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오래전 프랑스를 여행갔을 때, 베르사이유궁의 정원을 보고 입을 다물수 없었다.

너무도 아름답고 세심했던 그 정원을 거닐었을 왕과 왕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예술적인 감각의 절정이 만든 정원의 모습이 주는 감동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뒤 미국 LA에 있는 헌팅턴라이브러리의 정원에서 세계 각국의 정원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역시 일본의 정원이 가장 아기자기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소쇄원같은 멋진 정원이 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정원은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자연에 더 가까운 숲같은 느낌이다.


 

남다른 지성과 감성을 지닌 작가들의 정원은 어떤모습일까. 참 궁금해진다. 뭔가 더 특별한 풍경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잘 모르는 작가도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정원이 더 궁금하다.


 

추리물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래된 정원의 모습을 보니 너무도 반갑다.  그녀의 그린웨이 정원에서는 길을 잃기 쉽다고 한다. 너무도 크고 웅장하기 때문일까. 불행했던 첫번째 결혼을 물리치고 두 번재 남편인 고고학자 맥스 말로윈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던 그린웨이에서 수많은 걸작이 탄생했던 것이다.

아가사는 그린웨이를 어찌나 아꼈던지 남편 맥스를 따라 이라크 탐사 여행을 떠날 때마다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정원은 단순히 풍경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다행이 그린웨이는 아가사 사후에도 살아남아 그녀의 자취를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영문시의 대가 윌리엄 워즈워스의 정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단 그가 태어난 고향의 집이 너무도 아름답다. 바로 뒤에 더웬트강이 흐르고 언덕을 병풍처럼 두른, 저택에서 수영을 즐기고 낚시를 했던 그의 어린 시절은 너무도 풍요로워 보인다.

하지만 잇따른 부모의 죽음으로 가난을 경험한 그는 어린 시절 고향집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그의 작품에 되살려냈던 것같다.

결국 그는 다시 고향집을 찾을 수 있었고 멋진 정원을 꾸밀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곳에 살때 워즈워스는 전업 시인이 되었고 그의 창조력은 바로 이 정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결국 작가들의 정원은 창조력의 원천이 숨어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만의 세상을 그리고 직접 흙을 파고 꽃을 심는 모습에서 그들의 감각적인 재능이 발현되었을 것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버나드 쇼의 정원이 있는 집에 안착한 일화가 참 재미있다. 런던의 연극계에서 멀지 않은 집을 찾고 있던 버나드 쇼는 아욧 세인트 로렌스의 교회 묘지에서 어느 70세 노파의 묘비명이 '시간이 짧았다'인 것을 보고 70년이 짧다고 여겨지는 곳이라면 자신이 정착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다고 한다.  역시 해학이 넘치는 작가이다. 사후에 자신의 묘비명이 후세사람들에게 굉장한 유머가 될 줄을 알았을 것이다. 지금도 죽은 박물관이 아닌 살아있는 명소가 된 그의 정원에서 그는

'정원에서는 결코 우물쭈물 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돌봤다고 하니 그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어떠했는지 짐작된다.

좁은 상자같은 아파트에서 나만의 정원을 꿈꾼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정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의 여유가 찾아온 것처럼 평화로움이 스며든다.

요즘 시대의 작가들은 좁은 서재에서 마음의 정원을 바라보며 글을 쓰겠지.

오래전 자연을 닮은 정원에서 맘껏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여유가 너무도 부러워진다.

그저 조그만 텃밭으로 위안을 얻는 내가 잠시 행복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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