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기억하기에 내가 태어난 것만 같은
도피이며 종착적인
두 팔 없이도 포옹할 수 있는
불이면서 흙인
그것에 닿는 순간 불면이 시작된
얼굴에 있으나 심장에 속한
입술
나이 들어 고향 마을에 갔을 때
알게 되었지
그녀가 미쳐 버렸다는 것을
내가 고향을 떠나기 전
처음 입술을 준 여자
강둑을 멀리 떨어져서 걸었으나
붐빛이 우리 사이의 공간을 채워 주던 이
이제는 정신이 나가서
꽃나무들 사이로 어른거리며
지나갔지
날리는 꽃잎들 아래서 마주치자
나를 보고 웃었지만
나를 기억하기 때문에 웃은 것이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렇게 내 봄은 줄어들었지-106~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