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 목요일.
오늘은 미국 추수감사절이다. 그래서 온 동네가 조용하다. 모두들 가족들끼리 모이는 명절이니 동네가 텅 빈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조용한 날을 맞이한 나는 기분이 너무 좋다.
올 해는 칠면조 구이를 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칠면조 구이를 만드는데 자그만치 7시간이나 오븐에 넣고 기다려야 하고 또 칠면조와 함께 먹을 옥수수를 삶아야 하고 감자를 삶아서 으깨어야 하고 할 일이 너무 많다. 물론 어떤 집들은 호박파이에다 에그노그도 만든다고 하는데.......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식구가 없는데 뭐하려 이런 많은 음식을 만드는데 시간을 허비하느냐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아무 것도 안 하고 그저 밥이나 해서 먹기로 했다. 나야 밥과 김치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원래 칠면조는 그리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다. 그저 싫다.
이제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성탄절이 다가온다. 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에 꼭 칠면조 요리를 해서 먹는다. 왜 그럴까? 하기사 우리나라 명절인 추석과 설날에도 많은 음식을 만드는데 여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냐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 며느리들이 너무나 고생이 심하다. 무엇보다 친정이 없는 며느리들은 더욱 더 심한 편이다.
밖을 보니 첫눈이 온 건지 아니면 서리가 내린 건지 잔디 밭이 아주 쬐끔 하얗다. 첫눈은 꼭 봐야하는데 이상하게 이곳은 사람들이 다 자는 깊은 밤에 눈이 내린다. 참 얄미운 첫 눈이로고. 하지만 아직은 첫눈을 볼 기회는 오겠지 하고 희망을 품어본다.
추수감사절이라 모두들 고향으로 가 버린 사람들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이니 아무래도 토요일날 다 돌아오지 싶다.
난 추수감사절보다는 우리나라 명절인 추석과 설날이 최고로 그립다. 가족은 없지만 그래도 언니랑 보내는 명절은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다.
오늘 나는 칠면조 구이를 안 먹었으니 칠면조 한 마리를 살린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