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구판절판


그것을 기억하기에 내가 태어난 것만 같은
도피이며 종착적인
두 팔 없이도 포옹할 수 있는
불이면서 흙인
그것에 닿는 순간 불면이 시작된
얼굴에 있으나 심장에 속한
입술

나이 들어 고향 마을에 갔을 때
알게 되었지
그녀가 미쳐 버렸다는 것을
내가 고향을 떠나기 전
처음 입술을 준 여자
강둑을 멀리 떨어져서 걸었으나
붐빛이 우리 사이의 공간을 채워 주던 이
이제는 정신이 나가서
꽃나무들 사이로 어른거리며
지나갔지

날리는 꽃잎들 아래서 마주치자
나를 보고 웃었지만
나를 기억하기 때문에 웃은 것이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렇게 내 봄은 줄어들었지-106~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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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3-0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대충 알았지만 다는 아니더라도 슬픈 글들이 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