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는 꾹 다문 입처럼 차갑고 조용하다.
이웃에게 물으니, 노인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고 남자도 어디론가 갔단다.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묻기도 전에 이웃은 모른다고 했다. - 44페이지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71페이지

나는 이 그림이 마음에 꼭 들었다.
언젠가 보았던 정경이라 생각했다.
액자 속엔 나를 닮은 여자가 있었다.
머리가 벗겨지고 손등에 굵은 정맥이 가득한 그녀는
단죄를 받는 인간처럼 무력해 보였다.
마음이 편했다.
배 속의 아이도 그녀를 좋아할 것만 같았다.
나는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오랫동안 그림 앞에 머물렀다. -140페이지
좋은 책을 읽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