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기모노의 소매가 가볍게 올라가고,
종이를 바스락ㅡ하고 치우고,
기모노 속에서 여자의 팔이,
스윽ㅡ하고 나왔다.
ㅡ아내의 손이다.
스기우라는 허둥지둥 기모노를 팔째 접어, 덮치듯이 방바닥에 눌렀다.
ㅡ나오지 마, 나오지 마.
아아ㅡ등 뒤가 무방비하게 비어 있다.
등 뒤에는 장롱이 있다.
스기우라는 그 장롱의 밑에서 두 번째 서랍이 소리도 없이 열리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ㅡ나오지 마!
그리고 서랍에서 몇 개나 되는 가느다란 팔이,
소리도 나지 않는 소리를 내며,
슬슬, 슬슬, 슬슬.
슬슬.
"하지 마! 그만해!"
스기우라는 큰 소리를 지르며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1952년 8월 31일 저녁때의 일이다.-6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