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실험실 - 위대한 《종의 기원》의 시작
제임스 코스타 지음, 박선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다윈에게 비글호가 없었다면 '종의 기원'이란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온 1859년은 신이 이 세상을 설계했다고 믿는 세상이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외쳤다는 갈릴레이가 살던 1600년대와 그다지 달라진게 없는

세상이었다. 지구가 자전한다고 믿었던 갈릴레이의 지동설이 로마카톨릭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1970년대에 와서 였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고 가택연금에 처해지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후에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의 주장을 옳았음을 입증했어도

결국 수세기가 지난 후에야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신의 대리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물며 천지창조론이 성경의 기초가 되었던 그 시대에 '진화설'을 들고 나온 다윈은 무모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었을까.

 

 

 

 

대대로 의사집안이었던 다윈의 부친은 다윈을 의사로 만들고 싶었지만 의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목사가 되도록 진로를 변경한다. 당시 목사들이 목회만이 아닌 지질이나 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역할까지 했다는 사실이 새롭다. 어쩌면 '진화론'은 '천지창조설'을 설파하는 신의 대리인들에 의해 전복될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목사수업보다는 자연에 더 관심이 많았던 다윈은 우연한 기회에 '비글호'를 타고 5년이란 긴 시간을 끝끝내 극복해내지 못한 멀미를 이기고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

 

 

 

 

저마다 목적을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들을 더 많이 보고 느끼듯이 다윈에게 사람들이 거의 닿지 않은 세상의 모습들은 그에게 지적 호기심과 과학적 사고를 부추겼다.

신은 어쩌면 여전히 무지한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할 대리인으로 다윈을 선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다윈이 낳고 자란 배경, 그리고 비글호를 타고 세상을 둘러보는 장면외에도 40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다운하우스의 시골집 풍경을 그리고 있다. 아내인 엠마와의 사이에 태어난 자식들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수집한 비둘기를 키우고 온실에서 덩굴식물을 기르고 벌과 지렁이를 기르며 연구했던 그의 시골집은 바로 그의 실험실이었다. 다윈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행운외에도 자신의 연구를 지지해주는 아내와 아이들을 가진 행복한 남자였다.

 

 

 

당시 부족한 자료나 인력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과 가족들의 헌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실험을 가능하게 한 그의 시골집 실험실과 온갖 자연들이 그를 인류의 진화를 증명해낸 그의 업적을 이끌었다.

 

 

'종의 기원'이 그의 동료 포브스보다 먼저 출간되지 않음을 매우 아쉬워했다는 사실은 학자로서의 자존심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일 것이다. 자연을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호기심있게 바라보고 끝없이 실험하는 정신은 과학자로서의 그의 능력을 말해준다.

 

 

책의 곳곳에 다윈이 했던 실험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팁들은 정말 흥미롭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함께 해볼 수 있을만큼 자상한 안내가 나와있다.

때론 너무 기상천외한 실험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과학은 그렇게 발전해 왔다는 것을 그의

실험을 통해 또 한번 증명된다.

 

학생이었던 시절 생물책에서 만난 다윈의 모습을 이렇게 광범위하고 가깝게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과학자로서 아버지로서 인간적인 내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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