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 예뻐서, 너무도 예뻐서 부르는 이름
김동화 지음 / 행복한만화가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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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위에 가랑가랑
물도 약도 아닌 것이
마시면 취하거니
취하메 흥이로다.
아이야, 상 위에 두고
네 벗 어이 찾느뇨.-198쪽

무슨 사내가 남 진달래꽃 따는 데까지 따라다닌대?
내가 언제?
난 아가부터 진달래꽃 따먹고 있었다, 뭐!
참말이여?
내 입 보면 모르것냐?
온통 벌겋잖여.
그럼 내가 오줌눈는 것도 다 봤겠네?
보지는 못했고
소... 소리만 들었어야.
소리 듣는 게 더 이상했지만-.
그 많은 꽃 따서 어디다 쓴대?
떡 해먹지.
이 많은 꽃으로 떡을 다 한다 말여?
반은 남겨 아버지 술 담가 드리고...
너도 배부를 만큼 따먹었으면 나 좀 도와줄라나?
그라제.
진달래꽃으로 술을 담금면 빛깔이 참 곱더랑께.-199~200쪽

술이 저래 맛있을까~, 잉?
맛은...!
쓰기만 하다던디.
시금털털한 술도 있다더라.
그란디 꼭 꿀물을 마시는 거매로 쉽게 마시고 있네.
그랑께 어른이제.
술이 맛있으면 어른이 되는건감?
술 마시는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지야.-204쪽

동출아-!
예.
다리께 주막 가서 술 한 되 받아오니라.
돈은요?
낭중에 준다고 허고.
알았어라.

도대체 이 안에 무슨 맛이 있간디,
어른들은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겨?
딱 한 번만 먹어볼까나?
안주도 없이 깡술로 먹을라고?
응?
점례구나.
사람을 보고 왜 그렇게 놀란대?-213~214쪽

그래도 뭔 맛이 있길래 어른들이 술술술 허것제?
좀더 마셔보면 맛이 나올라나.
빛깔로 한몫 보는게 꽃술인가벼.
술이란 게 북을 삶아서 만드나 보제?
왜 이렇게 가슴이 콩콩거린대?
나도 꼭 봄볕을 쬐고 있는 것 같어야.
나른한 게 힘이 쪽 빠지고.
숨이 차고... 목소리도... 안 나오지만...
우쨌든 기분은 참 묘... 하다.-221쪽

지나가다 네 목소리 듣고 왔니라.
오늘도 진달래 따먹었는감?
얼굴은 왜 그렇게 벌견 겨?
진달래는 옛날에 졌고요.
오늘은 한잔 했어라.
한잔?
아버지 말씀에 더울 땐 시원하라고 한 잔, 추울 땐 후끈 더우라고 한 잔.
속상할 땐 화 내리라고 한 잔 하신다 했는데, 저는 무슨 맛으로 술을 드시나 궁금해서 한잔 했지라.
그래서 궁금한 것이 싹 가셨냐?
아직도 알쏭달쏭 이네요.
그건 안주 없이 깡술을 먹어서 헛갈리는 모양인디, 안주 좀 줘야겠구먼.-223쪽

에라-! 이 싸가지 없는 놈아!
궁금할 게 없어 술맛이 다 궁금했다더냐?
너같이 어린 것들이 분수 모르고 미친 짓거리하는 덴 몽둥이가 안주랑께!
참나무 몽둥이로 안주를 해야 제맛이 난단 말이여! 인제 술맛을 제대로 알것냐? 알것어?
아우-!
아구구구구!
차라리 벌집을 쑤시지,
다시는 술단지 근처에 얼씬 안 할라요!
그라게,
내 귀에만 살짝 고운 소리하지!
누가 소 잡으라고 큰소리치랬어?

낄낄낄!
키득키득!
허허허!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진달래꽃 근처엔 얼씬도 안 했당께.
그 탐스러운 빨간 꽃을 보면 다리께에서 아버지한테 두들겨맞은 피멍이 생각나서-.
참나무 몽둥이가 생각나서-.
내가 처음 마셔 본 술맛은 쓴 것도 아니었고...
시큼털털한 것도 아니었고...
무지무지하게 아픈 거였지라.-224~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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