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파이더맨 3-네이버 브랜드 검색

 써놓고 보니 제목이 마치 이 영화를 비웃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려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느껴서이고, 굳이 어떻더냐고 하면, "재미있었다."라고 하고 싶다. 나와 중1, 초4의 두 딸은 킬킬거리며 이 영화를 즐겼고, 창피하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스파이더맨이 실연하고 울먹거릴 때 다른 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눈시울도 잠깐 붉혔다.

  그래도 전반적 감상은 웃기다는 것이다. 어찌나 현란하게 화면이 구현되는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인 가운데, 작정하고 놀래키는 것이 분명한 깜짝깜짝 음향, 작정하고 웃기는 것이 분명한 괴물 총출동 그리고 덤앤 더머를 찍고 바로 도착한 듯한 주인공의 표정.

  숲속에서 거미줄 쳐놓고 그 위에서 키스하던 두 남녀 주인공 뒤로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거기서 악의 화신쯤 되는 검은 기운이 뻗쳐나온다. 1편의 삼촌을 살해한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고, 그에게는 애끓는 사연이 있어 결국 어처구니 없게 모래괴물로 변한 이 살인범은 끝에 갑자기 착해진다. 검은 기운으로 만든 검정 스파이더맨 옷을 입은 주인공은 야비해지지만 양심을 회복하고, 덜떨어진 포토그래퍼는 똑같은 옷을 입고도 이빨이 매우 날카로운 괴물로 변해 버린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베프' 해리(?)는 제 아버지와 똑같이 못된 놈이다가, 바보가 되어 실실 웃다가, 다시 못된 놈이 되었다가 마치 <스타워즈>에서 "I'm your father." 식으로 "사실은 네 아버지가 혼자 못되게 굴다가 죽은 거야."라는 뜬금없는 집사의 고백에 다시 주인공의 베프로 돌아와 불쌍하게 죽는다. 그 동안 우리의 주인공도 착한 얼굴, 야비한 얼굴을 몇 번쯤 반복하며 온갖 행태를 연출한다.

 웃기게 표현한 인간의 양면성, 웃기게 표현한 인간의 착한 본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한 현란한 화면. 분명 감독이 몰라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즐기라고 만든 것일 것이다. 1편부터 함께한 친구가 죽었으니 시리즈는 끝인가?

  애니웨이, 그 결과, 큰딸은 "오우~"를 조그맣게 내뱉었고, 작은딸은 장면이 다소 잔인할 때는 내 팔에 얼굴을 묻으면서도 끝까지 눈 떼지 않고 보았다. 아이고 예쁘고 귀여워라~~

  사실은 다른 사람과 보았어도 재미있었을까 의문이기는 하다. 어쩌면 속으로 좀 재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과 우연히 같이 보았다면 나와서 애꿎은 영화만 마구 씹었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저 재미있었다고만 얘기하련다. 앞자리 십대 머슴아이처럼 영화 내내 쉴새 없이 휴대폰을 번쩍거리며 문자를 날리는 그런 아이와 함께 보았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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