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결 오시듯 실천시선(실천문학의 시집) 214
이봉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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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닮은 여자들



물기만 살짝 젖어도 반짝이는 조약돌이었던,
그 좋은 한때가 벌써 오래 전에 졸졸 흘러가버린
여자들 대여섯이 계곡물에서 텀벙댄다
나는 아들만 일곱을 낳았어 이년아!
일곱이면 뭘 해 영감도 없는 것이?
까르르 웃음보 터지고 물방울들 바위를 구른다
아직도 그렇게 반짝이던 생이 남아 있을라나?
바위를 닮은 여자들 가랑이 사이에
검푸른 이끼가 끼어버린 여자들이, 풍덩
뛰어들면 금세 거무튀튀해지는 바위들이 계곡에서
삼겹살에 상추쌈에 대두병 소주를 맛나게 마시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날리거나 말거나
아카시아 숲 속으로 꽃마차가 달리거나 말거나
보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바위들이 낮술에 취해
물속에 가랑이를 터억 벌리고 누워 있다
영감 그거 있어봤자 성가시기나 하지 뭘 해?
그래도 등 긁어주는 건 그놈뿐이여 이년아!-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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