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이금옥 지음, 박민의 그림 / 보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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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개구리 이야기는 뭔가 납득되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도,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려 하면 좀 막히곤 했던 기억이 있었다. 왜 청개구리는 그처럼 엄마 말을 듣지 않았던 걸까? 착한 엄마에 장난꾸러기 아들이라는 설정이야 그렇다 치고, 엄마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정도면 장난이라 이름붙이기는 뭣한, 그야말로 나쁜 아들이 아닌가. 게다가 뭐든 거꾸로만 하자면 머리도 좋았을 텐데, 왜 바보처럼 엄마를 냇가에 묻고 울기만 할까? 한 번 잘못 되면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건가?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란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나면 아이들은 늘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어떻게 됐어?" "아마, 혼자 살았을 걸? 자기 같은 아들 낳기 싫어서." 나는 주로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마치 엄마에게 잘못 한 아들은 결혼할 권리도 없다는 듯이.

  그런데 이 <청개구리>는 그런 답답한 의문에 조금의 물꼬를 터준다. 그저, 청개구리가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였고, 혼자 살며 자식을 키우던 엄마가, 순전히 자식 때문이라기보다는 늘 고됐고, 외로웠던 것이 이른 죽음의 한 단초이기도 했다는 걸 그림 사이사이, 문장 굽이굽이 이러저러 보여준다. 책 말미에는 신랑각시 청개구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럼에도 삶은 간단없이 이어진다는 해피엔딩의 실마리도 은근히 제시해 보여준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60대 이상 연령층의 우리 교포 2세들이 그리고 썼다는 책. 그들이 우리 옛이야기를 아름다이 되살리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그리고 썼다는 책. 오른 쪽으로 넘기도록 되어 있는 점이나, 세로쓰기로 된 점이 그제야 이해되었다. 그리고 어휘나 문장이 왜 특별히 곱고 서정적인지, 그림도 왜 그처럼 마디마디 아름다운지도 이해되었다. 교포 작가들의 마음자락이 펼쳐진 때문일 것이었다. 모국을 향한.

  

청개구리네 마을은 강둑 아래.

바람이 피리 불고

햇빛이 너울거리는 푸른 갈대숲.

청개구리 집은 포근한 갈대 밑.

아침 하늘

별하늘

아름다운 곳.


이런 식의, 노랫말처럼 사르르 감기고, 낱낱의 어휘가 모두 곱게 다듬어진 한 편의 시화 같은 ‘청개구리’ 이야기. 읽어주다 목메어 잠깐씩 멈추곤 했는데, 그건 아마 녹진녹진 뼈가 녹을 정도로 그저 자식 뒤치다꺼리만 하다 하늘나라로 가시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책 속에 투명하게 어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권정생 선생의 <무명저고리>도 떠오르고, 김동인 선생의 <복바위>도 떠올랐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으려나…. 참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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