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충만 법정 스님 전집 4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1년 10월
절판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칭찬하고 헐뜯는 말을 듣더라도 마음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잘한 일 없이 칭찬을 받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요, 허물이 있어 비방을 듣는 것은 진실로 기쁜 일이다. 기뻐하면 허물을 알아 반드시 고치게 되고, 부끄러워하면 도 닦는 데 채찍질이 될 것이다.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마침내는 그 허물이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남을 해치는 말을 들으면 부모를 헐뜯는 말과 같이 여기라. 오늘은 남의 허물을 말하지만, 내일은 머리를 돌려 내 허물을 말하게 될 것이다. 모든 일이 다 허망한 것인데, 비방과 칭찬에 어찌 걱정하고 기뻐할 것인가.

종일토록 남의 잘잘못을 시비하다가
밤이 되면 흐리멍덩 잠에 빠진다.
이 같은 출가는 시은施恩만 무거워
삼계三界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니라. -야운 비구의 <<자경문>>

말하기 좋다고 남의 말 말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155~156쪽

우리 옛 조상들이 읊은 노래인데, 지당한 가르침이다. 말에는 항상 메아리가 따르는 법이므로 남에 대한 이야기를 이러쿵저러쿵 하면 내 자신이 또한 남의 입살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러니 남의 일에는 옳건 그르건 간에 아예 입을 다무는 것이 현명한 생활태도라고 옛사람은 노래로써 경고한 것이다.
사람의 얼굴에는 눈이 두 개 있고 귀도 양쪽에 달려 있는데 입은 하나밖에 없다. 많이 보고 두루 듣고 적게 말하라는 뜻에서일 것이다. 만약 입이 두 개라면 세상은 얼마나 더 시끄러울 것인가.
자신의 내면이 허약하면 밖으로 눈을 판다. 눈을 팔다 보면 자기 자신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남의 일에 부질없이 참견을 한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 는 말이 있는데, 자신의 더 큰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허물만을 들추어 탓한다는 뜻이다. 너나없이 누구에게나 스며 있는 중생의 부끄러운 속성이다.-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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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0-2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내면이 허약하면 밖으로 눈을 판다.
이 말이 쏘옥 들어와요.
새기고 반성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