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꾹 다문 입처럼 차갑고 조용하다.

                         이웃에게 물으니, 노인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고 남자도 어디론가 갔단다.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묻기도 전에 이웃은 모른다고 했다.  - 44페이지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71페이지

나는 이 그림이 마음에 꼭 들었다.

언젠가 보았던 정경이라 생각했다.

액자 속엔 나를 닮은 여자가 있었다.

머리가 벗겨지고 손등에 굵은 정맥이 가득한 그녀는

단죄를 받는 인간처럼 무력해 보였다.

마음이 편했다.

배 속의 아이도 그녀를 좋아할 것만 같았다.

나는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오랫동안 그림 앞에 머물렀다.    -140페이지

 

 

 

 

 

 

 

좋은 책을 읽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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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5-2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꽃도 한때이지만,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되면
다시금 떠오르는 봄꽃이에요.

한때 머물다 가지만
새롭게 찾아오기에
언제나 설레며 반가운 봄꽃이지 싶어요..

늘 봄꽃 같은 마음과 눈빛으로 하루 누리셔요~

후애(厚愛) 2014-05-24 12:00   좋아요 0 | URL
봄꽃이 지고 나면 간절히 생각날 때가 있어요~
여름꽃도 이쁜데 이쁜 봄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봄꽃은 정말 금방 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주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벌써 봄꽃이 보고싶네요~^^

네~ 고맙습니다~^^

마니짱dirn 2014-05-2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애님이랑 생각이 똑같아요^^

후애(厚愛) 2014-05-27 11: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마니짱dirn 2014-05-2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의대한 책이네요
!!

후애(厚愛) 2014-05-27 11:29   좋아요 0 | URL
그래픽노블 > 미메시스 책이에요.^^
단편만화로 엮은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