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다.
들판에 핀 이름없는 꽃들에게도 이 세상에 온 의미가 있고 그 한송이에 우주가 깃들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 책에서의 '사소한 것'이란 의미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무심한 일들을
빗대는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그 무심한 일들을 세상밖으로 끄집어내어 사소하지 않게 한 것이
이 책인듯 하다.
왜 우리가 야구에 열광하는지,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기울이는 친구의 딸이야기에서 무엇을 끌어내는지 듣다보면 정말 사소한 것들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바로 엊그제 대통령은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 부처의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감행된 이 임명에
야당은 청문회가 왜 필요하냐고 아우성이다. 야당의 목소리가 반드시 국민의 목소리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협의없이 임명된 앞선 몇 몇 장관의 업무능력이 어땠는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대통령을 탄핵시켜 감옥에 보낼만큼 진보된 국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업무능력은 최고라고 한다면 그냥 봐주고 응원해줘야 하는 것인가.
이 점에 대한 저자의 일갈을 눈여겨 봐야 한다. 바로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자신의 흠결위에 올라선 공직자들이 말이다.
내가 가장 아팠던 문장은 '책의 죽음'에 관한 글이었다.
그동안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왔던 책들의 수명이 50년 혹은 100년밖에 남지 않았다니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말보다 공포스럽다.
하지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책을 읽지 않고 팔리지 않고 출판사들이 문을 닫는다.
과연 이런 와중에도 죽을 걸 뻔히 아는 전장터에 책을 내보내야 하는 출판인이나 저자들의 가슴은 어떤 심정일지 짐작도 못하겠다. 그냥 몰살하기보다 저항은 해봐야겠다는 안간힘이 느껴져 가슴아프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인류의 문명이 가장 꽃피운 이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승산없는 이 전쟁에 구호품 하나쯤은 보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책에게.
그게 댓가없이 누리는 안락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테니까. 그리고 크게 남겨줄 유산도 없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후손들에 대한 의무가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