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날 때마다
내 날개엔 상처가 생겼다
얼룩이 지고 주름이 잡혔다
비바람에 찢겨
천둥 번개에 부딪혀
가시에 찔려 불에 데어
때로는 지쳐 모래밭에 쓰러졌지만
더러는 날개 접고 푸섶에 엎드렸지만
밤새워 아픔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높푸른 하늘이 쉼없이
귓가에 내려와 꼬여대고
따사로운 햇살이 깃속으로 파고들며
간지를 때
별들이 애틋한 눈짓으로
손짓하며 부를 때
아픈 상처는 굽힐 줄 모르는
뜻으로 타오르고
얼룩은 주름은 힘으로 솟구쳤다
날자
백 번을 찢기고
천 번을 곤두박질치더라도
그리하여 마침내
이렇게 높이 이렇게 멀리
날아올랐다
아니다 이곳은 아직도 낮고 아직도 가까운 곳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백두산에서 한라산이 보이기까지
이 땅의 온 땅심이
날개에 시퍼렇게 뺄 때까지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나를 키워온 들과 산과 강을
끌어안고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가시를 불을 모두 데불고
내 뜨거운 핏줄로 온 나라를 엮으면서
내 힘찬 노래로 온 고을을 채우면서
날자 더 높이 더 멀리-115~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