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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즐거운 ㅣ 산지니시인선 11
표성배 지음 / 산지니 / 2015년 4월
평점 :
흔들고 싶어라
나 노란 나비 날개 같은 비옷 입고 손 흔들고 싶어라
나 노란 병아리 다리 같은 장화 신고 손 흔들고 싶어라
나 비옷 속에 노란 풍선 같은 가방 메고 손 흔들고 싶어라
흔들고 싶어라 눈앞이 노래지도록 흔들고 싶어라
나 창문이 노란 버스 맨 뒤 좌석에 앉아 오래오래 손 흔드
시던 어머니, 어머니가 안 보일 때까지 나도 흔들고 싶어라
그렇게 손 흔들다 보면
발바닥이 온몸이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 때까지
서 계셨을 어머니,
(다만 청소부 아저씨는 좀 쉬세요 가로등도 도로도 달리는 차들도
거리가 온통 노랗게 물들 때까지 오래오래 손 놓고 쉬세요)
어머니, 검은빛 우산 위에 떨어지는 노란색 은행잎처럼 손
흔들다 보면
은행잎을 다 떨구고도 노랗게 서 있는 은행나무, 은행나
무 위에 까치집, 까치집에 까치도 까치 위에 하늘도 그래, 하
늘에 사시는 하느님도 노랗게 물들 때까지
나 어머니처럼 종일 서서 손 흔들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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