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향 1
윤이수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1년 9월
절판


"귀를 틀어막아야 장단을 맞출 수 있다던 내 말은 사실이었어.
그것이 악공으로서는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지도 모른 채, 난 그저 장단을 맞춘다는 사실에만 기뻐했어. 하지만 네가 알게 해 줬지. 다 네 덕분이야.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악공은 반쪽짜리 악공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네 덕분에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어. 네 덕분에 이제는 하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어. 그건 고맙게 생각해."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벗이 될 수는 없겠지.
사린의 눈에 우울한 빛이 들어찼다. 그런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미하에게서 전해 오는 말은 참으로 잔인한 것이었다.
"너,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겠다. 가만두지 않아. 절대 가만 두지 않아."
웃는 낯으로 독한 말을 잘도 뱉어 낸 미하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사린은 착잡한 표정으로 비파를 품었다.
할아버지, 참으로 이상하지요? 어째서 하나를 잃어야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일까요? 이제야 겨우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대신 벗을 잃었어요. 나는 이렇게 마음이 아릿한데......
저 아이는 아닌가 봐요. 그저 내가 미운가 봐요. -188~189쪽

할아버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건...... 참말 쓸쓸한 일인 것 같아요.-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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