이 장황하리만치 세세하게 표현되면서 책을 끌어가고, 마지막 얼마를 앞두고서야 클라이맥스로 올랐다 툭 떨어지는 느낌인데, 이 대목은 그야말로 가슴 서늘하게 다가온다. 작품 해설에서 지적했듯이 1980년의 일본이 어쩌면 지금의 우리와 그리 똑 같은지 모른다.

  이 책은 굳이 꼽자면 성장소설이다. 그러나 경험상 사실 그 나이에 속해 있는 또래의 아이들이 읽어서 큰 감흥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나는 무척 감동적인데 정작 아이들은 무덤덤한 것은 그네들이 와중에 있어서 미처 객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건이 급박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징이나 은유가 사건을 대신하면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중학교 고학년 정도면 피부로 느끼려나. 큰아이에게 읽어보라 하고 느낌을 듣고 싶다. 혹시 그 아이도 몰래 뗏목 하나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덜컥 걱정이 되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