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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이수호 지음 / 삼인 / 2014년 6월
평점 :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별을 못 본지가 참 오래 된 것 같다
나중에 나중에 별 구경을 해야겠다.^^
별
내가 눈을 감아야 고운 네가 보인다 내가 귀를 막아야 고운 네가 들린다 내가 입을 닫아야 너를 위한 고운 노래 부를 수 있다
빛나는 것만이 별이 아니다 먹구름 뒤에 있을 때 별은 희망이다 캄캄한 내 마음에서 빛난다
겨울 예감
당신은 아무 일도 없는데 당신은 언제나 꿋꿋한데 칼바람 속에서도 당신의 시린 향기 푸른 하늘마저 붉게 물들이는데 그래도 내 이 아픔은 오로지 당신 탓입니다
예고 없이 눈이 내리고 하늘은 잿빛으로 변하고 가슴은 먹먹해 오기 시작합니다 길가에 지붕 위에 키 큰 가로수 위에 하얀 아픔이 날리고 있습니다 더 하얀 슬픔이 쌓이고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천지에 가득합니다
누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누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하는 것은 차라리 미필적 고의의 살인 칼끝으로 산 가슴을 도려내는 일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눈은 그치겠지요 우리의 삶도 서둘러 잠잠해지겠지요 일상의 어둠이 눈을 덮고 거대한 망각의 늪 속이 되겠지요 그때도 아픔은 작은 별로 반짝이고 슬픔은 더욱 푸르게 일렁이겠지요
겨울나기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는 옷을 벗고 풀들은 씨알을 준비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나비는 번데기가 되고 개구리는 얼음장 밑 돌 틈에 웅크리고 곰들도 바위 동굴에서 긴 잠을 청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철새는 스스로 뼛속을 비우고 상승기류에 몸을 싣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자기의 겨울이 있다 나는 내 겨울을 나기 위해 오늘도 새벽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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