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
소강석 지음 / 샘터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찌보면 시(詩)란 짧은 언어에 담긴 우주다.

소설처럼 장황하지 않아도 우주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랄까.

그래서 소설보다 시가 더 어렵다. 읽기는 좋은데 쓰기는 더 더 어렵다.

마음에 그득한 글들을 함축하고 꽃처럼 피워내야 하니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쓰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꼭 시인(詩人)이 아니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역을 하는 목사님이 시도 참 잘 쓰시니 시인들이 긴장해야하나.

시가 어렵긴 해도 멋들어지게 화장을 하고 나올 필요는 없다. 때론 총천연색의 사진보다

흑백사진이 더 진한 감동을 전하듯이 치장하지 않은 들꽃 같은 시가 참 담백하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학교에 진학했던 청년은 누구를 처음 사랑했을까.

교회에서 만난 그 소녀? 그래서 사역의 길을 걷게 했던 바로 그 주인공이 아닐까.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가사처럼 어디서 나처럼 늙어갈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아름답다. 피차 추억만 간직하고 만나지 않는걸로.

 

 

 

 

지리산 자락에서 컸던 탓일까. 유독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참 순수하다.

이름없는 들꽃 하나에도 눈길을 주고 다독거린다. 호박꽃이 못생기면 어떠라 제 영토를 넓히는

재주가 얼마나 남다른지 토종시인이 알아주는데.

 

 

 

 

왜 나는 목사님은 유행가를 모르거나 안 부를 거라는 선입견을 가졌을까.

'J에게'는 노래지만 또한 시(詩)다.

시골 시내버스에서 처음 들었던 'J에게'에 담긴 추억은 맨주먹으로 교회를 개척하던 청춘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주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사물들에게 보내는 시선이 남다르지 않고는 시를 쓸 수 없다.

그만큼 생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강할 것이라는 믿음이 느껴진다.

사람을 낚는 어부이기도 하고 언어를 낚는 시인이기도 한 목사님의 시집으로 잠시

들판에서 노니는 시간을 가졌다. 시는 그래서 늘 아름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