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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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28년 전, 아니 정신과 전문의 엠마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변호사인 아버지와 순종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딸로 자란 엠마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방

옷장에 괴물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 괴물은 때론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아버지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괴물의 존재를 믿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엠마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그저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믿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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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정신과 의사로 성장한 엠마는 가혹한 정신병원의 치료형태를 고발하는 세미나를 열고

쉬기 위해 주최측이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향한다. 하지만 욕실 거울에 써있는 공포의 문자!

'도망쳐!'

그 때 도망쳤어야 했다. 그랬다면 끔찍한 성폭행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를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날 이후 엠마는 지옥에 갇혀 은둔의 여자가 되고 만다.

너무나 생생한 그 가혹한 기억들이 사실은 왜곡된 엠마의 상상이라고 단언하는 경찰들.

그 어디에서도 그녀가 성폭행당했다는 증거가 없었다. 경찰인 남편 필리프마저도 그녀를 의심

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들어주는 사람은 아빠의 친구인 변호사 콘라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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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묵었던 호텔은 아예 1904호가 없었다. 분명 그녀는 1904호가 새겨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말이다. 이제 주변의 사람들은 엠마가 어려서부터 이상증세를 보였던 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믿는다. 엠마 자신도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집안에 쳐박힌 엠마에게 소포하나가 배달된다.

책의 표지에서는 '소포를 받아 든 순간, 악몽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라고 되어 있지만

그 소포는 그녀의 악몽을 여는 동시에 악몽을 끝내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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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가 맡긴 이웃의 소포!

'팔란트'란 사람이 정말 이웃의 그 주소로 된 집에 살고 있을까. 엠마는 소포의 주인을 찾아 그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맞닥뜨린 사건, 그리고 엠마는 살인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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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스릴러의 대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이 소설을 따라가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도무지 알 수없는 기억속에 허우적대는 엠마를 따라가려면 말이다.

어린시절 자신의 옷장에서 튀어나온 괴물의 기억이 거짓이었을까.

그리고 소포의 주인공은 정말 연쇄살인마일까.

늘 그렇듯 엠마를 불행으로 이끈 사람들은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래서 믿고 싶지 않았다.

한 여자를 이토록 불행하게 만들다니. 그것도 너무나 오랫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집어들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책을 덮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미친 것인지 꼭 확인해보고 싶은 열망 때문에.

소설이지만 우린 이런 살인마가 현실에 얼마든지 존재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두렵다.

지금도 누군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으로 살인으로 그걸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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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하트 모양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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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쌈싸름한 초코렛같은 사랑이야기다.

딱 구혜선을 닮은 그런 러브스토리에 오래전 첫사랑이 떠올랐다.

한 때 나도 여주인공 소주와 남자 주인공 상식처럼 그런 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해서 저 사람이 상처 받지 않았을까"

'어제 내 옷차림이 너무 촌스러웠나'

'걔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첫사랑은 이해와 계산이 없이 어느 날 불쑥 다가와서 대책없이 가슴을 휘젓어놓는다.

지나놓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일들이 엄청난 상처가 되기도 했고 잠깐의 이별도 못견디게

힘들었던 그런 사랑말이다.

 

 

 

 

대한민국 공식 이름 철수와 영이는 곧 결혼을 앞둔 커플이고 고등어구이가 아주 맛있는 선술집에서

친구들에게 선언을 한다. 그 모임에 철수의 친구인 상식은 영이의 친구 '소주'를 처음 만났다.

'소주'라니 이름치고는 너무 내 타입이다. 소주 좋아하는 소주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랬다.

집이 어디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신비한 여자 소주.

평범해서 이름이라도 튀라고 붙였는지 '상식'또한 범상치 않은 이름을 달고 모태솔로로 살고 있었다.

그런 상식과 소주의 첫만남은 소주와 구운고등어와 함께 였다.

 

 

 

 

속을 알 수없는 여자 소주는 상식의 마음을 흔들지만 상식은 동거부터 하자는 소주의 말에

혼비백산하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쩌지. 마음은 자꾸 그녀에게로 향하는데.

 

 

 

 

운명적인 사랑의 정의는 무엇일까. 우리가 스쳐 지나온 수많은 만남중에 운명적이 것이 있었다면

바로 알아차렸을까. 사실 지나놓고 보면 그런 만남이었던 적이 더 많았다.

의외의 살림꾼 소주에게 가사도우미를 제안하지만 상식은 사실 소주를 붙잡아두고 싶었다.

 

소주에게는 아픈 비밀이 있었고 상식은 그런 그녀를 껴안고 싶다.

뭐 끝에는 누구하고 누가 잘 살았다더라...고 끝날 것 같은 그런 소박한 사랑이야기.

구혜선의 맑은 눈빛을 닮은 아주 짧은 소설이고 누구든 한번쯤은 지나갔을 첫사랑이 떠오르는

그런 소설이다. 늘 느낀 점이지만 브라운관에서 만난 구혜선은 뭔가 다른 세계에서 온듯한

신비한 매력이 있었다. 엉뚱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한 그런 이미지가 이 소설에 다 녹아있다.

자신의 사랑이야기가 살짝 녹아있다는 이 소설, 궁금하시면 얼른 캣해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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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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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란 도시를 막연하게 알고 있다가 엑스포가 열릴 무렵 거문도를 방문하면서 자주 오가게 되었다.

여수여객선 터미널에서 2시간이 넘게 배를 타야 닿는 거문도는 참 아름다웠었다.

특히 가을의 바다는 봄 바다보다 더 좋았다. 그리고 몇 번의 재방문뒤에 섬에 닻을 내린지가 어언

8년이 되었다. 섬에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 살다보니 아름다운 퐁경보다 불편한 일상과 더 많이

만나게 되었지만 낚시를 하고 텃밭을 가꾸는 일상외에 너무 심심하다는게 문제다.

암튼 여수 남쪽의 섬에 둥지를 튼건 내가 먼저니 선배요 한 살이라도 더 나이를 먹었으니 인생선배이기도 한 내가 위트 만점 김정운교수와 한 도시, 아니 한 바닷가를 공유하고 있다는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뜬금없이 일본으로 날아가 공부를 한다는 소리를 들은게 몇 년 전이었고 한동안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섬에다 아틀리에를 짓고 서재를 들였다니 좀 놀라긴 했다.

그가 섬에 둥지를 틀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 였다.

살아보니 책이 염분으로 썩는 일은 없었고 오늘처럼 태풍에 가까운 바람과 비가 오는 날에는

꼼짝없이 갇혀야 하는 일들이 조금 무섭기는 했다. 섬에서는 태풍이 가장 무섭다.

 

 

 

 

살면서 집을 짓는건 어리석은 일이라고들 하는데 거기다 섬에다 집을 짓겠다고 나서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자재들을 배로 날라야 하고 일꾼들도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한다. 먹고 자고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자만이 환히 보이는 통유리 안의 그의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이 남자는 잘 하는게 이리 많은가.

 

 

 

 

400만원 주고 샀다는 그의 애마 '오리가슴'을 난 분명 '오르가즘'이라고 읽었다.

그렇게 읽는게 맞다. 그의 애로적인 취향에 겨우 '오리가슴'이라니 가당치 않다.

 

 

 

 

'배에서 해 봤어요?" 물론 나도 그의 선배 형처럼 배에서 해봤냐고 이해했다.

그게 어때서. 배에서 해보면 안되나? 해 볼수 있을 때 해봐라. 육지보다 분명 다를 것이다.

그게 왜 변태야. 그의 질문대로라면 난 그의 배보다 훨씬 좋은-거의 리무진급의- 배에서 수없이

해봤다. 배에서 많이 해보면.................엄청 탄다.

 

 

 

 

단순히 섬생활을 얘기하는 것이 아님은 수시로 이빨을 드러내는 그의 맹수같은 글에서 정신이

확 돌아온다. 난 그저 나처럼 섬에 들어와 책 읽고 글쓰는 일상을 상상했는데 그럼 그렇지 이렇게

날카로운 지적질이 그의 특기다. 허를 찌르는 일갈들.

'쉽게 분노하는 A형'의 인간이 바로 나다. 상대의 말을 끊고 내 말부터 해야한다.

일은 너무 잘한다. 칭찬도 듣는다. 분명 한국의 발전에 나의 노력도 한몫 했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럼에도 남의 말 중간에 뚝뚝 끊는 것도 폭언이며 폭력이라는 말에 그저 무릎을 꿇는다.

 

 

 

 

결혼하지 않은 과년한 딸을 둔 나는 결혼을 강요하지 않는다. 혼자 살아도 좋다.

나는 해봤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그냥 혼자살면서 연애나 할란다...고 작정한 나는 그의 한 번의

결혼은 부당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혼자 살거나 아니면 여러번 해라.

이왕이면 호적에 여러번 왔다갔다하는 것 말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있으면 같이 지내보는거지 뭐.

'결혼 10년 단임제'에 한 표 던진다.

정말 사랑하면 한 번의 연임도 가능하다에 또 한 표!

아내 눈치 보지 말자. 아마 그녀도 엄청 좋아할테니까.

 

도대체 여수 어느 섬인지 찾아보다가 포기했다. 찾아갈 것도 아니고, 옹졸한 나의 서재에 비해

웅장한 서재가 궁금하긴 하지만 사진으로 보니 기가 죽어서 확인하기 싫어진다.

내가 사는 섬을 밝혔으니 여수 시민으로서 언제 한 번 들러보기를 권할 뿐.

 

얼마 전부터 여수시에서는 인구증가를 위해 주소지를 이전해오면 지원금을 준다는데 받았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그 전에 들어와서 아깝게 놓쳤다. 여수 시민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이상!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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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실험실 - 위대한 《종의 기원》의 시작
제임스 코스타 지음, 박선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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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에게 비글호가 없었다면 '종의 기원'이란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온 1859년은 신이 이 세상을 설계했다고 믿는 세상이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외쳤다는 갈릴레이가 살던 1600년대와 그다지 달라진게 없는

세상이었다. 지구가 자전한다고 믿었던 갈릴레이의 지동설이 로마카톨릭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1970년대에 와서 였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고 가택연금에 처해지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후에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의 주장을 옳았음을 입증했어도

결국 수세기가 지난 후에야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신의 대리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물며 천지창조론이 성경의 기초가 되었던 그 시대에 '진화설'을 들고 나온 다윈은 무모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었을까.

 

 

 

 

대대로 의사집안이었던 다윈의 부친은 다윈을 의사로 만들고 싶었지만 의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목사가 되도록 진로를 변경한다. 당시 목사들이 목회만이 아닌 지질이나 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역할까지 했다는 사실이 새롭다. 어쩌면 '진화론'은 '천지창조설'을 설파하는 신의 대리인들에 의해 전복될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목사수업보다는 자연에 더 관심이 많았던 다윈은 우연한 기회에 '비글호'를 타고 5년이란 긴 시간을 끝끝내 극복해내지 못한 멀미를 이기고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

 

 

 

 

저마다 목적을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들을 더 많이 보고 느끼듯이 다윈에게 사람들이 거의 닿지 않은 세상의 모습들은 그에게 지적 호기심과 과학적 사고를 부추겼다.

신은 어쩌면 여전히 무지한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할 대리인으로 다윈을 선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다윈이 낳고 자란 배경, 그리고 비글호를 타고 세상을 둘러보는 장면외에도 40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다운하우스의 시골집 풍경을 그리고 있다. 아내인 엠마와의 사이에 태어난 자식들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수집한 비둘기를 키우고 온실에서 덩굴식물을 기르고 벌과 지렁이를 기르며 연구했던 그의 시골집은 바로 그의 실험실이었다. 다윈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행운외에도 자신의 연구를 지지해주는 아내와 아이들을 가진 행복한 남자였다.

 

 

 

당시 부족한 자료나 인력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과 가족들의 헌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실험을 가능하게 한 그의 시골집 실험실과 온갖 자연들이 그를 인류의 진화를 증명해낸 그의 업적을 이끌었다.

 

 

'종의 기원'이 그의 동료 포브스보다 먼저 출간되지 않음을 매우 아쉬워했다는 사실은 학자로서의 자존심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일 것이다. 자연을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호기심있게 바라보고 끝없이 실험하는 정신은 과학자로서의 그의 능력을 말해준다.

 

 

책의 곳곳에 다윈이 했던 실험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팁들은 정말 흥미롭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함께 해볼 수 있을만큼 자상한 안내가 나와있다.

때론 너무 기상천외한 실험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과학은 그렇게 발전해 왔다는 것을 그의

실험을 통해 또 한번 증명된다.

 

학생이었던 시절 생물책에서 만난 다윈의 모습을 이렇게 광범위하고 가깝게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과학자로서 아버지로서 인간적인 내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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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
소강석 지음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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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시(詩)란 짧은 언어에 담긴 우주다.

소설처럼 장황하지 않아도 우주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랄까.

그래서 소설보다 시가 더 어렵다. 읽기는 좋은데 쓰기는 더 더 어렵다.

마음에 그득한 글들을 함축하고 꽃처럼 피워내야 하니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쓰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꼭 시인(詩人)이 아니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역을 하는 목사님이 시도 참 잘 쓰시니 시인들이 긴장해야하나.

시가 어렵긴 해도 멋들어지게 화장을 하고 나올 필요는 없다. 때론 총천연색의 사진보다

흑백사진이 더 진한 감동을 전하듯이 치장하지 않은 들꽃 같은 시가 참 담백하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학교에 진학했던 청년은 누구를 처음 사랑했을까.

교회에서 만난 그 소녀? 그래서 사역의 길을 걷게 했던 바로 그 주인공이 아닐까.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가사처럼 어디서 나처럼 늙어갈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아름답다. 피차 추억만 간직하고 만나지 않는걸로.

 

 

 

 

지리산 자락에서 컸던 탓일까. 유독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참 순수하다.

이름없는 들꽃 하나에도 눈길을 주고 다독거린다. 호박꽃이 못생기면 어떠라 제 영토를 넓히는

재주가 얼마나 남다른지 토종시인이 알아주는데.

 

 

 

 

왜 나는 목사님은 유행가를 모르거나 안 부를 거라는 선입견을 가졌을까.

'J에게'는 노래지만 또한 시(詩)다.

시골 시내버스에서 처음 들었던 'J에게'에 담긴 추억은 맨주먹으로 교회를 개척하던 청춘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주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사물들에게 보내는 시선이 남다르지 않고는 시를 쓸 수 없다.

그만큼 생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강할 것이라는 믿음이 느껴진다.

사람을 낚는 어부이기도 하고 언어를 낚는 시인이기도 한 목사님의 시집으로 잠시

들판에서 노니는 시간을 가졌다. 시는 그래서 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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