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음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1월
절판


"연기, 연기 연기 연기. 어디나 연기투성이였어요. 그때, 만일 경찰이 오지 않았다면 저는 틀림없이 그 불탄 자리로 달려가서 연기를 뒤집어쓰고 있었을 겁니다."
"연기를 ㅡ 뒤집어써?"
아저씨 ㅡ 유스케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대체 연기란 무엇일까요. 저는 배우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그건 기체입니까? 가스와는 다르겠지요. 김과도 달라요. 안개와도 노을과도 다르지요?"
"연기는 연기야."
"그래요, 연기는 연기예요. 연기는 사물에서 나오는 겁니다. 사물은 무엇이든지 타지요. 그리고 타면 연기가 나요. 사람도 타면 연기가 나요. 그러니까 연기는 덩어리입니다. 연기는 스윽 하고 하늘로 올라가지 않습니까. 사물의 더러움이 불타 버려서, 마지막에 연기가 되는거예요. 타고 남은 재라는 건, 진짜 찌꺼기예요. 그러니까 연기야말로 모든 사물의 진실한 모습이지요."
"바, 바보 같은 소리. 연기라는 건 가느다란 검댕이야. 검댕 중에서 작은 것이 따뜻해진 기류를 타고 올라가는 거겠지. 찌꺼기라면 연기도 찌꺼기라네."
"그건 아니에요. 연기는 연기예요. 하얗고 청정한 연기와는 달라요. 게다가 연기는 흩어지지만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250~251쪽

연기는 어딘가로 갈 뿐이에요. 결코, 사라져서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연기야말로 사물의 진정한 모습니다."
"유스케, 자네ㅡ."
연기는ㅡ영원(永遠)이다.
마키조는 굳어졌다. 굳어진 채 뒤로 몸을 뺀다. 눈에 불신감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아마 마키조는, 아니 확실히 마키조는 유스케가 정상인지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광이로 보는 눈이다.
ㅡ이상하다.
"그래요ㅡ저는 이상해요. 소방조에 들어온 이유도, 그러니까 그 대략적인 이유는 있지만, 실은ㅡ틀림없이 연기의."-250~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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