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수선된 아이>

 

웹진 <동화 읽는 가족>이 주최하고 푸른책들과 푸른아동문학회가 후원하는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과 세미나가 함께 열렸다. 한 해 동안 우수한 중*단편동화를 발표한 작가를 격려하기 위한 이 상의 수상자들은 김기정 「두껍 선생님」, 김민령 「견우랑 나랑」, 김영혜 「수선된 아이」, 이용포 「버럭 할배 입속엔 악어가 산다」, 정은숙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조영희 「책을 돌려주세요」, 진은주 「천타의 비밀」, 이렇게 일곱 분, 일곱 편이다.

  거기 다녀왔다. 오랜만의 세미나 참석. 여러 모로, 정말 여러 모로 관심 가는 주제가 아닐 수 없으니 제법 긴 지하철 여정, 조금은 덜 나은 발목, 변덕스러운 궂은 날씨도 아랑곳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비평가이자 대학교수이면서 소설 및 동화 작품을 하는 박덕규, 배봉기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각각 ‘동화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어린이의 삶, 동화와 시각’이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하였고, 이에 대해 심사위원이었던 이금이 작가, 수상자인 김기정 작가, 정은숙 작가가 토론자로 나섰고, 역시 수상자이면서 <동화 읽는 가족> 주간인 이용포 작가가 사회를 보았다.

  대체로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분위기. 발제자들은 주로 논리나 사건 전개 및 등장인물의 성격적 치밀함, 개연성의 아쉬움을 지적하였다. 특히 박덕규 교수는 그것이 비평가들에게 단련되지 않고 출판사 내부의 단련을 통해 바로 독자와 만나는 동화 생산 시스템과도 관련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여 반박 토론이 자못 활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었고, 배봉기 교수는 날카로움을 특유의 유머로 감싸 콕콕 찌르는 말맛을 음미하게 해주었다.

  독자가 어린이이니, 거기에 알맞은 논리와 개연성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반박, 지나치게 설명하는 일의 재미없음, 지나치게 줄이는 일의 생뚱맞음, 그 모든 것의 가이드라인이 어린이 독자에게 맞춰져야 하는 일의 지난함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더 깊이 토론하지 못한 아쉬움은 조금 있었다. 세미나 이후 이어지는 시상식은 발제자들에게 ‘축하 자리에서 강한 비판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식의 눙치는 표현을 자주 하게 했고, 토론자들도 상 받으러 와서 강하게 반박하기는 뭣하다는 식의 멘트를 날려 청중의 웃음을 여러 번 자아냈다. 그 와중에도 김기정 작가는 세상을 떠나신 권정생 선생님의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충고를 예로 들면서도 상당히 긴 이야기를 하여 안타까운 마음 중에도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시간을 주었고(이 작가가 상당히 미남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개인적으로, 동화를 접하면서 거창한 시작에 비해 서둘러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일이 적지 않고,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끌고 가려한다는 느낌을 받은 일도 여러 번 있어서, 차라리 검은 현실이나 진실을 그냥 드러내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하는 편인데, 동화가 어디까지 그래야 하는지, 혹은 그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긴박감 있는 토론을 기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결국 귀가 길에 혼자 이리저리 생각해보다 내린 결론은 두루뭉술하게 ‘다양성’이라는 말로 지어졌다. 이래야 한다거나 저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다 있어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어야 하고, 십인십색의 엄마 + 아이 독자가 취사선택할 문제라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팽창 또는 발전일로에 있는 어린이문학을 뿌듯하게 생각해보며, 이렇듯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화 읽는 가족>과 푸른책들에게 고맙다는 생각. 어쨌든 동화에 관한 행사에 다녀오노라니 앞으로 동화 마당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빈자리가 커다랗게 보이겠지 싶은 생각이 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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