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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1 - 조선 패밀리의 탄생 ㅣ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누가 역사를 어렵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이런 역사책은 없었다.
"톡 하였느냐? 그리하여 통하였느냐?" "네, 톡하고 통하였나이다."
정말 이렇게 유쾌한 역사책이 있을까? 기발한 실록을 보다보면 배꼽이 어디갔는지 찾아야 할 지경이 된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외워야 겨우 집어넣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 저절로 머리에 와서 콕콕 박힌다.
이 책을 기획한 무적핑크님을 그냥 마구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역사를 좋아했고 지금도 역사서라면 가정 먼저 펼쳐보는 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지루하고 힘들어한다.
더구나 국영수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역사를 볼때마다 우리의 앞날이 걱정이 되곤 했는데 머리좋고 센스있는 무적핑크님이 이런 책을 만들다니...꼭 껴안아 주고 싶다.
일단 재미있다! 책을 열면 글자만 가득했던 역사책이 아니고 웹툰과 실록의 만남이 만든 기가막힌 그림책을 읽다보면 한 시간도 안되어 책이 후딱 읽혀진다. 앞머리에 그 단락의 주인공들을 요렇게 꼭 집어 평가해놓음으로써 저자의 유머와 센스가 돋보이는데다 독자는 그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문을 열게 된다.
실록에 기록된 정사와 기록에는 없지만 전해내려오는 '픽션'을 비교해놓으니 실록에서는 볼 수 없던 사실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의 위트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톡을 통해 대화를 하는 창을 열어놓았으니 그야말로 압권이다.
길게 서술할 필요가 없으니 과연 스마트시대에 어울리는 '톡 교육법'이다.
웃다보면 그냥 머리에 콕콕 박힌다니까. 사관 민인생이 성격 괄괄한 태종 이방원을 거의 스토킹 수준으로 따라다니며 역사를 기록하는 부분을 보면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폭소가 절로 나온다.
정승급만을 위한 연회에 몰래 따라가거나 얼굴을 감추고 사냥터를 쫓아가고 담 너머로 엿보거나 휘장을 걷고 몰래 살펴보다가 걸려서 혼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사관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오 훌륭하지만 개그감각도 뛰어난 사관 아닌가.
그렇다고 마냥 웃기는 책만은 절대 아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순신이 노량대첩에서 전사하지 않았다면 어떤 꼴을 당했을지와 비교해놓은 글은 역사를 좋아하는 나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핵심을 찌르는 의견이었다. 사실 이성계가 고려를 멸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꿈꿨다기 보다는 위화도에서 계속 직진을 해도 죽고 돌아가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국 왕은 하늘이 만든다더니 이성계는 자의에 의한 건국보다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이 노량대첩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과연 쫌생이 선조는 그를 살려 두었을까? 하면 이순신은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전사의 길을 택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암튼 재미있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톡서다.
한 왕조의 핵심적인 사건들을 정리해놓아서 무겁지 않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역사라면 죽어라 싫어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미 조선왕조실록을 알차게 읽었다는 사람에게도 다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톡하고 꼭 통하시길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