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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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멋과 정취를 담은 그 시절 ‘진짜’ 조선을 만나다!

작품을 맛있게 설명해주는 고미술계 최고의 해설가와 떠나는 조선 미술 여행!

 

 

 

 

  『조선 미술관』은 고미술계 최고의 해설가인 탁현규가 17~18세기 문화 절정기 속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엮어낸 책이다. 저자는 ‘풍속화가 사생활이라면 기록화는 공공생활이고 풍속화가 드라마라면 기록화는 다큐멘터리’라 표현하며, 시대를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이자 당대의 생활과 문화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사료로 이들의 가치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조선의 문화 절정기라 불리는 17~18세기는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 고유의 색을 문화 전반에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놀라운 관찰력과 묘사력을 갖춘 당대의 뛰어난 화가들이 자신의 붓끝으로 담아낸 조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백성들의 다채로운 일상부터 왕실의 경사스러운 행사까지, 조선의 멋과 정취를 담은 그 시절 ‘진짜’ 조선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따라가 보자.

 

 

 

조선의 멋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미술관

 

 

  부채를 손에 든 선비가 말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춰 세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버드나무를 바라보니 가지 위해 주황색 새 한 마리가 고개를 쳐들고 울고 있다. 가만 보니 모든 새들 가운데 울음소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꾀꼬리다.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번째 꾀꼬리가 오른쪽 아래 잘린 둥치 위로 고개를 빼꼼히 내놓고 첫 번째 꾀꼬리와 호응하고 있다. 그야말로 선비에겐 눈 호강, 귀 호강이 따로 없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더욱 사로잡는 것은 아무래도 이 그림의 주인공인 선비다. 호젓한 강둑 어귀에서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에 마음을 뺏긴 선비의 호기심어린 표정과 여유로운 몸가짐이 내 바쁜 마음을 붙들고, 어쩐지 “너 거기서 저 꾀꼬리를 좀 보아라.” 하는 것 같다.

 

 

 


 

 

 

  이렇듯 감상자의 마음까지 단번에 동화시키는 이 풍속화는 단원 김홍도의 <마상청앵>이다.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 선비의 모습을 이토록 섬세하면서 꾸밈없이 그려낼 수 있다니. 과연 탁현규 해설가의 말 그대로 평민 풍속의 종결자답다. 어디 김홍도뿐일까. 조선의 생각으로 조선의 것을 담고자 한 진경풍속의 창시자 겸재 정선, 정선의 진경풍속을 이어받은 조영석, 태평성대 속에서 백성들의 평안한 삶을 담은 단원 김홍도, 양반들의 놀이 문화를 통해 문화 절정기의 호사스러움과 흥겨움을 담은 양반 풍속의 끝판왕 신윤복까지. 책은 조선의 문화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준 그들의 대표작을 통해 조선의 다양한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한 한다. 여기에 예리한 해석과 유쾌한 입담 친근한 언어는 조선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한껏 낮춰준다.

 

 

 

66세 때 그림을 뒤집으면 80세 때 그림 구성이 되는데 이렇게 그림의 좌우를 반전해 또 한 장을 그리는 것은 조선시대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방법이다. 정선은 80세에 접어들면서 일체의 색을 버리고 수묵으로만 그림을 그렸는데 이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66세 때 채색화에서는 하얀 눈을 지붕, 나무, 돌다리 위에 칠해 넣었지만 80세 때 수묵화에서는 기와지붕 위를 반쯤 비워두어 눈 쌓인 모습을 표현하였다. / <사문탈사>, 정선 40p

 

 

이 그림은 조선판 ‘그것이 알고 싶다’라고 부르면 어떨까. 농어촌 풍속을 담은 그림에서는 노동이 주는 보람을 그려냈다면 이 그림 <밀회투전>에서는 노름 장면을 적나라하게 포착하며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이렇듯 조선시대 풍속화는 사대부들에게 통치 교과서 역할을 하였다. 만약 정조 임금이 이 그림을 본다면 일체 노름을 금하라는 엄명을 내리지 않았을까? 임금이 구중궁궐에서 알기 어려운 백성들의 삶을 화원들이 그린 풍속화로 들여다본다면 정치의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 <밀희투전>, 김득신 53p

 

 

시어머니와 과부 며느리가 계곡에 빨래하러 왔다가 맞닥뜨린 낭패를 신육복은 놓치지 않았다. 신윤복은 재가가 불가능했던 조선시대 과부들의 삶이 얼마나 신산스러웠는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신윤복의 화첩 속에는 또 다른 과부 여인이 봄날 후원에서 개들이 짝짓기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태우는 장면이 있는데 이 또한 조선에서 과부들이 처한 답답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신윤복 그림 속에 담은 풍자이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풍자는 풍속화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이고 신윤복은 당대 여인들이 처한 상황을 동정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 <표모봉욕>, 신윤복 101p

 

 

 




 

 

 

 

  풍속화와 더불어 조선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그림이 있었는데 이를 기록화라 한다. 대부분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것으로, 그 중에 압권은 임금이 등장하는 궁중기록화이며 그 가운데 희귀성이 높은 것은 임금이 기로소(조선 시대에,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기구-임금은 60세)에 들어간 사건을 그린 기사첩이다. 국왕이 오래 사는 것은 왕조 국가의 가장 큰 경사로, 문화 절정기 시절 숙종과 영조 임금이 연이어 기로소에 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기사첩은 당대 궁중 문화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귀중하다. 개인적으로 영조 시대의 화원과 숙종 시대의 화원들의 솜씨를 비교함으로써 두 시절의 문화 수준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조선 궁중 행사 그림에서 임금은 그리지 않기 때문에 이때 임금을 상징하는 물건이 일월오봉병이다. 찬안 위에 술잔을 올리는 이는 사옹원 제조로부터 술잔을 건네받은 내시이다. 왕세자에게는 부제조가 술잔을 올리고 기로신에게는 집사자가 올린다고 실록에 나와 있다. 찬안 양쪽에서 푸른 칼집의 장검을 어깨에 메고 있는 이들은 별운검이고 나머지는 내시들이다. 2품 임시직인 별운검은 무반 가운데 임금이 신임하는 자 두 명을 뽑아 임금 자리 양쪽에서 검을 들고 시위하게 하였다. / <경현당석연도> 175p

 

 

그런데 기로신들 관복 등에 흉배 자수가 없다. 원래 녹포단령에는 흉배 자수가 들어가지만 그림에서 작게 표현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니 생략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숙종대 기해년 화첩 속 녹포단령에는 모두 흉배 자수를 표현했었다. 이것이 기해년과 갑자년 기사첩의 큰 차이로 세부 표현에서 영조대인 갑자년 화첩이 많이 후퇴하였다. 그렇다면 그림 솜씨는 영조 시대 화원들보다 숙종 시대 화원들이 더 높았다고 봐야 하는데 이것은 화원들 솜씨만의 문제는 아닐 테고 숙종과 영조 시대 전반의 문화 수준 차이일지 모른다. / <숭정전진하전도> 220p

 

 

 

  단원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으로 탄성을 내뱉은 작품이다. 1804년 9월 9일 송악산 아래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에서 개성에 사는 칠십 넘은 노인 64명의 경로잔치를 담은 그림이다. 1607년에 한 번 열린 이래 개성 노인들의 기로회는 이백 년 만의 잔치였다고 한다. 개성 노인들은 이 경사스런 모임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당대 최고 화원인 김홍도에게 그림을 부탁했는데,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 가운데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한 것이라 한다. 정말이지 절경이고 장관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심원법을 사용해 기로회에 모인 모든 사람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 한 명의 인물 묘사가 살아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이 김홍도의 마지막 풍속화가 되었을 뿐 아니라, 진경풍속화의 대미를 장식함과 동시에 종말을 알리는 기념비 같은 그림이 되고 말았으니 통탄할 일이다. 1806년 김홍도가 생을 마감하고 진경산수화와 풍속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며 조선화단의 찬란함도 빛을 잃어갔으니 그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나타나고 사라짐이야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이 역시 조선의 쇠락과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신윤복 화첩 속에서 선비와 기녀가 여러 번 나왔어도 항상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나온 것은 선비였는데 이 장면에서 그 법칙이 깨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사대부 여인을 이렇게 민망하게 만들고 말았으니 감정 표현을 더욱 절제할 수밖에 없었던 사대부 여인들의 ‘진솔한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평민 과부가 아닌 양반 과부를 주인공으로 택한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화가는 조선시대 ‘열녀 이데올로기’에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고 봐야겠다. 열녀 수절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스런 욕망을 억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극단의 연출을 꾀한 것이다. / <이부탐춘>, 신윤복 107p

 

 

왜 스님들과 절 노비들이 길을 막고 북 치고 목탁 치고 꽹과리 치고 권선문을 내밀고 있는 걸까?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시주를 받아내기 위해서 현재 탁발 공연을 펼치는 중이다. 그냥 길을 막고 돈 내라고 하면 누가 주머니를 열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 보여주어야 사람들은 주머니를 여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 장면을 이렇게 불러보면 어떨까? ‘스님들의 버스킹.’ 조선시대 스님들은 길거리에서 탁발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니 수행하랴 탁발하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렇듯 신윤복 풍속화는 조선시대 불교계 상황을 정확하게 기록한 좋은 사료가 된다. / <노상탁발>, 신윤복 148p

 

 

 

  서양 미술을 중심으로 한 교양 미술서는 많이 읽어봤지만 조선의 미술을 담은 책은 처음이라 홀린 듯 단숨에 읽어나갔다. 여러 곳에 포커스를 둠으로써 세밀하게 그림을 관찰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 것은 물론, 쉽고 재치 있는 표현으로 작품을 맛있게 설명해준 탁현규 해설가의 안내도 이 책의 큰 묘미 중에 하나다. 세상에 없는 특별한 조선 미술관에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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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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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신선한 설정으로 존재의 다양한 방식과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청소년 소설!

 

 

 

 

  우리 동네에 외계인이 산다면? 청소년 심사위원 100명이 선택한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인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는 모행성의 기상이변으로 멸종을 피하기 위해 피난을 온 외계 종족과 인류가 지구에서 함께 공존한다는 설정이 눈길을 끄는 청소년 소설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일명 ‘껍데기는 멀쩡한 레알 찐 또라이’로 통하는 원호와, 반에서 늘 1등을 도맡지만 느리고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친구들에게 소외를 당하는 나래가 우연히 거리에서 외계인 아이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기의 이름은 보보, 미래 아파트 2단지에서 거주 중. 나래는 보보의 목에 걸린 이름표와 함께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보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꿈과 희망이 가득한 종족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무지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외계인이지만 차마 길 잃은 아기를 외면할 수 없었던 원호와 나래는 집을 찾아주기 위해 미래 아파트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무지개 종족들이 지구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탈하고 만 아기 보보가 다시 그들 종족에 합류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21시 정각, 장소는 미래 학교 운동장. 늦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들은 원호와 나래는 보보를 무지개 종족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뜻을 모은다. 하지만 보보를 노리는 이들이 원호와 나래의 앞길을 막아서고, 예기치 않는 뜻밖의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며 위기에 처한다. 과연 보보는 무사히 종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약속은 깨졌고 이제 비밀은 의미가 없으니,

위협이 가까워 오는군요.

저희 종족은 언제나 행복을 위해 도망쳐야 한답니다.

저희는 그래서, ‘무지개’죠. / 89p

 

 

 

  애석하게도 세상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평화를 깨야만 하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굳이 상대의 약점을 뒤지고 파헤쳐서 까발리는 부류들. 남들과 ‘다른’ 점들을 찾아내 그것을 가지고 크게 떠들고, 재미있다고 웃고, 놀려내는 사람들. 그리고 실컷 즐긴 후에 기어코 다음 타깃을 찾아 또 다시 타인의 고통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 피난민의 신분으로 지구에 손길을 내밀었던 외계 종족들은 오 년 동안 분석한 결과, ‘지구는 최종 정착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미래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어른들은 “저것 때문에 동네 집값 떨어졌다”고 눈을 흘기고, 떼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인터넷 방송인들은 그곳을 핫스팟으로 삼아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민다.

 

 

 

  지구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외계인’은 우리 내부에도 존재한다. 나래의 느리고 굼뜬 행동을 비난하는 친구들과 어른들,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넌 재능이 없다는 비웃음을 사는 원호도 지구인의 모습을 한 외계인의 처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설은 지구와 다른 행성에서 온 이들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습과,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나란히 둠으로써 ‘다름’을 인정하거나 이해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이제껏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혹은 반대편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원호와 나래가 상대방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서툴고 아무리 느려도 이런 우리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안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 것처럼 세상 모든 이들이 서로를 좀 더 다정한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기를 응원한다.

 

 

 

“다들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해 보면 좋을 텐데. 가까이서 지내 보면 알게 된단다. 외계인이나 지구인이나 결국 다 똑같고 사는 모습도 다 비슷하다는 걸 말이지. 하지만 다들 자기랑 조금만 달라고 거부감부터 가지니까…….” / 64p

 

 

엄마는 늘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했다. 빠릿빠릿해져야 해. 주변 친구들 눈치를 잘 봐. 말할 때 상대방 답답하게 만들지 마. 다른 애들처럼 해.

다른 애들처럼. / 196p

 

 

엄마는 나래를 주저앉힐 것이다. 보보에겐 나래와 원호뿐인데,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억지로 끌어낸 용기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꺼져 버릴 것이었다. 엄마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엄마 앞에 서는 순간 나래는 항상 쪼그라들어 버리니까.

지금 저 메시지 안에도 나래를 향한 분노가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부재중 전화 92통, 읽지 않은 메시지 208개. 원호네 엄마는 원호를 믿고 나래와 보보를 맡기는데 나래의 엄마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저 숫자들은 불신의 증명이었다. / 221p

 

 

 




 

 

 

 

  빛과 함께 하는 종족인 ‘무지개’는 어째서 투명해지는 능력과 보석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걸까? 나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서 그 어떤 것도 투과되지 않은, 순수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거기에 어떤 색을 담든 너는, 그 자체로 반짝이는 보석 같은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내 안의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미약할 뿐, 나래와 원호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을 발견하고 꺼내줄 수 있는 누군가가 꼭 있을 거라고, 엄마도 그럴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 난 너희랑 다르지.

그렇게 나래는 안전한 거리까지 뒤로 물러났다.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하기로 하면서. 그런데 원호는 어느새 그 도로를 한걸음에 가로질러 넘어와 있었다. 분명히, 이 아이도 저쪽 편에서 서 있는 아이였는데. 늘 누군가와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욕하고 쫓고 쫓기는 그 무리 안에 있었는데. 그들 중 하나가 지금, 나래와 자신에게 똑같은 점이 있었다며 기분 좋게 웃고 있다. 나래는 이 순간을 믿을 수가 없었다. / 150p

 

 

“아무리 느려도, 늦어도…… 분명히 있을 거야.”

원호의 표정이 서서히 변했다. 저토록 꼿꼿이 서서, 저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윤나래라니.

“이런 우리를 기다려 주는 누군가가.”

느리더라도, 늦더라도 결국 우리는 늘 해내긴 했다.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기다렸던 것보다도 더, 아주 오랜 시간을 먼길로 돌아서 오더라도 결국 우리는 목적지에서 서로 만나지 않았던가. / 225p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갈 만큼 흡인력이 높은 작품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신선한 설정을 통해 존재의 다양한 방식과 무한한 가능성을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지금 당장 10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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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뒤에 쓴 유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1
민병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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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아픔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

불행을 익숙한 방법으로 묘사하는 작법을 거부하는 민병훈의 글쓰기!

 

 

 

 

  『달력 뒤에 쓴 유서』는 학창시절에 아버지의 자살을 마주한 ‘나’가 가족의 불행을 소설에 쓰기로 마음먹는 데서 시작한다.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날의 기억을 서서히 지웠지만, 고통은 어떤 식으로든 재현되기 마련이라서 마침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에 놓였노라 고백한다. 그는 자신이 왜 이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지, 더 나아가 소설을 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 모든 의문을 좇기 위해 속리산으로 향한다.

 

 

 

  한편으로는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던 그 집이 그 자리에 없기를 희미하게나마 바랐던 것은, 인식의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고통도 사라지기를 바랐던, 극복의 또 다른 방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은, 폐가가 되었지만 농약을 먹은 아버지가 은색의 액체를 누런 장판에 쏟아 냈던 안방만은, 온전히 살아남아 그를 그날의 기억 속으로 데리고 간다. 이를 테면 밀려드는 잠 속으로 들려왔던 못질 소리 같은 것. 왜 아버지의 방에서 못질 소리가 들렸는지, 그때 의문을 가졌어야 했는데. 아니, 현관 옆에 걸린 달력 뒤에 적힌 유서를 우연히 발견했던 날 진즉에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하고. 또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불행은 아버지의 죽음에서 시작된 걸까. 아니면 죽음의 징후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 나의 후회에서 비롯된 걸까, 하고.

 

 

 

왜 쓰는가. 왜 쓰려고 하는가.

 

 

  ‘나’는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오스트리아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베른하르트는 자신의 작품을 악성종양에 비유하며 글쓰기의 목적이란, 바로 그 종양을 드러내는 작업이라 말한 바 있다. 그는 모국이자 자신의 병적이고 신경질적인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문학적 공간인 오스트리아를 지속적으로 부정했고, 그곳에서 해방되고자 끊임없이 자아를 분리시키고 자기 대상화를 시도했다. 그래야 자신의 콤플렉스를 해결할 수 있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화자인 ‘나’ 역시 가족력으로 이어진 우울증이 자신에게 당도할 것을 걱정하며 죽음으로 향하지 않기 위해, 회피하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 그 과정을 소설로 써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실은 이제껏 쓴 모든 글에 그 시절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내내 에두르고 빙빙 돌렸던 것들을, 회피하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롯된 것인지 그 뒤에 잇따르는 후회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를 불행을 마침내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새롭게 쓰기’를 시도한다.

 

 

 

은색으로 물든 수건도 떨어져 있었다. 입을 막은 수건이었다. 마당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리했다. 안방 창문이 깨져 있었다. 유리 조각을 쓸어 한곳에 모았다. 창문을 깰 때 다치지 않았다. 안방 문은 못이 박혀 밖에서 열리지 않았다. 경찰에게도 그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창문을 깼다고 말하자 경찰은 잘했다고 말했다. 잘한 일이 아니다. 들어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시간이 흘러, 아버지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겨우 남은 의식으로 괴롭게,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 71p

 

 

누가 물어보면 자연사 혹은 사고사라고 말했지 누군가 자신은 이제 사라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울하고 고독하고 삶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말하면 조심스럽게 꺼냈지 나는 남겨졌다고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았는데 달리 도와줄 수가 없었어 너도 예전에 증상이 심했을 때 내가 죽지 말라고 했지 슬리퍼를 가지런히 두면서 생각해 보면 글을 쓰기 이전에는 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내가 읽고 좋아하는 책들의 세계는 몰이해로 넘쳐 무의미의 의미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남겨진 자의 삶을 말하고 싶었던 거야 / 78p

 

 

 



 

 

 

 

    『달력 뒤에 쓴 유서』가 여느 소설과 다른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비극적이거나 통속적인 방식으로 그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화를 들추어내거나 죽음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옮겨냄으로써 하나의 사건처럼 소비되기를 거부한다. 실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덤덤하게, 그러나 형식면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간 억눌려 있던 기억들을 풀어놓는 쪽에 가깝다. 메모, 전화 통화, 메일, 누구와 나누는지 알 수 없는 대화 등 불행을 익숙한 방식으로 묘사하지 않는 이러한 다채로운 서술 방식은 하나의 맥락으로 형용할 수 없는 죽음의 수많은 링크를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입장에, 감정적으로 가닿기를 바라, 거추장스러운 단어와, 불필요한 진술로, 기억을 꾸미고, 나도 모르게 관습화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웠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경계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대로 써라, 있는 그래도, 겪었던 그대로. 이것은 소설이지, 다른 무엇이 아닌 소설. 이것을 소설이라고 설득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써 온 대부분의 소설들에, 이미 비슷한 질문들을 받았지만, 이 글은 그것들과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같은지,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무슨 말을 준비할 수 있을까.) / 33p

 

 

나는 철저히 내게서 기인한 것들로만 문장을 구성하려 하는데, 이 작업을 진행하는 어떤 순간에는 너무 힘든 나머지, 다른 방식의 문장을 바랄 때도 있었다. 사명감, 책임감, 정치, 의욕이 담긴 것들. 나는 최대한 예민하지 않으려 했다. 누군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물으면 나와 가족에 대한 글을 쓴다고 짧게 말했다. 사건에 대해 말한 뒤에는 순간 적막해진 분위기를 깨려고 작업과 상관없는 농담도 던졌다. 가족이 나오면 다 슬프지. 누군가는 나의 농담에 그렇게 대답하기도 했다. / 76p

 

 

문학은 제게 불행을 불행으로

말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불행을 불행으로, 슬픔을 슬픔으로.

나를 나로. / 68p

 

 

 



 

 

 

 

  작가 민병훈은 소설의 서두에서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소설이라면, 나아가 문학이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으면서도 자신의 글쓰기가 그 안에서 생기고 자라났음을 알기에 오히려 더 그 안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간 게 아닐까. 그가 걸어 들어간 자리가 과거의 불행한 기억으로부터 회복의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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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꿀꺽 : 에너지는 왜 중요할까? ㅣ 교양 꿀꺽 3
윤상석 지음, 김지하 그림 / 봄마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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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의 시대에 에너지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에너지에 대한 지식이 쑥쑥 늘어나는 초등 과학 교양서!

 

 

 

 

  얼마 전, 한중일 석유 전쟁의 위기를 보도한 KBS 홍사훈 기자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과거 1978년 6월, 한국과 일본 양국이 제주도 남쪽부터 일본 규수 서쪽을 지나는 7광구(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으나, UN 국제해양법이 발효되면서 다가올 2028년인 협정 만료일 이후 7광구의 90%가량이 일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양국 중 한쪽이라도 자원 개발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착수할 수 없다는 조항을 이용해 일본은 그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 사이 중국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자칫하면 우리는 70억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을 잃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이는 외교 분쟁을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자원 확보 측면에 있어서도 매우 중대한 사인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유럽발 에너지 위기를 비롯해 우리나라 역시 전기와 가스비 인상으로 에너지에 관한 이슈에 특히 민감해진 지금이야말로, 에너지를 둘러싼 각종 문제와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봄마중 출판사의 교양 꿀꺽 시리즈 『에너지는 왜 중요할까?』 는 에너지가 세상의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자원이지만 너무 일상적으로 편하게 사용하다보니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없었던 어린이 독자들에게 반드시 알아두면 좋을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너지의 의미와 종류, 에너지의 역할 그리고 에너지의 역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중요하지만 잘 몰랐던 에너지의 다양한 지식을 얻다보면 자연스레 에너지를 소중하게 다루고 아껴 사용해야 한다는 깨달음에 다다르게 된다.

 

 

 

화석연료에서 핵융합 에너지까지,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힘에 대하여

 

 

 

도대체 에너지는 뭘까?

에너지에도 종류가 있다고?

에너지는 세상을 어떻게 바꿨을까?

신재생 에너지는 무엇일까?

에너지와 지구환경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에너지는 어디서든 있다. 우리가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의 뜨거운 불꽃에, 추언 겨울에 방 안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보일러에, 어두운 곳을 밝혀 주는 전등 빛에, 심지어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에너지는 로봇이나 자동차와 같은 물건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 등 모든 생물 그리고 우리 주변의 물과 공기 등 모든 것에 존재한다. 하지만 에너지는 다양한 모습으로 숨어 있기 때문에 책에서는 에너지의 여러 종류에 대해 알아본다. 이를 테면 움직이는 물체가 가진 운동 에너지, 높은 곳에 있는 물체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는 위치 에너지, 온도가 높은 물체에서 낮은 물체로 이동하는 열 에너지, 지구에 생명을 만드는 태양 에너지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들이 어떠한 원리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는 지구에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온도를 만들어 줘. 만약 태양이 지구에 에너지를 보내지 않으면, 지구는 꽁꽁 얼어붙고 모든 생명체가 죽을 거야. 태양이 지구로 보내는 에너지를 태양 에너지라고 불러.

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생긴 것도 태양 에너지 덕분이고, 지금과 같이 수많이 생명체가 지구에 살고 있는 것도 태양 에너지 때문이야. 지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자연 현상도 태양 에너지 때문에 일어나지. / 50p

 

 

 




 

 

 

 

  흥미로운 것은 에너지는 각자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모습을 바꿈으로써 더 폭넓게 쓰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는 화약의 화학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화려한 불꽃을 만들어낸다. 또한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화학 에너지 역시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 에너지로 바뀌면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증기 기관은 석탄을 태운 열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나온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기계를 움직이는 장치인데 이는 화학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바뀌고, 열 에너지가 다시 운동 에너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에너지는 다양하게 모습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생활을 이롭게 했지만, 화석연료의 사용은 공기 중에 탄소 배출을 높여 지구 온난화를 일으켰고 원자력 에너지는 핵폐기물과 방사능 물질 유출이라는 위험천만한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전 세계는 안전하고 해가 없는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책에서는 수소와 태양열, 지열 등 이른바 신재생 에너지라 불리는 훌륭한 대체·재생 에너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인류에게 해롭지 않은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전 세계 연구원들의 노력만큼, 에너지를 아껴 쓰려는 개개인의 노력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도 책을 읽으며 깨닫기를 바란다.

 

 

 

증기 기관은 석탄을 태운 열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나온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기계를 움직이는 장치야.

물을 끓여 만든 뜨거운 수증기가 좁은 공간에 모이면 압력이 매우 높아지고 힘이 커져서 많은 운동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어.

석탄의 화학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바뀌고, 열 에너지가 다시 운동 에너지로 바뀐 거야. / 72p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아주 기발한 장치가 만들어졌어. 전류가 흐르는 ‘켜짐’과 전류가 흐르지 않는 ‘꺼짐’ 신호를 이용해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지.

“아, 컴퓨터구나!”

맞아, 컴퓨터야. 처음에는 간단한 정보만 처리할 수 있었던 컴퓨터는 이제 사람의 일을 대신할 정도로 발전했어.

 

“그럼 전기 에너지가 생각 에너지로 바뀐 건가?” / 87p

 

 

 




 

 

 

 

“에너지가 흩어지는 건 쉽지만

다시 모으기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 거야.” / 46p

 

 

 

  ‘교양 꿀꺽’ 시리즈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는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그 중 과학 ‘에너지’ 편인 『에너지는 왜 중요할까?』는 귀여운 두 에너지 캐릭터가 에너지의 원리를 이야기하듯 재미있게 들려주어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에너지에 대한 지식이 쑥쑥 늘어나게 한다. 덕분에 봄방학기간 동안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와 이 책을 알차게 읽으며 에너지가 우리 주변 곳곳에 있지만 아껴 써야 한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초등 저학년부터 읽어도 좋을 초등 과학 교양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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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ㅣ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피피 스포지토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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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

 

 

 

 

  어린이 세계명작 시리즈 ‘S 클래식: 찰스 디킨스’ 편의 두 번째 책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이 작품 속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욕심 많고 까다로운 ‘구두쇠’, 스크루지다.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는 전 세계 어린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이야기 중 하나지만, 영국의 대문호인 찰스 디킨스가 썼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S 클래식’으로 만나보는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는 찰스 디킨스이 전하는 위대한 감동과 아름다운 교훈을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책을 읽어주듯 부드럽게 읽히는 문장과 섬세하면서도 익살스러운 그림체는 우리 아이들을 단숨에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에게 일어난 크리스마스 날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고약한 수전노에 인색하기 그지없는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 먹자고 자신을 초대하는 조카 프레드에게 “쓸데없는 소리”라고 핀잔을 주고, 직원에게는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라고 인사하기는커녕 다음 날엔 평소보다 더 일찍 나오라고 쏘아붙인다. 그날 밤, 7년 전에 죽은 동업자인 말리가 유령이 되어 그의 앞에 나타난다.

 

 

 



 

 

 

 

  “난 자네에게 경고해 주러 온 걸세. 자네에겐 아직 나와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이 있어. 내가 자네를 위해 얻어 낸 기회와 희망이지.” 말리의 유령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스크루지가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기회를 주려 한다. 이후 스크루지에게 과거,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들이 찾아오고, 그들과 시간 여행을 하며 이웃과 지인들에게 야박하게 대했던 지난날의 행동을 후회한다. 그날 이후 스크루지는 이웃에게 친절을 베풀고 나누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난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더 나은 사람이 될게요. 매년 크리스마스를 마음속으로 기리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굴 거예요,

유령님이 보여 주신 미래를 피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게요.” / 78p

 

 

 




 

 

 

 

  이처럼 구두쇠에 인정이라고는 없던 스크루지 영감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따뜻한 감동을 준다. 권선징악을 담은 교훈은 물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온정을 베풀고 가까운 이들에게는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아울러 인생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쁠 땐 마음을 나누고 슬픈 때는 아픔을 함께 다독일 수 있는 ‘나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스크루즈의 밉살스러운 표정, 오싹한 유령의 모습,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나누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생생하게 담아낸 피피 스포지토의 그림 역시 인상적이다. 우리 아이에게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선물을 전해주고플 때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려주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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