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구원 - 미학하는 사람 김용석의 하루의 사고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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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다.

들판에 핀 이름없는 꽃들에게도 이 세상에 온 의미가 있고 그 한송이에 우주가 깃들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 책에서의 '사소한 것'이란 의미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무심한 일들을

빗대는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그 무심한 일들을 세상밖으로 끄집어내어 사소하지 않게 한 것이

이 책인듯 하다.

 

 

 

왜 우리가 야구에 열광하는지,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기울이는 친구의 딸이야기에서 무엇을 끌어내는지 듣다보면 정말 사소한 것들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바로 엊그제 대통령은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 부처의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감행된 이 임명에

야당은 청문회가 왜 필요하냐고 아우성이다. 야당의 목소리가 반드시 국민의 목소리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협의없이 임명된 앞선 몇 몇 장관의 업무능력이 어땠는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대통령을 탄핵시켜 감옥에 보낼만큼 진보된 국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업무능력은 최고라고 한다면 그냥 봐주고 응원해줘야 하는 것인가.

이 점에 대한 저자의 일갈을 눈여겨 봐야 한다. 바로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자신의 흠결위에 올라선 공직자들이 말이다.

 

 

 

내가 가장 아팠던 문장은 '책의 죽음'에 관한 글이었다.

그동안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왔던 책들의 수명이 50년 혹은 100년밖에 남지 않았다니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말보다 공포스럽다.

하지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책을 읽지 않고 팔리지 않고 출판사들이 문을 닫는다.

 

 

 

과연 이런 와중에도 죽을 걸 뻔히 아는 전장터에 책을 내보내야 하는 출판인이나 저자들의 가슴은 어떤 심정일지 짐작도 못하겠다. 그냥 몰살하기보다 저항은 해봐야겠다는 안간힘이 느껴져 가슴아프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인류의 문명이 가장 꽃피운 이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승산없는 이 전쟁에 구호품 하나쯤은 보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책에게.

그게 댓가없이 누리는 안락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테니까. 그리고 크게 남겨줄 유산도 없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후손들에 대한 의무가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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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모이는 디테일 -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창업의 비밀
박지훈.주시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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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세월을 사는 동안 몇 번의 경제 고비가 닥쳤다.

70년대의 '오일쇼크'는 내가 아직 어렸을 때라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마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무척이나 고생을 했을 것이다. 산유국이 아니다 보니 국제 유가에 따라 우리 경제는

조마조마한 다리를 여러번 건너야만 했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고통스러웠다는 IMF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이었고 심지어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이랄까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오히려 직장을 잃은 가장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주부들의 활약으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섬에서 사는 나로서는 바다에서 고기가 많이 잡히느냐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경제상황을 체감하는데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님을 도시로 나가면 실감하게 된다.

 

 

베이비붐세대인 우리 또래의 친구들은 몇 년전부터 하나 둘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정말 극적으로 성공해서 세를 얻어 들었던 가게가 들어있는 건물을 인수한 친구가 있다.

워낙 유명한 고깃집이 되어 가끔 TV에 나오기도 하고 덕분에 동창회 찬조금을 짭짤하게 낸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옆에 오랫동안 고깃집을 했던 친구는 얼마전 가게를 비워주고 장사를 접었다.

'궁중족발사건'이 먼 이웃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바로 이 친구가 그런 경우에 휘말렸다고 한다.

이태원이 그렇게 확뜨기전부터 어린시절 이태원에서 낳고 자란 친구는 그닥 상권도 좋지 않았던

곳에 고깃집을 냈다. 워낙 인심이 좋고 평판이 좋아 몇 년전부터는 여러곳에 소개도 되고 제법

장사가 잘되는 핫스팟이 되었는데 아마 건물주가 가게를 비워달라고 한 모양이었다.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데 버틸 재간도 없도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며칠 전 친구의 아내는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았던지 아직 세상을 버릴 나이가 아님에도 갑작스럽게 떠나버렸다.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은 어떤 이유로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지 자세히 알지 못했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비통함에 잠긴 친구를 위로조차 건네지 못했다고 한다.

참 돈이 뭔지 인간의 목숨보다 더 소중해진 시대가 되고 말아서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무풍지대인 섬에서 가끔 도시로 나가면 어제까지 열려있던 가게앞에 '임대'가 붙여져있고 불과

석달 전에 예쁜 화분을 내놓고 개업을 알리던 가게마저 불이 꺼져있고 역시 임대푯말이 붙었다.

6백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에 상가건물중 여려곳이 비어있고 건너편 상가쪽 건물들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상권이 바닥이라는 증거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말하자면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존재이다.

거대한 빅데이터를 보니 그저 아마추어 수준의 발품파는 정도가 아니다.

IMF때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가 '위기가 기회다'였다.

아무리 어려워도 누군가는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들을 팔아야하고 누군가는 그걸 이용해야만 한다.

사실 내 가족중에 누군가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불황에 살아남을 업종이 과연 있기나 할까. 하지만 일자리도 없고 놀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정말 이런 불황이 기회가 되어 오히려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걸고 펼쳐본 책에 그득하게 나열되어 있는 정보들을 보니 눈이 다 휘둥그레해진다.  하긴 이 정도의 데이터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창업을 하라고 권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렵다는 와중에도 줄을 서서 먹기를 기다리는 식당도 있고 만들어내기가 바쁘게 동이나는 빵집도 있다.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면 정말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어떤 상권에 도전을 할 수 있을지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창업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도 빅데이터에 등장한 지역의 맛집을 가보고 싶을 정도였다.

널린 빈 가게를 성공의 발판으로 이끌 멋진 창업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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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 - 시대를 이끈 한 구절의 지성
허연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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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도 대단하지만 글의 힘은 말을 뛰어 넘는다. 말은 공중에 흩어지지만 글은 남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많이 읽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감동적이거나 충격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외울 정도의 문장은 거의 기억에 없다. 그 사이 나를 스쳐간 그 수많은 문장가들의

글이 시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내 읽힘이 시원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근래 하도 이 소설의 첫문장이 여기저기 나오는 바람에 나도 하나 외워둔 글이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번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다.

고작 요 정도의 기억력을 가진게 전부인 나이기에 이 책의 수많은 문장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도서실에서 아무 책이나 펼쳐내어 문장 하나씩을 골라낸 것이 아니라

더욱 그렇다.

 

 

 

60여편이 조금 못되는 책에서 골라낸 문장은 아쉽게도 내가 읽은 책이 몇 되지 않는다.

저자의 박학과 다식함에 놀라면서 그나마 등장한 몇 안되는 읽은 책 중에서도 문장들은

거의 기억에 없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에드먼드 버크'란 인물도 처음 만났다. 왕과 귀족을 끌어내린 프랑스혁명은 가히 세계사를

압도할만한 혁명임에도 이 버크란 인물은 혁명 뒤에 숨은 비극을 알아챘다고 했다.

내가 이 문장에 한표 던지고 싶어진 것은 우리 역사가, 아니 모든 역사가 이런 비극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암울한 이 시대를 벗어나고자 시민들의 혁명이 휩쓸고 지나가도 결국 다시 변혁을

요구하는 시간이 도래한다. 바꾸면 나아지겠지 싶지만 또 다른 이유로 사회를 고갈되고 분해된다.  '문제가 있는 부분만 변혁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 백표!

 

 

 

진보라고 주장하는 놈들도 보수로 지키겠다는 놈들도 다 똑같다. 제대로 된 정치가 없는 사회인데 또 누군가를 뽑아야 되는 시간들이 가까워지고 있다. 보수의 품격? 진보의 참신함?

개풀 뜯어먹는 소리다.

 

 

 

사실 작가들의 글을 보면 자신의 삶에서 건져낸 글들이 많다. 그런 글이야 말로 살아있는 문장이

되고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문장에서 자신의 상처를 드러냈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꺼내놓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상처받았던 시간들이 지나도 흉터는 지워지지 않았고

그렇게 아파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문장은 남는다. 그게 글의 힘이다.

그러니 자신의 숨이 멎어도 뒤에 남을 문장을 쓰는 사람들의 책임은 크다. 죽지 않기 때문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파인만은 평생 권위를 거부한 채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았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렇게 살기는 정말 어렵다. 어쩌면 파인만은 그렇게 살만큼 세상에 도도하기도 했거니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타협하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살 수 있을만큼 탁월한 자신감과 능력.

'나는 타인들의 기대대로 살지 않는다. 내가 타인들이 원했던 것을 성취해주지 못했다면 그것은

그들의 실패지, 내 실패가 아니다.'이렇게 멋진 일갈이 있을까. 물리학자의 이 한문장이 가슴에

고인다.

 

문장 하나에 작가의 이상, 인생, 그리고 역사까지 담겨있다.

읽어보지 못한 책을 다 읽은 듯도 하고 만나보지 못한 저자와 고뇌에 찬 인생을 논한 것도 같다.

대체로 치열하게 고독하게 전투같은 삶들을 살다갔다.

그래서 남겨진 한 문장은 그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고고하다. 누구라도 허물수 없다.

한 문장에 대한 해설 혹은 해석은 고작 두어장 정도이다. 하지만 담긴 여운은 너무 길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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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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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세계적인 사기극이 발생했다. 더구나 그 사기꾼은 미모의 여성이었다.

깊고 푸른 눈은 상대방을 빨아들일 것처럼 아름다웠고 군주처럼 압도되었다.

그런 그녀의 사기극은 어떤 것이었을까.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에서 불과 열 아홉의 나이로 바이오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한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의 홈즈는 피 몇방울만 있으면 260여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메디칼 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암의 정복이 눈앞이라는 최근의 의학사에서도 획기적인 발명이 아닐 수 없었다.

600만달러로 시작한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수십억달러에 이르렀고 엘리자베스는 어린시절의 꿈이라고 말했던 억만장자가 되었다.

명망있는 조상을 둔 공직자 집안의 맏딸로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입학한 홈즈는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중국에서 중국어를 익혔고 이 언어능력으로 싱가포르의 게놈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한다. 이 곳에서 사스의 원인균인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하는 연구를 하게되었고 이때 쌓은 실적으로 2003년 약물전달패치에 관한 첫 특허를 출원하게 된다. 홈즈는 화학자로서 어느 정도 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홈즈는 학교를 그만두고 '건강관리의 민주화'라는 목표를 담은 '리얼타임 큐어'라는 회사를 만든다.

이후 600만달러이 초기투자금으로 회사이름을 '테라노스'로 바꾸고 손쉽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메디칼 키트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과연 '나쁜 피'라는 뜻이 왜 등장했을지를 검색해보았다. 그렇게 검색에 등장한 나쁜 개발자겸 사기꾼이 미모의 여성 엘리자베스라니. 그녀는 어려서부터 영특했고 야망이 있었다.

크면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억만장자'라고 답했다는 그녀. 대통령이 되기 보다 억만장자가 되어 대통령 남편을 갖게다는 대답에서 이미 그녀의 야망을 넘어선 무모함이 싹뜨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미 미국에서 저명한 정치가와 사업가, 투자자들이 그녀의 사기극에 들러리가 되었다. 그것도 거의 자청으로.  물론 엘리자베스의 키트는 멀지 않은 장래에 분명이 개발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교묘하게 투자자들을 속였다. 혈액을 판독하는 판독기는 완성품이 아니었음에도 버젓이 시연회에서 완벽한 제품인 것처럼 거짓 연출을 감행한다. 그녀의 캠프 부서원들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어쩌면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키트를 기어이 발명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때까지 필요한 투자금을 계속 끌어들이려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순전히 투자금에 욕심이 났다기보다는 자신의 허상이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았다. 거짓말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했던 것처럼 점차

엘리자베스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져갔고 심지어 자신의 직원을을 협박하고 조종하기에 이른다.

  

 

이제 그녀의 사기극을 눈치 챈 직원들이 하나 둘 그녀를 떠나기 시작했고 언젠가 밝혀질 진실을 묻기 위해 엘리자베스는 범죄도 서슴치 않는다.

언젠가 분명 자신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나올 '키트'가 아직은 때가 아님을 알았다면 엘리자베스는 멈춰야했다. 그녀의 사기극의 정점은 자신을 홍보하는데 기가막힌 능력이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가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는가 하면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는 것 처럼 연기하거나 무대위에 배우처럼 보이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마법같은 연기들이 엄청난 사기극의 밑밥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꼬리는 결국 밟히고 만다. 늘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용했던 바로 언론에 의해.

2015년 경이이었다. 그럼에도 엘리자베스는 얼른 백기를 들지 않는다.

이제 언론들은 그녀의 사기극을 들춰냈고 수많은 소송이 이어졌다. 그리고 테라로스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제 엘리자베스와 테라로스의 허상을 떠받들었던 책임은 누구인가를 따져야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존 캐리 루우는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진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녀는 영특한 사기꾼이다. 어쩌면 간절했던 '키트'가 그녀에 의해 탄생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세상은 이제 그녀를 잊어가고 있다. 이 사기극은 분명 영화로 그녀를 다시 불러낼 것임을 안다. 그녀의 푸른 눈을 대신할 여배우는 누가 될 것인지 책을 덮으면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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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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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한 남자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의 연서를 쓸 수 있다니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벚꽃잎이 비처럼 나리는 이 봄날에 내 마음마저 설렌다.

너무나 익숙한 그녀의 이름때문에 나는 그녀의 책을 많이 읽은 줄 알았다.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난 그녀가 썼다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오랫동안 그리웠던 친구를 만난듯 반가웠고 감격했다.

 

 

 

유독 사람의 마음을 토닥거리는 글들과 여행서를 많이 쓴 작가가 만난 빈센트는 한마디로 우상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하면 해바라기와 회오리모양의 하늘과 별, 유독 노란색이 많이 보이는 강렬한 들판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 광기의 화가로만 알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이 또 내게 들어오고 말았다.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버거웠다. 비워내는 법을 잘 몰라서이기도 하고

감당해 낼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평생 외롭고 처절하게 살다간 한 남자의 일생이 내 마음을 열고 말았다.

대부분의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당대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고흐.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경직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내쳐진

비운의 남자. 유일한 기둥이었던 테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의 위대한 작품들은 결코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과격함과 사회 부적응은 스스로 족쇄를 차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저자를 따라 빈센트가 태어나고 머물렀던 나라와 도시들을 돌아보려니 그의 비통함과 좌절들이

함께 따라왔다. 그가 원했던 것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리면서 삶을 같이 할 가족을 이루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렇게 사랑했던 동생 테오와도 막판에는 서먹한 관계가

되었지만 난 테오를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테오는 할만큼 했었다.

 

 

 

좋게 말하면 사회성이 좋고 나쁘게 말하면 고흐보다는 영악했던 고갱을 욕하고 싶지도 않다.

테오의 도움이 필요했던 고갱의 얄팍함때문에 고흐는 잠시 봄날과 같은 설렘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개성이 강한 두 천재가 화합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갱도 노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흐는 집착은 너무 일찍 고갱을 질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봄날은 너무 짧았다.

 

모델을 구할 돈도 없고 모델에게 아부할 능력도 없던 고흐는 가장 만만한 모델, 자기자신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당시의 외모기준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하면 잘생긴 얼굴인데.

간절하게 가정을 꾸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괴팍함 때문인지 가난때문인지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그런 처절함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너무 강렬하고 몽환적이다. 상상속이 그의 세상은 그런

모양이었을 것이다.

 

가슴설레고 아렸던 이 책은 최근 읽은 어떤 소설보다 나를 감동시켰다.

도대체 얼마나 사랑하면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그녀는 심리학자도 아니고 화가는 더욱 아니고 다만 누군가를 깊이 들여다볼 줄 아는 작가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한 예술가의 일생을 이렇게 심도깊게 들여다봤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덕분에 난 따로 화집을 구할 것도 없이 온전히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집을 소장하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야 책값을 확인했다. 한 남자의 일생이 담긴

이야기와 엄청난 작품과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의 열정을 곱한 값이라면 너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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