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도장 평화길찾기 1
권윤덕 글.그림 / 평화를품은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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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남녀가 평등하게 손잡고 가는 시대,

자유로운 나라, 모두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꿈은 1947년 3월 1일,

관덕정 광장에 모인 사람들 가슴에도 넘쳐났다.

사람들은 파도가 되어 거세게 출렁거렸다.

어머니는 반들반들 손때가 묻은 나무 도장을 주머니에 넣고 길을 나선다.

시리도 어머니를 따라 나선다.

돌아와서는 제사를 준비해야 한다.

제사엔 시리가 좋아하는 외삼촌도 오신다.

어머니는 걸음이 빨라진다.

어무니는 아무 말이 없다.

어머네에겐 비밀이 많다.

들어갈수록 동굴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졌다.

가끔씩 천장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여기가 어디쯤이었겠구나."

어머니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닥에는 깨진 그릇들이 널려 있었다.

시리는 그릇 조각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리야, 그러니까..... 네가 세 살 때쯤이었단다.

여기에서 그 일이 있었던 게....."

어머니가 시리 손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리야, 학교에서 가을 운동회 하던 기억이 나는구나.

네 아버지는 북을 치고 이 어미는 춤을 추고, 온 동네가 들썩거리게 놀았는데....

 

아버지는 결국 한라산으로 올라갔단다.

마을에 남아 있었으면 경찰에 잡혀가 고문 받고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야.

 

.... 빨갱이라고." 

"작은아버지는 마을 대숲에 숨어 지냈어.

자수하면 살려 준다는 말에 밖으로 나왔지.

경찰은 산사람과 연락을 했는지, 산에 쌀을 올려 보냈는지 캐물었어.

안 했다고 하면 했다고 할 때까지 때리고,

했다고 하면 했다고 또 때리고.....

며칠 뒤, 트럭에 사람들을 싣고 나가더니만

빈 차로 돌아왔어.

 

숨어 지낸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라고.

그땐 빨갱이라고 손가락질만 해도 죽어 나가던 시절이라."

"외삼촌은 경찰이었단다.

경찰과 군인들은 겨우내

산에서 붙잡은 사람들을 길잡이로 내새워

한라산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어.

산으로 올라간 사람들을 모두 잡으려고."

"다른 경찰과 군인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어.

들어갈수록 동굴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졌어.

그릇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는

큰 돌을 하나씩 치워 가며

숨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어."

 

"동굴 깊숙한 곳에서 한 노인이 잡혀 나왔단다.

사람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알려 주면

살려 준다고 하자 그 노인은 다 말해 버렸어."

"그날 밤, 잠든 너를 보면서

이 어미와 외삼촌은 밤새 울었지."

 

"네 손은 꼭 움켜쥔 채로 굳어 버린 것만 같았어.

한참 후에 네 작은 손이 풀렸는데

그 안에 나무 도장이 있었단다.

나중에 그 도장 주인을 찾아 보니

가족들까지 모두 돌아가셨더구나."

"어머니, 그럼 나도 빨갱이예요?

빨갱이가 뭐예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바다 건너 들어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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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3-2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한 장 한 장이 예술작품같아요.

후애(厚愛) 2016-03-21 17:14   좋아요 1 | URL
네 이 그림책을 펼쳤을 때 어머나!! 했었어요.^^
즐거운 오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