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의 사이학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31
고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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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




아무 거리낌 없이

강물에 내려앉는 눈발을 맹목적이라고 허공에 쓴다



아픈 기억들을 불러내어 물 위에 놓아주는 강가

무뉘도 없는 저녁이 가슴을 친다

하류로 떠밀려 간 새들의 귀환을 기다리기엔

저 맹목적인 눈발들이 너무 가엾고

내겐 불러야 할 건절한 이름들이

너무 많다



강물에 내려앉은 눈이 다 녹기 전에

아픈 시선 위에 아픈 시선이 쌓이기 전에

바람이 다 불기 전에

상처가 상처를 낳기 전에



너라는 말

자기라는 말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말

당신이라는 말

미안하다는 말



모두 돌려보내자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자



속수무책 쏟아지는 저 눈이 녹아

누군가의 눈물이 되기 전에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자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을 배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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