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고이 잠자고 있는 시대물로설 단권들을 올려본다.^^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가 너무 많아서 태그에 담아 둔 내 아가들...

 

김우주님의 <공작의 청혼> 시대물로설~

 

일등 공작 화탁 마이하. 소왕국 객십의 마지막 왕손. 청 제국이 그에게 내려준 것은 볼품없는 황무지땅. 선녀탕에서 목욕하던 용아를 발견하기 전까지 도끼를 휘둘러 나무를 하며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북경 이친왕의 차녀, 용아. 고귀한 공주님. 조선의 외조모에게 인사를 드리고 고국으로 돌아오던 중,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선녀탕에 들어간 용아는 자신이 납치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蓮님의 <붉은 너의 입술에> 시대물로설~

 

“여기서 네 냄새가 짙게 배어 나오는군.”
짙은 갈색머리에 새하얀 얼굴, 그리고 붉은 입술을 가진 남자는 아까 보았던 뱀파이어였다. 검지와 집게손가락에 끼워 넣은 봉투를 붉은 입술에 가까이 가져가며 입을 살며시 맞춘 남자에게선 짙은 혈향이 배어 있었다. 아까 보았던 여자의 피를 먹고 오는 길임이 분명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겁에 질린 사랑의 간곡한 부탁이 두려움으로 인해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음에도 벽을 뚫고 도망가기라도 할 듯, 사랑이 벽에 바짝 붙었다. 문에 기대며 그 모습을 느긋하게 살펴보던 남자가 신발을 신은 채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워낙에 작은 방이기에 몇 걸음 걷지도 않고 도착한 남자가 무릎을 굽히며 새하얗게 질린 여자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 근처를 마침 지나는데 네 냄새가 나더라고. 네가 탐했던 짙은 피 냄새가.”
안쓰러울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랑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쥔 남자가 비스듬히 미소 지었다.
“저, 전 아니에요.”
“그럼 단순히 독특한 취향으로 인간의 피를 마셨다는 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남자가 낮게 속삭였다.
순수 혈통의 뱀파이어에게 자신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인간보다는 좀 더 편하고 맛있는 식사. 쓸모없어지면 사라져야 하는,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음식.
보잘것없는 식사 따위가 도망까지 가서 살고 있었으니,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그들을 움직이게 했으니, 나중에 또 도망을 가서 더 귀찮아지기 전에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었다.
“나, 날 죽일 건가요? 주, 죽이지 마, 말아주세요. 전 사, 살고 싶어요, 흑.”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금의 삶도 비참했지만, 여기서 죽는 것은 더 끔찍했다. 무서웠다.
“그럼 내 노예로 살아가겠나?”
“사, 살려준다면 뭐든, 뭐든 다 하겠어요! 주,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지혜인님의 <홍희> 시대물로설~

 

“홍염살(紅艶煞)에 도화살(桃花煞), 원진살(元嗔煞)은
네가 이번 생에 지고 태어난 짐이란다.”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지독한 살(煞)을
세 가지나 짊어지고 살아온 여인, 홍희.
끊임없이 그녀를 옭아매는 운명의 굴레는
전생으로부터 이어져 온 참혹한 악연들을
그녀의 인생에 낙인처럼 덧씌운다.

“위태로운 목숨 살릴 방도로 도화살(桃花煞)이 필요하니,
선우에겐 이제 그 아이뿐입니다.”


목숨처럼 여기던 사랑이 눈앞에서 스러지고
죽은 듯 살 수밖에 없었던 남자, 선우.
얼크러진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 줄
단 한 명의 여인, 홍희와 뜨겁게 조우한다.


 

한조님의 <내 것이로다> 시대물로설~

 

청천에는 수상한 왕자 송언군이 살고 있다.
하는 짓은 연애놀음뿐인, 온갖 염문의 독보적 주인공.
그만 보면 자꾸 심장이 펄떡거려 남이는 미치겠다.

“노비는 물건이지.”
툭하면 물건 취급,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있는 것이냐?”
머리는 장식 취급,

“어찌 그리 생각이 없어!”
대놓고 바보 취급.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
“이의! 있습니다! 이의가 있단 말입니다!”
참지 못한 마음을 남이가 바락바락 내질렀다.

맹랑한 몸종에게 들려온 과거 많은 그 왕자의 대답은.

“내 것이 되어다오. 네 것이 되어주마.”

 

김청아님의 <춘우> 시대물로설~

 

“오라버니. 제가…… 이리 간청드리옵니다.
어마마마와 대군을…… 정이를, 부디 살려 주셔요.”
“……네 정녕 그들이 살기를 바라느냐?”
그때 왕이 속삭이매 명원(明源)의 공주는 고개를 바짝 들어 올렸다.
“대국으로 가거라. 가서 네, 달기가 되면 가하지 않겠느냐?”
차게 내뱉어진 왕의 말에 이윽고 몸에 벼락이 내리꽂히는 듯했다.
대국(大國), 무(珷). 천자가 다스리는 광활한 나라.
오라비는 지금 천자를 유혹해 주지육림을 만들어 대륙을 유린하라신다.
목숨 셋과 자존심 하나.
저울질할 가치가 전무한 일이었다.
“어찌하겠느냐, 가랑(嘉娘)?”
선택지는 바이없었다.

다정했던, 자신을 딸처럼 금지옥엽 여겼던 오라비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두억시니만이 남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력한 공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대국(大國), 무(珷)를 다스리는 천자와 혼인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지율님의 <여루> 시대물로설~

 

인간을 먹고 탈이 난 용으로 기록될까 걱정되는 북의 주인, 치현(淄玄). 백이십 세란 나이가 무색하게 천진한 인간, 여루(麗鏤). 누군가의 집착에 의해 틀어져버린 연(緣)의 실타래. 그러나 그마저도 천신이 정한 운명의 갈래일 뿐, 정해진 끝은 오고, 인연은 그렇게 이어진다.

 

 

 

 

 

 

 

 

 

 

 

 

 

 

 

 

 

 

 

 

 

 

 

 

 

 

 

 

 

 

 

 

 

 

 

 

 

 

 

 

 

 

 

 

 

 

 

 

 

 

 

 

 

 

 

 

 

 

 

 

 

 

 

 

 

 

 

 

 

 

 

 

 

 

 

 

 

 

 

 

 

 

 

 

 

 

 

 

 

 

 

 

 

 

 

 

 

 

 

 

 

 

 

 

 

 

 

 

 

 

 

 

 

 

 

 

 

 

 

 

 

 

 

 

 

 

 

 

 

 

 

 

 

 

 

 

 

 

 

 

 

 

 

 

 

 

 

 

 

 

 

 

 

 

 

 

 

 

 

 

 

 

 

 

 

 

 

 

 

 

 

 

 

 

 

 

 

 

 

 

 

 

 

 

 

 

 

 

 

 

 

 

 

 

 

 

 

 

 

 

 

 

 

 

 

 

 

 

 

 

 

 

 

 

 

 

 

 

 

 

 

 

 

 

 

 

 

 

 

이기린님의 <야행기> 시대물로설~

 

꿈에서 본 새하얀 몸피의 호랑이가 똑바로 서서 두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에 가려진 풀숲 사이 시퍼런 두 개의 인광이 잔등처럼 일렁였다.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이번에는 호랑이만큼이나 커다란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댁은 뭐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 왜 내게 이러는 게요?”
두화는 사내가 무서웠다.
“나도 모른다. 그냥 네가 보였다. 처음에는 도토리만 해보이고, 두 번째에는 밤톨만 해보이더니, 그 다음날은 너만 보이더라.”
아둑시니는 그녀가 좋았다.

둘은 한동안 그렇게 서서 눈싸움을 하였다.
마치, 깊은 숲속에서 맹수와 맞닥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눈을 피하거나 물러서면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에 갈기갈기 찢기어 먹히고 말 것이다.
뻣뻣이 버티고 선 그녀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웃는 건지 뭔지 모를 표정이었다. 살짝 벌어진 그의 입술 사이로
살육에 능한 맹수처럼 뾰족한 송곳니가 새하얗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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