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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평점 :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 <라플라스의 마녀>~ 추리소설
읽고싶었던 책이였는데 알라디너 지인님께 선물로 받은 책이에요.^^
즐겁게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바짝 마른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어깨까지 길게 자란 머리, 깊게 파인 뺨은 덥수룩한 수염으로 뒤덮였고 턱이 뾰족했다.
치사토는 순간적으로 예수상과 아귀餓鬼를 동시에 떠올렸다.
남자는 제단의 영정 사진을 지그시 바라본 뒤, 천천히 향을 피웠다.
그러는 동안에 어느 누구도 말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분향을 마치고 남자가 치사토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남자가 작은 소리로 뭔가 중얼거렸다. 얼핏 알아듣지 못해 치사토는 얼굴을 들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불운이었을까.”
남자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황화수소를 마신 게 정말로 단순한 불운이었을까요.”
“세 개 남아요.”
“응?”
마도카가 저거 보라는 듯이 레인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바라보니 오른편 레인 끝에 핀 세 개가 남아 있었다.
“지금 볼링 얘기를 할 때가 아니잖아.”
하지만 마도카는 시선을 왼편으로 옮겨 “저쪽은 네 개가 남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던져진 공은 아직 레인 중간쯤을 굴러가고 있었다.
이윽고 주르륵 늘어선 핀에 명중했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정확히 네 개의 핀이 남았다.
아오에는 조금 전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세 개 남아요”라고 말했었다.
“세 개 남았다”가 아니다.
즉 아까도 공이 레인을 한창 굴러가는 중에 쓰러뜨리지 못한 핀의 수를 맞혔던 것이다.
“의미가 없어요.” 마도카가 말했다.
“교수님이 나와 겐토 군에 대해 알아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니까요. 오히려 모르시는 편이 나아요.”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 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요.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