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노래 - 출간 25주년 기념 특별판
신경림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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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산동네에 오는 비는
진양조 구성진 남도 육자배기라
골목골목 어두운 데만 찾아다니며
땅 잃고 쫓겨온 늙은이들
한숨으로 잦아들기도 하고
날품팔고 지쳐 누운 자식들
울분이 되어 되 맺히기도 한다
산동네에서 듣는 남도 육자배기는
느린 진양조 밤비 소리라
세월한테 자식 빼앗긴 아낙네
숨죽인 울음이 되어 떠돌기도 하고
그 자식들의 원혼이 되어
빈 나뭇가지에 전봇줄에
외로이 매달리기도 한다
산동네에 오는 밤비는
진양조 구성진 남도 육자배기는
방범등 불빛 얼비치는 골목길
땅바닥에 돌층계에 얼룩진 땀
우리들의 땀 그 땀 피가 되어
벌겋게 살아나게도 하고
슬레이트 지붕에 블록 담벽에 벤
우리들의 한숨 우리들의 울분
함성이 되어 온동네에 퍼지게도 한다-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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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3-0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시를 읽고 마음이 아파서... 나를 달래는 나...

책장을 넘기다가 사인본이라는 걸 알았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