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모이는 디테일 -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창업의 비밀
박지훈.주시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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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세월을 사는 동안 몇 번의 경제 고비가 닥쳤다.

70년대의 '오일쇼크'는 내가 아직 어렸을 때라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마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무척이나 고생을 했을 것이다. 산유국이 아니다 보니 국제 유가에 따라 우리 경제는

조마조마한 다리를 여러번 건너야만 했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고통스러웠다는 IMF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이었고 심지어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이랄까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오히려 직장을 잃은 가장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주부들의 활약으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섬에서 사는 나로서는 바다에서 고기가 많이 잡히느냐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경제상황을 체감하는데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님을 도시로 나가면 실감하게 된다.

 

 

베이비붐세대인 우리 또래의 친구들은 몇 년전부터 하나 둘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정말 극적으로 성공해서 세를 얻어 들었던 가게가 들어있는 건물을 인수한 친구가 있다.

워낙 유명한 고깃집이 되어 가끔 TV에 나오기도 하고 덕분에 동창회 찬조금을 짭짤하게 낸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옆에 오랫동안 고깃집을 했던 친구는 얼마전 가게를 비워주고 장사를 접었다.

'궁중족발사건'이 먼 이웃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바로 이 친구가 그런 경우에 휘말렸다고 한다.

이태원이 그렇게 확뜨기전부터 어린시절 이태원에서 낳고 자란 친구는 그닥 상권도 좋지 않았던

곳에 고깃집을 냈다. 워낙 인심이 좋고 평판이 좋아 몇 년전부터는 여러곳에 소개도 되고 제법

장사가 잘되는 핫스팟이 되었는데 아마 건물주가 가게를 비워달라고 한 모양이었다.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데 버틸 재간도 없도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며칠 전 친구의 아내는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았던지 아직 세상을 버릴 나이가 아님에도 갑작스럽게 떠나버렸다.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은 어떤 이유로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지 자세히 알지 못했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비통함에 잠긴 친구를 위로조차 건네지 못했다고 한다.

참 돈이 뭔지 인간의 목숨보다 더 소중해진 시대가 되고 말아서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무풍지대인 섬에서 가끔 도시로 나가면 어제까지 열려있던 가게앞에 '임대'가 붙여져있고 불과

석달 전에 예쁜 화분을 내놓고 개업을 알리던 가게마저 불이 꺼져있고 역시 임대푯말이 붙었다.

6백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에 상가건물중 여려곳이 비어있고 건너편 상가쪽 건물들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상권이 바닥이라는 증거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말하자면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존재이다.

거대한 빅데이터를 보니 그저 아마추어 수준의 발품파는 정도가 아니다.

IMF때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가 '위기가 기회다'였다.

아무리 어려워도 누군가는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들을 팔아야하고 누군가는 그걸 이용해야만 한다.

사실 내 가족중에 누군가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불황에 살아남을 업종이 과연 있기나 할까. 하지만 일자리도 없고 놀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정말 이런 불황이 기회가 되어 오히려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걸고 펼쳐본 책에 그득하게 나열되어 있는 정보들을 보니 눈이 다 휘둥그레해진다.  하긴 이 정도의 데이터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창업을 하라고 권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렵다는 와중에도 줄을 서서 먹기를 기다리는 식당도 있고 만들어내기가 바쁘게 동이나는 빵집도 있다.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면 정말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어떤 상권에 도전을 할 수 있을지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창업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도 빅데이터에 등장한 지역의 맛집을 가보고 싶을 정도였다.

널린 빈 가게를 성공의 발판으로 이끌 멋진 창업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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