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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6 - Novel Engine POP
정연 지음, 녹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한 가지 묻겠습니다. 혹시 윤회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환생과 비슷하지 않나?"
"원래 윤회輪廻라는 말 자체는 수레바퀴가 돌고 도는 것을 뜻하지요. 생명이 죽어 환생하고, 또 죽어 다시 환생을 되풀이하는 것을 윤회라 합니다."
"그래. 그거."
"잘 아시겠지만 살고 죽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윤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다시 태어나지 못할 수 있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데 또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에는 너무나도 큰 의미가 있어서 인간이 수천번을 환생해도 미처 깨닫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혹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지도 모릅니다."
백란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천 년도 넘게 수많은 삶과 죽음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요. 사실 삶이란 벽에 저절로 생긴 얼룩 같은 것이 아닐까? 너무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거기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뿐,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또 다시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고 없는 것 또한 누가 정해주는 바가 아니다. 자신이 의미 있다고 믿으면 의미가 생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유단은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물론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생각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영혼이 윤회를 되풀이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종이에 써서 검사 받아?"
"아니오. 그냥 혼자 생각만 하십시오.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요."
여우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 버렸다.
-144~146페이지
어릴적 백란 -239페이지
어릴적 유단 -33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