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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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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 먼저 멀미약을 먹기를 권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서이다.

몇 년전 시간여행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한창 인기를 모았었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시공간을 넘다드는 여행은 얼마나 설레는 일일까. 하지만 연쇄살인마 하퍼와 함께 하는 여행은 끔찍하고 분노스럽기만 하다.

 

 

하퍼 커티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밑바닥 날품팔이꾼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시비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시카고 우범지대를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집이 바로 '더 하우스'였다.

인기리에 방영했던 영국의 '닥터후'를 연상하면 되겠다. 닥터후가 우체통에 들어가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하퍼는 이 '더 하우스'에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범상치 않은 '살인여행'이었다.

 

책을 반 넘어 읽을 때까지도 하퍼가 저지르는 살인시기가 70여 년에 걸친 시간표가 나열되어 있어 도대체 그의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길래 70여 년에 걸친 살인을 저지른다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퍼는 아름답게 빛나는 소녀들을 찾아내어 그 소녀가 어른이 된후 찾아가 다시 살인을 하는 독특한 살인마이다.

제목의 '샤이닝 걸스'는 바로 하퍼의 먹잇감이 되었던 빛나는 소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퍼의 손에 죽어간 소녀들에게 공통점은 없었다. 단지 하퍼의 눈에 빛나게 보였을 뿐이었다.

어린 소녀의 뒤를 쫓아가 말한다. '다시 오마!'

빛나는 소녀를 발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아가 살인을 저지는 상상만으로도 그의 아랫도리가 부풀만큼 사이코패스적 성도착자인 하퍼의 살인방식은 끔찍하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흩뿌려놓는 그의 처참한 살인을 들여다보면 구역질이 절로 올라온다. 그렇게 죽어간 여자들에게 하퍼는 선물을 남긴다. 전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을 다음 피해자에게 넘기는 식이다. 그리고 '더 하우스'의 전시실에 '살인지도'를 그려놓고 마치 하나의 고지를 점평하듯 지도를 완성해나간다.

 

하퍼가 죽이려 했지만 유일하게 죽지 않았던 소녀 커비 마즈라치!

사랑하던 애견 도쿄와 함께 호숫가에 산책을 나갔다가 하퍼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배를 찔리고 마지막 숨이 끊어지지 직전 하퍼의 공격으로 죽어가던 도쿄의 마지막 충성적인 힘으로 겨우 살아난 커비!

그녀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신문사에 견습직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을 죽이려했던 사나이의 정체를 쫓는다.

하지만 그의 뒤를 쫓을 수록 살인현장에 남겨진 선물이 뜻하는 시간은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70년대 피해자의 곁에 있던 선물이 80년대 생산된 것이라니....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퍼는 자신이 죽였을 것이라고 믿었던 커비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다시 죽이기 위해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퍼의 존재를 쫓는 커비!, 그리고 자신을 쫓는 커비를 죽이기 위해 다시 돌아온 하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주 독특한 소재의 스릴러물인 '샤이닝 걸스'는 일반적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더하진 않다.

시공간을 넘다드는 살인에 다소 혼란스럽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소녀들을 방문하는 장면들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지막 하퍼와 커비의 대결은 영화의 한장면처럼 생생하고 긴박하다.

문제는 하퍼같은 연쇄살인마가 현실에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막바지 더위를 날리는 빛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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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1 - 조선 패밀리의 탄생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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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를 어렵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이런 역사책은 없었다.

"톡 하였느냐?  그리하여 통하였느냐?"  "네, 톡하고 통하였나이다."

정말 이렇게 유쾌한 역사책이 있을까? 기발한 실록을 보다보면 배꼽이 어디갔는지 찾아야 할 지경이 된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외워야 겨우 집어넣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 저절로 머리에 와서 콕콕 박힌다.



이 책을 기획한 무적핑크님을 그냥 마구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역사를 좋아했고 지금도 역사서라면 가정 먼저 펼쳐보는 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지루하고 힘들어한다.

더구나 국영수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역사를 볼때마다 우리의 앞날이 걱정이 되곤 했는데 머리좋고 센스있는 무적핑크님이 이런 책을 만들다니...꼭 껴안아 주고 싶다.



일단 재미있다! 책을 열면 글자만 가득했던 역사책이 아니고 웹툰과 실록의 만남이 만든 기가막힌 그림책을 읽다보면 한 시간도 안되어 책이 후딱 읽혀진다. 앞머리에 그 단락의 주인공들을 요렇게 꼭 집어 평가해놓음으로써 저자의 유머와 센스가 돋보이는데다 독자는 그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문을 열게 된다.



실록에 기록된 정사와 기록에는 없지만 전해내려오는 '픽션'을 비교해놓으니 실록에서는 볼 수 없던 사실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의 위트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톡을 통해 대화를 하는 창을 열어놓았으니 그야말로 압권이다.

길게 서술할 필요가 없으니 과연 스마트시대에 어울리는 '톡 교육법'이다.

웃다보면 그냥 머리에 콕콕 박힌다니까. 사관 민인생이 성격 괄괄한 태종 이방원을 거의 스토킹 수준으로 따라다니며 역사를 기록하는 부분을 보면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폭소가 절로 나온다.

정승급만을 위한 연회에 몰래 따라가거나 얼굴을 감추고 사냥터를 쫓아가고 담 너머로 엿보거나 휘장을 걷고 몰래 살펴보다가 걸려서 혼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사관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오 훌륭하지만 개그감각도 뛰어난 사관 아닌가.  


그렇다고 마냥 웃기는 책만은 절대 아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순신이 노량대첩에서 전사하지 않았다면 어떤 꼴을 당했을지와 비교해놓은 글은 역사를 좋아하는 나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핵심을 찌르는 의견이었다. 사실 이성계가 고려를 멸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꿈꿨다기 보다는 위화도에서 계속 직진을 해도 죽고 돌아가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국 왕은 하늘이 만든다더니 이성계는 자의에 의한 건국보다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이 노량대첩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과연 쫌생이 선조는 그를 살려 두었을까? 하면 이순신은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전사의 길을 택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암튼 재미있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톡서다.

한 왕조의 핵심적인 사건들을 정리해놓아서 무겁지 않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역사라면 죽어라 싫어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미 조선왕조실록을 알차게 읽었다는 사람에게도 다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톡하고 꼭 통하시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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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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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전에 1000억대 기업의 CEO가 된 여자!' 이 책의 저자인 소피아 아모루소에게

붙은 수많은 수식어중 가장 내 눈을 끄는 소갯말이다.

한 때는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했고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던 소녀였던 그녀가 'Girl'에서

'Girlboss'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갑자기 내 인생이 무척이나 시들해진다.

자신의 이력서에 써넣을 변변한 기록하나가 없는 그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Nasty Gal을 창립하고 5년 만에 1000억대의  CEO가 되다니. 과연 가능한 일인가.



어려서부터 평범한 아이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기는 했었다.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주의력 결핍증을 의심할만큼 산만한 아이였다. 더구나 고등학교가 끔찍하게 싫어 뛰쳐나와 그 때부터 독립적인 생활을 한 당돌한 소녀였다.

2006년 탈장 진단을 받고 의료 보험을 보장해주는 직장을 구해 일을 하던 중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인터넷을 헤엄치기 시작했고 '네스티 갤 빈티지'라는 이름의 이베이 숍을 개설하기에 이른다.

일단 소피아는 어딘가에 묶여 창조적이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그녀의 빈티지한 스타일, 즉 남다른 패션감각은 독특한 취향을 가진 고객들의 환호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한푼의 자본금도 없이 온라인 빈티지 샵을 운영했던 것은 결국 그녀를 성공의 길로 이끈 기회가 되었다.  여웃돈 없이 오늘,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움직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애초에 거대한 사업체를 키우겠다는 야망은 없었다. 다만 오직 혼자 살아남아야하는 절박한 시기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해서 기회를 잘 잡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업을 시작했을 무렵 마침 인터넷 시장은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무일푼 사업가인 그녀가 돈이 들지 않는 SNS마케팅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홍보효과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물론 나는 그녀가 운도 따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이 올린 글에 일일이 댓글을 달면서 떨어진 단추하나까지 챙겨 보내는 열정이 없었더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 졸업장도 없이 전공을 한 것도 없는 그녀가 어떻게 스스로 마케팅의 기본을 깨치고 그 이상의 효과를 얻어냈는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그녀만의 '촉'이 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남다른 마케팅수완과 열정은 자연스럽게 성공의 길로 그녀를 인도하고 말았다.

참 타고난 여성이다. 영민한 머리와 부지런함과 겁없는 배짱이 모여 그녀를 지금의 위치로 이끈 것이다.



이제는 몇 천명 직원을 거느린 CEO로서 면접에 주의할 사항까지 조언할 정도가 되었다.

자칫 우스운 조언일지도 모르지만 사소한 것이라고 하기엔 중요한 팁들이 들어있어 정신이 번쩍든다.

'면접관보다 더 많이 질문하기'라던가, '질문을 하나도 안 하기'같은 것은 정말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우연처럼 찾아온 성공이 아니라 맨 밑바닥부터 하나씩 밟고 올라간 솔직한 얘기에 그녀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잊고 싶을 수도 있는 과거의 지저분한 이야기들까지 고백할 정도로 쿨한 성격도 마음에 들고 어떤 상황에 닥치든 대차게 대응하는 겁없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도 부럽다.

훔친 책을 팔아 생활했다는데 아마 서점에서 훔칠 책을 고르면서 제법 괜찮은 책들을 읽었던건 아니었을까.

훔친 책에서 지혜를 다시 훔치고 아낌없이 팔아치우는 소녀를 떠올리니 범죄자라기보다 악동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갑작스런 성공에 두렵다고 한 고백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큰 실패없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자신도 생각지 못한 성공이 어찌 행복만 하겠는가. 하지만 그녀라면 분명 더 멋지고 대단한 기업가로 남을 것이다.

자 '걸'로 남을 것인가 '걸보스'가 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선택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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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
맥스 루케이도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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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안토니오의 가장 오래된 동네인 킹 윌리엄에는 신기한 카페가 있다.

하나님과 교신할 수 있는 하늘 우체통이 있기 때문이다.

카페의 주인인 첼시는 오래전 소피아 할머니가 처음 열었던 카페에 돌아와 재오픈을 하게 된다.

NFL의 스타였던 남편 소여의 외도로 집을 나온 첼시는 고향인 킹 윌리엄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곧 열 세살이 되는 아들 핸콕과 자신을 쏙 빼닮은 여섯 살배기 딸 에밀리를 키우기 위해서 카페를

연 첼시는 매니라는 스페인계 남자를 고용한다. 사실 매니는 첼시의 수호천사로 그녀를 돕기 위해

위장을 하고 카페의 일꾼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팔만육천달러의 빚까지 얹어진 카페는 너무나 한산했다. 하지만 어느 날 요상한 사람들이 설치해 놓은

라우터 덕분에 손님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이른 바 '하늘나라 우체통'

누구든지 단 한번 하나님께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친절한 하나님은 제깍 제깍 답변을 해주셨고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물밀듯이 몰려든 것이다.

정말 하나님의 답변이 맞는 것일까?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의 존재는 믿는다. 하지만 과연 정말 거기에 계신 것일까?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처럼 이런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하나님은 '물론 여기 있다마다'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아 정말 유머가득한 하나님이 아니신가.

첼시의 카페에 몰려든 사람들의 수많은 질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답변해주시는 유머가득한 하나님을 보니 나도 첼시의 카페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단 한번의 질문이라니..나는 무슨 질문을 할까.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은 첼시와 그녀를 도우려는 천사들의 이야기가 참 감동스럽다.

카페에 맴도는 검은 악의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천사들이 모여들고 하나님의 기적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남편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을 문을 닫은 첼시는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늘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첼시의 언니 새러의 입을 통해 밝혀진다.

'난 우리 주위에서 우리가 깨닫는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 하나님은 이  세상의 나쁜 일, 지저분한 일까지도 이용해서 우리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신다고 생각해.'

정말 하나님이 계시다면 모든 사람들이 불행해지면 안된다. 모두가 행복한 선한 세상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곳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악행과 불행한 일들을 과연 하나님은 보기만 하고 계신것인가...하는 의문들.

100% 충족된 답은 아니지만 그 수많은 불행한 일들을 통해 우리를 좀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거지.


굳이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소설을 읽으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다.

어떤 기도든 하나님은 절대 흘려 들으시는 법이 없다는 말과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자그마한 희망마저 느껴진다.  외롭고 험난한 상황에 빠진 첼시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보여주는 영성 소설이라 하겠다.

부자교회를 혐오하고 이기적인 종교인들을 거부하는 나로서도 참 하나님의 존재를 만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요즘 계속 이런 영성소설이 내곁에 오는 것을 보니 나도 곧 하나님의 세계로 인도되려나 보다.

누구를 향한 기도이든 진심어린 기도라면 뜻이 하늘에 닿지 않겠는가.

지금도 내 곁에 나를 지켜주는 매니같은 수호천사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고집센 주인을 만난 불운을 이기고 애틋하게 나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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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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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프랑스를 여행갔을 때, 베르사이유궁의 정원을 보고 입을 다물수 없었다.

너무도 아름답고 세심했던 그 정원을 거닐었을 왕과 왕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예술적인 감각의 절정이 만든 정원의 모습이 주는 감동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뒤 미국 LA에 있는 헌팅턴라이브러리의 정원에서 세계 각국의 정원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역시 일본의 정원이 가장 아기자기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소쇄원같은 멋진 정원이 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정원은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자연에 더 가까운 숲같은 느낌이다.


 

남다른 지성과 감성을 지닌 작가들의 정원은 어떤모습일까. 참 궁금해진다. 뭔가 더 특별한 풍경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잘 모르는 작가도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정원이 더 궁금하다.


 

추리물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래된 정원의 모습을 보니 너무도 반갑다.  그녀의 그린웨이 정원에서는 길을 잃기 쉽다고 한다. 너무도 크고 웅장하기 때문일까. 불행했던 첫번째 결혼을 물리치고 두 번재 남편인 고고학자 맥스 말로윈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던 그린웨이에서 수많은 걸작이 탄생했던 것이다.

아가사는 그린웨이를 어찌나 아꼈던지 남편 맥스를 따라 이라크 탐사 여행을 떠날 때마다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정원은 단순히 풍경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다행이 그린웨이는 아가사 사후에도 살아남아 그녀의 자취를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영문시의 대가 윌리엄 워즈워스의 정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단 그가 태어난 고향의 집이 너무도 아름답다. 바로 뒤에 더웬트강이 흐르고 언덕을 병풍처럼 두른, 저택에서 수영을 즐기고 낚시를 했던 그의 어린 시절은 너무도 풍요로워 보인다.

하지만 잇따른 부모의 죽음으로 가난을 경험한 그는 어린 시절 고향집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그의 작품에 되살려냈던 것같다.

결국 그는 다시 고향집을 찾을 수 있었고 멋진 정원을 꾸밀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곳에 살때 워즈워스는 전업 시인이 되었고 그의 창조력은 바로 이 정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결국 작가들의 정원은 창조력의 원천이 숨어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만의 세상을 그리고 직접 흙을 파고 꽃을 심는 모습에서 그들의 감각적인 재능이 발현되었을 것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버나드 쇼의 정원이 있는 집에 안착한 일화가 참 재미있다. 런던의 연극계에서 멀지 않은 집을 찾고 있던 버나드 쇼는 아욧 세인트 로렌스의 교회 묘지에서 어느 70세 노파의 묘비명이 '시간이 짧았다'인 것을 보고 70년이 짧다고 여겨지는 곳이라면 자신이 정착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다고 한다.  역시 해학이 넘치는 작가이다. 사후에 자신의 묘비명이 후세사람들에게 굉장한 유머가 될 줄을 알았을 것이다. 지금도 죽은 박물관이 아닌 살아있는 명소가 된 그의 정원에서 그는

'정원에서는 결코 우물쭈물 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돌봤다고 하니 그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어떠했는지 짐작된다.

좁은 상자같은 아파트에서 나만의 정원을 꿈꾼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정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의 여유가 찾아온 것처럼 평화로움이 스며든다.

요즘 시대의 작가들은 좁은 서재에서 마음의 정원을 바라보며 글을 쓰겠지.

오래전 자연을 닮은 정원에서 맘껏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여유가 너무도 부러워진다.

그저 조그만 텃밭으로 위안을 얻는 내가 잠시 행복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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