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올려본다... 

  달의 영토 - 박현솔

모두들 잠든 시간, 서늘하게 걸려 있는
 저 달은 우주로 귀환하지 못한
 영혼들의 오랜 영토가 아니었을까
 남겨진 이들이 죽은 자를 그리워하며
 갈라진 논바닥처럼 가슴이 타들어갈 때,
 달에 스민 영혼들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상을 내려다본다, 저 영토에도
 개울이 흐르고 새가 날고
 창백한 영혼들이 밥상머리에 모여 앉아
 지상에서의 한때처럼 둥근 숟가락질을 하겠지
 먹구름이 달의 주위를 감싸고돈다
 사자死者들의 영토에 밤이 도래한다
 창가를 비추던 달빛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기억을 쓸던 달빛도 순간 사라지지만
 내 기억 속 한 사람이 상흔처럼 되살아난다
 그는 지금 저 영토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지만
 한때 그의 중심에 박아놓은 수많은 옹이들
 이젠 어떤 참회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 안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힐 때까지
 달의 안부를 오래도록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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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5-0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애님, 이 시 정말 너무 감동적이네요. 옮겨놓아야 겠습니다.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10-05-08 11:15   좋아요 0 | URL
그죠.. 읽고 또 읽고... 넘 감동적인 시입니다.
이런 시를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저에요.
감사하다니요. 저도 담아 온 시인데요.^^

L.SHIN 2010-05-0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도대체 어딜 가면 저렇게 큰 달을 볼 수 있을까.

"저 달은 우주로 귀환하지 못한
영혼들의 오랜 영토가 아니었을까"

후애(厚愛) 2010-05-08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큰 달을 보고싶어요~
달 안 본지 정말 오래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