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토머리
김한나 지음 / 가하 / 2010년 4월
“이게 무슨 향기냐?”
문을 닫고 자신을 바라보며 불퉁한 목소리를 내뱉는 야속한 서방님이셨으나 아씨께서는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서랍장 안에 고이 말려 모아둔 여린 국화송이를 내어 보이셨다.
“서방님께서 즐겨 드신다는 차를 만들기 위해 말려놓은 국향이옵니다.”
‘이것이 서방님을 기다리며 고이 키워온 제 연심이어요. 그러니 기쁘게 제 연심을 받아주시어요.’
정인 아씨의 눈빛과 몸짓에 갑자기 휘 서방님의 가슴은 바위라도 올린 것처럼 묵직하고 답답해져 오니. 정말로 이 여인이 그 못난 박색의 어린 안해란 말인가? 도무지 믿기지가 않으셨다.
“참, 참! 서방님. 이것도 보시어요. 음, 이것은 서방님 앞으로 입으실 자리옷이고, 으음, 이것은 서방님께서 입으실 도포입니다. 저건 서방님 신으실 버선이고, 참! 이건 도포에 잘 어울릴까 하여 제가 혼자 꼬아 만들어본 술띠입니다.”
차마, ‘어떠시어요? 마음에는 드십니까?’ 하고 물어보지도 못한 채 가만히 눈동자 크게 뜨고 지아비를 바라보는 지어미의 모습에 지아비는 온몸의 맥이 탁하고 풀려버리는 것만 같구나. 이러면 말이다, 휘 서방님께서 사오신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릴 판이다. 사실 월향관에서 나와 집으로 발걸음 하는 길에 집에 있을 어린 안해 얼굴이 갑자기 떠올라서 젖비린내나는 어린 안해에게 줄 만한 것을 찾다가 비단신 한 켤레를 사 들고오던 길이었다. 어린 누이처럼 앙앙대는 말투며 깜찍한 행동이 나름대로 귀여웠던 그의 안해. 연홍이를 보고 나오자 갑자기 어린 안해의 발간 뺨과 하얀 이마가 떠올라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여 누이 같은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다홍빛 꽃신을 사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리 자라버린 사람이니, 그 작은 꽃신이 발에 맞을 리는 없을 것이다.
“정말, 네가 그 박색의 여아가 맞느냐?” -알라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