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 물은 물 - 성철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민음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전에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였다.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작년에 알라디너 분한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게 되었다. 읽을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책장에 꽂힌 이 책이 나를 자꾸 유혹을 하는 바람에 집어들게 되었다. 난 한 번도 성철 큰스님에 관한 책들을 접해보지 못했다. 물론 다른 스님 책들도 마찬가지고... 성철 큰스님은 1912년 지리산 산봉우리가 보이는 경호강변에서 태어나셨고 출가는 25세에 하셨다고 한다. 1993 11 4일 아침 7시에 입적하시고 세상 나이 82, 스님이 되신지 59년째라고 한다.

<산은 산 물은 물> 이 책을 읽으면서 성철 큰스님이 남기신 말씀과 스님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죄송스럽게도 난 그러지를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님이 아닌 아버지 생각이 났던 것이다.  어릴적부터 자라오면서 들어 온 할머니와 고모들의 이야기... 

할머니에게 딸이 일곱명이고 아버지가 막내다. 아들이 귀한 김씨 집안이다. 조상님들께 제사를 지내 줄 아들이 아버지밖에 없었던 김씨 집안. 할머니는 불심이 깊고 스님이 하신 말씀이면 무조건 듣고 들어주었던 할머니셨지만 아버지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린 아버지를 보신 스님은 속세와 인연이 없고 중이 될 상이라고 하시면서 절로 보내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할머니는 스님 말씀에 고개를 흔드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스님은 할머니를 설득하려고 했었지만 할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결혼을 절에서 하고 스님이 주례를 서 주셨다고 한다. 어릴적에 난 아버지의 결혼 사진을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곱게 한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나의 엄마…….

차라리 할머니가 고집을 꺾고 스님 말씀대로 아버지를 절로 보냈다면 어땠을까…….  할머니도 그렇고 나와 언니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아버지도 세상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절에서 마음의 공부를 하면서 편한 생활을 하셨을까……. 나의 생각이지만 그랬을 것 같다. 세상보다 절에서 배우는 게 더 많고 세상이 아버지를 속이지 않았을 것이면, 고달프게 사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와 자식들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스님 말씀대로 속세와 속가에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런데 하는 사업마다 실패를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사기를 당하고……. 여자들한테 상처를 주고 받고……. 그리고 엄마와 자식들을 버리고……. 차라리 스님이 된 아버지였다면 마음속에 아버지라는 이름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텐데……. 아버지를 볼때마다 안 좋은 소식을 들을때마다 할머니는 스님 말씀을 들을건데…….예전보다 더 자주 절에 가시곤 한 할머니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다고 하시면서 눈물 흘리시는 걸 보면서 자란 난…….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준 아버지다. 스님들처럼 속세에 미련을 버리고 자식들에게 차갑고 매몰차게 한다해도 난 아마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좋아했을것이다. 평생을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힘이 들고 상처가 되는지 아버지는 알까……. 마음을 다 비우고 용서를 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산은 산 물은 물>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리뷰 아닌 리뷰를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으면, 많은 걸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론은 용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절에 가서 마음을 비우고 삼천배를 올릴까……. 아니면 부처님깨 답을 달라고 사정을 해볼까……. 하지만 삼천배도 아니고 부처님도 아니다. 바로 나의 마음인 것이다. 정말로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나서도 뭔가가 허전하고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은 왜 드는걸까……. 가끔씩 아버지가 스님이 되었다면 가족 모두가 편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아버지도 편하게 세상을 살아갔을텐데... 하고 언니랑 이야기를 하곤한다.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그 때는 아버지가 아닌 성철 큰스님을 생각하면서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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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멋진날 2010-05-0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애님께 선물 받은 책들 아직 리뷰를 못 썼네요. 죄송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두 멋진 하루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0-05-04 06:3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죄송하다니요.. 공부하시느라 많이 바쁘다는 걸 아는데요.^^
님도 멋진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