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2 - 드라마 원작소설
김은숙 극본, 김수연 소설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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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낡은 묘비에 기대앉아 도깨비는 책을 펼쳐들고 한장씩 책장을 넘겼다.

살랑이는 바람이 볼을 간지럽혔다.

책에서 시선을 떼 고개를 들어 풍경을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매일 조금씩 다른 구름의 모양이, 해가 지는 하늘의 색이 아름다웠다.

아름다워서, 도깨비의 생애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 그리워졌다.

은탁이 선물해준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감각이 예민해져 있었다.

누군가의 입김이 불어낸 민들레 홀씨 하나하나가 도깨비의 시야로 점점이 날아들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깜박이는 도깨비의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림자 주변으로도 홀씨가 눈처럼 내렸다.

고개를 돌아보았다.

은탁이었다.

교복은 입은 은탁이 언덕 위쪽에서 한 걸음씩 내려오고 있었다.

두 번째 생의 은탁의 이름은 박소민이었고, 그는 여전히 김선이었다.

도깨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디 있겠어.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디 있고.'

'난 있다에 한 표!'

'어디에 한 푠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슬픈 사랑.'

하루가 천 년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천 년을 견뎌냈더니,

은탁이 정말로 약속을 지켜주었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도깨비를 바라보는 은탁의 눈가에 눈물이 그렇그렇했다.

그런 은탁을 보는 도깨비의 눈시울이 뜨거웠다.

다정하게 그 걸음을 지켜보았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은탁이 벅찬 목소리로 도깨비를 불렀다.

"아저씨."

도깨비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나, 누군지 알죠."

도깨비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

 

 

 

 

 

 

 

 

 

 

 

 

 

 

그런 허락 같은 핑계가 생겼으면 좋겠어

그 핑계로 내가 계속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 너와 같이

 

 

 

 

 

 

 

 

도깨비 신부에 얽힌 낭만적 저주로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김신과 은탁

하지만 운명이 가리키는 끝은 슬픈 선택뿐

 

 

 

서로를 위해 멀어지려 할수록

오래전부터 예정된 강한 인연은 다시 서로를 향하게 하고

결국 사랑의 힘으로 신을, 운명을 거스르기로 한다

 

 

 

인간의 간절함과 의지로 부디 그 문을 열 수 있기를

그렇게 함께 백 년만 살 수 있기를 바라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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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책 2017-02-27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우왕

후애(厚愛) 2017-02-27 19:31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