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
아무 거리낌 없이
강물에 내려앉는 눈발을 맹목적이라고 허공에 쓴다
아픈 기억들을 불러내어 물 위에 놓아주는 강가
무뉘도 없는 저녁이 가슴을 친다
하류로 떠밀려 간 새들의 귀환을 기다리기엔
저 맹목적인 눈발들이 너무 가엾고
내겐 불러야 할 건절한 이름들이
너무 많다
강물에 내려앉은 눈이 다 녹기 전에
아픈 시선 위에 아픈 시선이 쌓이기 전에
바람이 다 불기 전에
상처가 상처를 낳기 전에
너라는 말
자기라는 말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말
당신이라는 말
미안하다는 말
모두 돌려보내자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자
속수무책 쏟아지는 저 눈이 녹아
누군가의 눈물이 되기 전에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자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을 배우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