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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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 세상 고양이를 다 좋아하지만,

지상에 사는 모든 종류의 고양이 중에서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가장 좋아한다.

 

고양이털은 이미 해의 온기를 잔뜩

머금은 채, 생명이란 것의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부분에 관해

내게 가르쳐준다.

나는 그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털에

손을 뻗어, 통통한 목덜미며

끝이 동그래진 차가운 귀 옆을, 가만가만

같은 리듬으로 쓰다듬어주다가

가르릉거리는 고양이 소리 듣는 걸 좋아한다.

그런 오후에는 우리 세계를 움직이는

시간과는 또 다른

특별한 시간이

고양이 몸 안에서 몰래 흘러간다.

내가 그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건,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여섯 살인가 일곱살 무렵의 일이다.

이름은 '단쓰'라고 했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디 그 고양이는

꽤 나이를 먹어서 우리 집에 왔다.

 

그 고양이는 폭신폭신하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털을 가졌다. 그 털은 아주 옛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해의 온기를 한껏 빨아들이고,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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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6-03-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와후와> 너무너무 좋아요~!!!!!!!!!!!!!!!!!!!!!!!
즐겁고 행복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6-03-2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너무 이쁘네요.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

후애(厚愛) 2016-03-30 09:53   좋아요 0 | URL
네 정말로 예쁜 책이랍니다~
그림도 글도 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