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산자의 목을 잡고
발목을 잡고
어깨에 매달려 등에 업혀
일년이라 열두 달
편할 날 없다 나무라는구나
우리들이
구지레한 산동네 떠나지 못함은
갯마을에서 외진 산골마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화물차에 실려온
이 산동네 떠나지 못함은
원통한 죽음 빚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천년이 백년이 하루 같은
너희 사는 꼴 안타까워서이니
깨어진 장독대에서
덜컹대는 삽작에서
우리들 훨훨 털고 일어나
구만리나 머나먼 구천길
편히 가게 하려거든
허구한 날 굿거리 세마치로 뛰질 말고
밝고 빛나는 횃불을 들라
삶과 죽음이 뒤엉킨 산동네에서
죽음을 몰아내고
죽음을 부르는 자들을 몰아내고
골목골목 구석구석 환하게 비치면서
오직 대낮 같은 삶만이 남게 하는
밝고 빛나는 횃불을 들라-28~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