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햇살 참 곱다. 누군가 손길이 어깨에 닿는 것 같어라. 그런 게 봄볕이여.-195쪽
어떤 사내 눈길 같아 뒤돌아보고... 또 어떤 땐 남정네 그림자 같아 문 밖을 기웃거리게 한당께. 꼭 여우 가죽 뒤집어쓴 것 같단 말이시-. 엄마 나이에도 그라요? 이것아, 칠십을 먹는대도 여자 맘은 봄볕을 기다리는 거이다.
여자가 복잡한 거여? 봄볕이 복잡한 거여?
왜 이렇게 나른한 게 싱숭생숭해진다나?-196쪽
이따 밤에 녹두목욕 시켜줄까나? 밥하고 떡하는 줄로만 알았는디, 곡식 갈아 목욕하는 줄은 참말로 몰랐어라. 남자들은 곡식으로 술 담궈 먹고... 여자들은 곡식으로 몸치장하고... 죽자 사자 땅 파는데 그런 낙이라도 있어야제.-198~199쪽
꽃잎 따라 오고만 겨. 꽃잎이 나를 불렀당께.-210쪽
의송화 산나리
빡빡머리 잿빛승복
고운 미소 하나하나를 잔가지처럼 쳐줘야
어린 스님이 청명스님이
바르게 바르게 정진행 하겠지라?-217쪽
내일은 울타리에, 앞마당에 박씨앗을 심어야겠당께. 그래야 쓰것제. 그래야 박꽃 보고 혁필쟁이 아저씨가 부지런히 오시것지라. 너도 내일은 의송화꽃을 심을라냐? 앞마당 가득 심는다고 했잖여? 아니- 길마다 심을 겨. 과수원까지 가는 길에 촘촘히... 그래야 복숭아밭 나비가 오며가며 쉬어 앉지. 네 마음에도 내려앉고? 엄마-. 나 녹두목욕 안 시켜줄 껴? 얘가? 안 되야. 오늘은 엄마가 할 껴. 엄마~.-220~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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