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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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당면한 문제 앞에서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갖춰야 하는가!

우리의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이 미더운 낙관이 좋다!

 

 

 

 

  마르셀루 클레이제르는 과학의 대중화에 헌신하면서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할 만큼 과학과 영성을 융합해온 공로까지 인정받고 있는 이 시대의 뛰어난 지성인이다그는 우리 시대의 핵심 문제를 함께 탐구하기 위해 과학과 인문학을 통합한 다자적 접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두 문화의 건설적인 협업을 위해 세계 최정상의 지성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그가 미국 전역의 극장과 대학을 돌며 여덟 차례 진행한 대담을 엮어 펴낸 책이다의식실재지능믿음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책에서 다루고 있는 각각의 주제들은 인류 공통이 함께 질문하고 고민해야 하는 현 시대의 핵심적인 과제로써 새로운 통찰과 건설적인 방향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무엇보다 위대한 지성들의 강연과 마르셀루 글레이제르의 논평은 그 자체로 건강한 혜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우리의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미더운 낙관을 얻게 된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의 대화의식의 신비

불교학자 B. 앨런 월리스이론 물리학자 션 캐럴의 대화실재의 본질

철학자 퍼트리샤 처칠랜드천문학자 질 타터의 대화지능의 미래(인간기계외계 생명체)

철학자 리베카 골드스타인물리학자 앨런 라이트먼의 대화영성의 본질

이론물리학자 폴 데이비스과학사가 히메나 카날레스의 대화시간의 신비

신경과학자 에드 보이든작가 마크 오코널의 대화사이보그미래주의자트랜스휴머니즘

환경주의자 엘리자베스 콜버트종양학자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대화인간과 행성의 수명

인류학자 제레미 드실바우주생물학자 데이비드 그린스푼이론물리학자 타스님 제흐라 후세인의 대화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그리고 인류로서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이러한 문제의식에 접근하기 위해 대담에 참여한 학자들의 공통점은 학문의 경계를 넘는 일즉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대표적으로 의식의 경우지금껏 -마음의 문제에 한정하여 철학이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제는 의식-’ 문제로 확대되어 뇌의 관점에서 그리고 몸의 관점에서 의식을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만일 우리의 의식이 물질적 사물들만큼이나 실재하는 것이라면?(혹은 어떤 의미에서는 실재에 훨씬 더 가깝다면?)”과 같은 질문을 통해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이다저 과거에 석가모니는 이미 그것이 통념이라는 이유로혹은 오랫동안 사실로 여겨져왔다는 이유로 그 견해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전했던 만큼우리 시대의 문제 앞에서 우리가 어떠한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각자의 믿음을 공유하고 일종의 건강한 회의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덟 편의 대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실재의 성질 또한 매우 혼란스러운 주제입니다션이 처음부터 말했듯 서로 다른 온갖 층위가 있고상보적인 앎의 방식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오늘 밤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이 모든 관점을 겸손한 자세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입니다이해해야 할 것을 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우리는 심지어 나아갈 길을 밝히기 위해 물어야 할 질문들이 무엇인지조차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지식 추구의 본질적인 면이자 출발점은 무지를 인정하는 겁니다그때 비로소 우리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집니다모르기 때문이죠톰 스토파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존재로 만다는 것은 알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말고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것에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 ‘2장 실재의 본질’ 중에서 95p

 

 

요컨대저는 과학과 종교에서 지식을 획득하고 수정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둘 다 어느 정도의 믿음즉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믿음과 헌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과학은 특정한 현상에 대해 과학이 알고 믿는 모든 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고 증명하지만 근본적인 믿음인 중심 교리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중심 교리는 그냥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는 과학과 종교가 인류 문명을 형성한 가장 큰 두 힘이라고 생각합니다둘 다 우리 안에 있는 강렬하게 인간적인 뭔가를 반영합니다과학과 종교는 둘 다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그러니 대화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 ‘4장 영성의 본질’ 중에서 167p

 

 

 



 

 

 

 

  챗GPT를 위시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때문에 육체와 기계의 융합트랜스휴머니즘에 관한 논의 역시 눈길을 끈다우리는 이 길의 어디쯤에 왔을까앞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 가야 할까개인적으로 이 질문들에 답하는 건 흥미롭고 멋진 과학적 도전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현재와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는 오코널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아울러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와 맞서기보다는 협력하는 법을즉 테라 사피엔스로서 자신의 활동을 지구의 자연 주기와 우아하게 통합할 수 있는 종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담론들이 지속적으로 고려되고 소통되며 통합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게 뭘까요우리는 어떤 존재일까요?” 행성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종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종입니다그러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그 지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그 지식을 의식적으로 통합해 지구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 쪽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저는 행성의 역사에서 우리가 맡은 역할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가 처한 도전을 이렇게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8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381p

 

 

 




 

 

 

 

  의식과 실존과학과 종교시간의 본질에 관한 책 속의 담론들이 수월하게 읽힌다고는 할 수 없지만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통합해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모색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편협함과 편 가르기로 시민 담론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지금이 책은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훌륭한 도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저 학술적인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가장 낮은 데서부터 공론화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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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뛴다 상상 동시집 9
남은우 지음, 양민애 그림 / 상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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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시를 선물해주세요!

의외의 정경에서 유머를 자아내는 시인의 입담에 하하웃게 될 테니까요!

 

 

 

 

  9살인 아들과 6살 때부터 꾸준히 해온 것이 있다면 바로 동시 필사다초등학교 입학 전이면 특히 띄어쓰기나 받아쓰기를 신경 쓰게 되는데나는 동시를 읽고 필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동시에는 매 편마다 새로운 어휘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 데다 세상을 읽는 따뜻한 정서와 리듬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뿐더러 상상력까지 높일 수 있으니지인들에게도 이 시기에 아이에게 동시를 많이 경험토록 하는 것을 추천하곤 한다최근 남은우 시인의 우산이 뛴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어째서 시인은 우산을 뛴다고 표현한 걸까이 맛있는 언어가 우리 아이를 또 어떤 세계로 데려다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집을 펼쳐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다.

 

 

 

우산이 뛴다

 

남은우

 

태풍이 섬 끝 마을 지붕들 발랑발랑 뒤집고 있을 시간

우산도 급하다

 

달맞이꽃 노란 대문들 잘 붙들어 맸는지

모래톱에 놀던 백로 아이들 대숲 집에 돌아갔는지

링거가 주렁주렁 달렸던 팽나무 할머니는 무사한지

 

삼킬 것 찾아

우우웅 곰 울음 퍼지르는 태풍에게서

강 지켜 내려고

 

뛴다손잡이 하나로 남게 되더라도 / 32p

 

 

 

  표제작인 <우산이 뛴다>는 태풍이 몰아치는 섬 끝 마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태풍에 이는 바람에 섬마을 지붕들이 바람에 발랑발랑 뒤집히는 광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사실 발랑발랑이란 표현은 나로서도 생소한데, ‘아주 가볍고도 재빠르게 잇따라 행동하는 모양’ 혹은 안과 밖이 자꾸 훌쩍 뒤집히는 모양이라 하니 그 움직임에 마음이 다급해지는 우산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달맞이꽃이 대문을 잘 붙들어 매고 있는지모래톱에 놀던 백로들이 대숲 집으로 잘 돌아갔는지팽나무집 할머니는 무사한지 걱정되는 우산의 마음씀씀이가 참 다정하다때문에 곰 울음 같은 소리를 내는 태풍으로부터 손잡이 하나로 남게 되더라도 뛰어가 보호하려는 우산의 그 급박함 안에서 우리는 작고 연약한 것들의 강인한 의지를 엿본다아이는 시의 말미에 이르러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다정함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아이는 내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얼굴이었다.

 

 

 

냐옹냐옹올해만 날이니?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고

너희가 백일홍인 것만 잊지 않으면

천만년 백일이 너희 것이야.” / <백일홍과 고양이일부 중에서 59p

 

 

 



 

 

 

 

  아이들과 산책을 하던 도중 나무 곳곳에 매미 허물이 눈에 띄어 한참을 바라보았다이 많은 매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답답했던 허물을 홀랑 벗고 나면 지금은 홀가분할까남은우 시인은 시 <가방>에서 허물을 매미가 벗어 놓고 간 가방이라 말한다여기에 바람이 메고 다니며 별것 다 넣는다는 시인의 상상이 재미있다애기똥풀 똥 싼 이야기뱁새 가랑이 찢다 깁스한 일호랑거미 종일 거꾸로 서서 한 생각… 바람결에 보고 들었을 법한 온갖 이야기들을 제 몸이 가방인 것인양 담아둔다는 시인의 품이 참 넉넉하다그래서 허물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은 것이 된다.

 

 

 

  ‘(남은우시인은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하여 농촌 사회의 한 문제적 정경을 동화적 공간으로 구현해낸다던 김준현 시인의 말처럼의외의 정경에서 유머를 자아내는 시인의 입담이 매우 재미있다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번개시장에 번개가 있을 리 없지만시인은 고등어 아줌마 앞치마에 그 피설마?’ ‘조 입 딱 닫은 꼬막들도 수상하고’ ‘반짝이 휘감은 번개뜨개방 행주들에 있는 건 아닌지번개를 찾아 기웃거리는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표정 속에서 진기한 물건으로 가득한 시장의 풍경이 한결 더 이채로워진다.

 

 

 

달팽이가 왜 세상 구경다는지 알겠어유

해바라기 동네 옛집까진 한참을 더 가야 해유

어기적어기적 걸음이 눈에 좀 거슬려도 봐주셔유

돌 아니구유

우툴두툴 저 같은 개구리도 있어야지유

독을 뿜어야 건널 수 있는 세상이라기에

독 한 주머니도 찼구먼유 / <감자밭일부 중에서 26p

 

 

 




 

 

 

 

  시가 낯설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남은우 시인의 <꿩에게>를 들려줘보는 건 어떨까겁먹지 말고///그 애한테 널 던져 봐소리 내어 이름을 불러주고그림을 그려보고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보며 경계 없이 에게 마음을 던져 보는 것바로 그 순간아이들은 보다 더 자유로워지고 세상이라는 넉넉한 공간을 얻게 된다엉뚱한 호기심과 재기발랄한 언어로 내 아이에게 상상이라는 커다란 힘을 선물하고픈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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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
조선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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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육아 자신감을 길러주는 훈육 노하우!

육아와 훈육이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고 건강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자녀교육서!

 

 

 

 

  “얼른 하자.” “지금 해야지!” 9살과 5살이 된 두 아들과 지내다보면 재촉을 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그럴 때면 아이들은 잠깐만.” 하고 습관처럼 시간을 번다유아기 때처럼 떼를 쓰는 일은 거의 없어서 한결 수월해졌지만씻고 옷을 입고 밥 먹고 잠드는 가장 기본적인 일을 할 때마다 내 마음처럼 곧장 움직여주지 않을 때면 별 도리 없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그러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면 후회가 밀려든다좀 더 기다려줘도 되는데별 거 아닌 일로 또 다그쳤네……오늘도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던 내 안의 감정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내가 이토록 화가 많은 사람이었나내가 이렇게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었나나만 나쁜 엄마인가항상 온화한 얼굴로 이성적으로 아이를 대하면 좋겠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은 현실 육아는 늘 새로운 난관을 마주하게 한다.

 

 

 

현실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 전합니다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는 EBS <60분 부모>, SBS Plu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에 출연하며 대한민국 엄마들의 부모 멘토가 되어준 조선미 교수의 자녀교육서다그 중에서도 이 책은 훈육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을 위해 현실적인 육아 노하우를 전하고자 한다일단 저자는 훈육이란, ‘부모가 아이가 자라면서 지녀야 하는 것들을 가르치는 과정과 결과로써 부모들에게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나갈 것을 조언하며 매 순간 훈육을 잘 하고 있는가못하고 있는가로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기를 독려한다훈육은 아이가 해야 하는 일을 습관이 될 때까지 지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기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거듭 반복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저자는 훈육을 할 때는 아이의 감정은 존중하되행동은 통제할 것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다수의 매체와 육아서에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훈육을 하는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지시해서 상황을 빨리 종결하는 게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훈육은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치는 중요한 일입니다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사회화의 초기 단계는 가정에서 이루어집니다육아를 목적이 아이의 독립이라면 훈육은 아이에게 홀로 설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여주는 겁니다아무 도구 없이 아이를 험한 세상에 내보내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훈육을 해야 합니다. / 7p

 

 

훈육은 지향성을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가는 것이지 매 순간 훈육을 잘한다못한다는 판정하는 게 아니에요두 돌 무렵 시작해서 보통 사춘기까지 아이가 알아야 할 사회적·도덕적 기준과 규칙 등을 내재화해가는 긴 과정입니다아이들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순서대로 가듯이 나이에 맞는 통제 방법을 사용해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게 가정에서의 훈육이라는 걸 먼저 이해하길 바랍니다부모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한편으로 학교 선생님이 교과목을 가르치듯 좋은 태도를 가르쳐야 합니다. / 16p

 

 

 



 

 

 

 

  우리가 아이들에게 뭔가를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지시를 해야 한다이에 지시를 하는 부모에게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아이에게 지시를 잘못하면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책에서는 효과적인 지시법을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첫 번째는 먼저 엄마가 마음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숙제를 하라고 방금 말해놓고 아니다밥 먹고 해.”라거나 뭔가 다른 것으로 지시를 조정함으로써 당장에 해야 할 일의 중요성을 흐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이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물론 질문하거나 부탁이 아닌꼭 해야 한다는 톤으로 말할 것을 조언한다또 엄마가 한눈을 팔거나 다른 데로 가면 아이도 산만해져서 흐지부지되어버리기 때문에 아이가 하는 것을 끝까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지시를 할 때는 한 번에 하나씩 시키되아이가 지시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중요하다이어 지시를 잘 따랐다면 꼭 칭찬해줌으로써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가 이를 왜 닦아야 해?”라고 물어보면 처음 두세 번은 설명해줍니다그런데도 아이가 계속 묻는가면 그건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냥 하기 싫어서 시간을 끄는 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설명을 해주면 더 말을 잘 들을 거라고 믿고 열 번 물으면 열 번 설명하는 부모가 있는데 이건 그저 아이에게 휘둘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반복되는 질문과 설명은 그저 시간을 지연하는 효과밖에 없습니다또한 지나친 설명은 지시의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 27p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혼동하지 마세요아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안 해도 될 선택권을 주는 부모는 민주적인 게 아니라 방임형 부모입니다양치질을 하도록 지시나 명령을 한 뒤에 네가 하기 싫은 건 알아라고 싫은 마음을 알아주는 부모가 민주적인 겁니다아이가 싫어하는 마음까지 시끄러워싫긴 뭐가 싫어라고 무시하는 부모는 권위적인 것이고요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양치질을 하고 난 다음에 하세요지시를 할 때 마음을 읽어주면 역효과만 납니다단호할 땐 단호해져야 합니다. / 30p

 

 

감정이 포함된 의사소통을 할 때 사람들은 비언어적 메시지에 80퍼센트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언어 메시지에 집중하는 정도는 20퍼센트 정도입니다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사실은 그 사람의 태도말투눈빛 같은 게 더 중요한 거죠.

훈육에 있어서도 부모의 표정과 말투말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등 비언어적 요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걸 그만두게 해야지라는 결정이 섰으면 바로 표정과 어투를 바꿔야 합니다톤은 낮추되 말 속도는 천천히그렇지만 단호하게 말하세요. / 58p

 

 

 




 

 

 

 

  이 외에도 지시를 하면 싫다고 하는 아이자기 뜻대로 안 되면 떼를 쓰는 아이마트에 가면 갖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징징거리는 아이거칠게 말하거나 난폭한 아이스마트폰을 사용이 많은 아이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황에 맞는 훈육법을 제안한다덕분에 각자의 상황에 따라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적절한 훈육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개인적으로 권위 있는’ 부모와 권위적인’ 부모는 다르다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권위적인 것은 좋지 않지만 부모에게 권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훈육은 부모의 권위와 단호함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꼭 유념해야겠다.

 

 

 

첫 번째는 나쁜이라는 단어입니다. “나쁜 행동 하면 안 돼.” 이렇게 말을 많이 하잖아요. “나쁜 짓을 했으니까 혼나는 거야.” 이 나쁜이란 단어는 가급적 쓰지 않아야 합니다. ‘나쁜이라는 단어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안 담겨 있거든요그러니까 다 자기 마음대로 생각을 하게 되죠.

(따라서 나쁜이라는 단어는 가급적 쓰지 말고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말하세요나쁜 행동을 하려고 한다면예를 들면 물건을 던지려고 할 때 나쁜 행동 하지 마가 아니라 물건 던지지 마라고 해야 한다는 거죠. / 64p

 

 

그래도 엄마한테 물어보는 게 빨라.”

그때 제가 깨달았어요. ‘자판기가 옆에 있어서 그렇구나스스로 찾아보면 되는 걸 엄마한테 물어보면 빨리 유능하게 처리해주니까 저한테 계속 물어봤던 거죠.

간혹 아이가 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것도 안쓰럽다고 가방 들어주는 엄마들이 있어요그런데 가방을 드는 게 그 나이에 못 할 일은 아니죠앞으로 쭉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아이가 안쓰럽다고 엄마가 자꾸 해주면 아이들은 이건 내 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 231p

 

 

 

  심리학자 바넘 포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기만의 특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이를 포러 효과(Foreer effect)’한다아이를 키우는 게 나만 힘든 것 같고나만 나쁜 엄마 같고그러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다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은데나 자신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늘 벽에 부딪히는 느낌에 괴로워지곤 한다또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행복하며 즐거운 가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하지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며 어느 부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처럼 훈육할 수는 없는 법이다때로는 일관성을 잃기도 하고때로는 욱하기도 하며 감정에 쉽게 휘둘리기 마련이다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원칙을 떠올려보며 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육아와 훈육이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고 건강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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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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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아름다운 생명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진심 어린 애정과 연대세대를 넘나드는 우정삶의 방향은 내가 정할 수 있다는 낙관의 메시지까지!

 

 

 

마셀러스_

내가 누구냐고몸무게가 27.2 킬로그램에 달하는 거대태평양문어다. 5억 개의 뉴런을 지녔고 위장 능력이 뛰어나며 머리 지능보다 더 뛰어난 촉수가 여덟 개의 팔에 퍼져 있다당신은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놀랍도록 똑똑한 생명체다소웰베이 아쿠아리움에 구조되어 온 뒤로 모두가 잠든 밤이면 나는 수조 밖을 몰래 빠져나와 해마에게 장난을 걸고야식을 먹기 위해 해삼 수조를 뒤지며 비밀스러운 모험을 감행하지만아쿠아리움 운영자인 테리는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한 게 분명하다하지만 그런 즐거움도 이제 16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내 수명은 4, 1460청소년기에 이곳으로 온 뒤로 쭉 이 수조 안에서 살았으니 이 수조 안에서 운명을 마감하리라다만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한 명 있다나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토바 설리번죽기 전에 나는 그녀의 심장에 난 구멍이 메워지도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토바 설리번_

나는 작은 소도시 소웰베이 아쿠아리움의 청소를 담당하는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이다방문객들이 돌아가고 난 뒤 모두가 잠든 시각나는 아쿠아리움에 묻은 수많은 지문과 껌 자국들을 떼어내며 다음날 찾아올 손님들을 쾌적하게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30년 전엔 아들인 에릭을 잃고 몇 해 전에 남편인 윌까지 떠나보낸 내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건 니트-위츠 모임의 친구들과 이곳 아쿠아리움 덕분이다하지만 이제는 나도 노쇠해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그보다 어떻게 수조 밖을 나온 건지 거대태평양문어인 마셀러스가 전선에 몸이 감겨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구출한 뒤로 이 녀석이 마음에 쓰인다마치 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의 말과 행동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것을 보면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것만은 분명하다그나저나 녀석은 어째서 매일같이 수조 밖을 탈출하는 것일까혹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캐머런 캐스모어_

아무래도 친구 부부 집 소파에서 하룻밤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내가 일자리에서 쫓겨난 것을 여자친구가 알아버리자 나를 집에서도 내쫓아버린 것이다약물 중독자였던 엄마는 아홉 살 때 나를 이모에게 맡기고 사라진 뒤 연락이 없고아버지는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니… 역시나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존재인가 보다그런데 때마침 이모가 건넨 엄마의 오래된 잡동사니 틈에서 뜻밖의 반지를 하나 발견했다아버지가 엄마에게 준 것이 분명하다소웰베이 고등학교, 1989년 졸업. 10대 시절의 엄마그리고 그녀 옆의 한 남자이 남자가 혹시 나의 아버지일까나의 아버지가 있다는 그곳소웰베이로 가봐야겠다.

 

 

 

나는 비밀을 아주 잘 지킨다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내가 누구에게 털어놓겠는가달리 선택권이 없다다른 포로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다 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대화뿐일 것이다무딘 의식원초적인 신경 체계그들은 생존을 위해 설계되었고아마도 그 기능에는 전문가일 것이다그러나 여기 있는 그 어떤 생명체도 나와 같은 지능은 지니지 않았다외롭다내 비밀을 나눌 누군가가 있다면 외로움이 덜해질지도 모른다. / 80p

 

 

세월이 지나도 이들의 불만은 달라지지 않았다처음에는 아이가 다니는 대학이 너무 멀리 떨어져 애석하다는 것이었고그 다음에는 일요일 오후에 전화 통화만 하다니 너무하다는 것이었다이제는 손주와 증손주 이야기다이들은 가슴에 엄마라는 이름을 크고 야단스럽게 써 붙였지만 토바는 그 이름을 명치 저 깊숙한 곳에 오래된 총알처럼 묻고 살았다아무도 모르게. / 35p

 

 

기회들지금껏 기회를 몇 번이나 제공했는지 삶이 기록하고 있다면 캐머런이 받아야 할 밀린 기회들이 아주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중독자 부모를 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케이티가 알까그의 안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끈질긴 증오에 대해 케이티가 어떻게 알까? / 84p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모두가 잠든 밤소웰베이 아쿠아리움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문어의 아주 특별한 우정을 담은 소설이다가족을 잃고 은퇴를 앞둔 아쿠아리움 청소부 토바와 곧 있으면 수명을 다할 문어가 생의 마지막 즈음에 이르러서 서로를 위해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소설은 절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존재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빚어내는 기적을 섬세하게그리고 따뜻하게 그려나간다특히 소웰베이 사람들의 진심 어린 애정과 연대세대를 넘나드는 우정삶의 방향은 내가 정할 수 있다는 낙관의 메시지까지어느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꽉 찬 희망과 감동을 전한다.

 

 

 

제가 작은 마을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사람들이 다 친절하지만…… 뭐라고 해야 될까요서로 너무 관심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서로 챙겨준다고 표현하는 쪽이죠.”

체리 한 봉투를 저울에 올리는 샌디의 산호색 입술에서 어느샌가 긴장된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 378p

 

 

 



 

 

 

 

  페이지는 두껍지만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희망을 담은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온 마음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어쩌면 기적은내가 열어 보인 마음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마셀러스가 이미 보여 주었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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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9
기 드 모파상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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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생의 길로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근사한 가면으로 치장되는 인간의 비겁함위선욕망의 허울들을 관조적이면서 성숙한 시선으로 엮어나간 모파상의 대표작!

 

 

 

 

  독서모임 책으로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선정해 읽기 시작했다그런데 이 기시감은 대체 뭘까플롯이나 등장인물 그리고 배경이 낯설지 않다고개를 갸웃거리며 3분의 정도의 내용을 읽어나갔을 즈음나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간에 써왔던 리뷰들을 모은 블로그에서 모파상을 검색했다아니나 다를까 몇 해 전에 이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다그런데 왜 내가 기억하지 못했을까를 생각해보니당시에 읽은 책은 어느 인생(백선희 옮김새움)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얼핏 보면 어느 인생과 여자의 일생은 한 작품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거리감이 있는 것이어서 나는 어째서 이토록 다른 제목을 붙였을까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이 작품에 저자가 붙인 제목은 ‘Uni vie’, ‘어느 인생’ 혹은 어떤 일생’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그만큼 모파상이 제목에서 고유명사를 배제한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텐데 다수의 출판사가 여자의 일생을 관습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자칫 한 여주인공의 개별적 인생을 여자의 일생으로 일반화시켜버릴 수 있는 해석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그건 아마도 잔느라는 여성의 일생을 중심으로당대 여성들의 공허하고도 고독한 일상에 깃든 우수를 담아내고자 한 모파상의 통찰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제목이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그는 곧잔느를 통해 여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바라볼 것인가를 독자로 하여금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반면 어느 인생이란 제목으로 바라보자면특정 시대 속의 여성들로 이야기를 한정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적이고 보다 본질적인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착오 덕분에 한 작품을 두 번 읽게 된 나는 첫 독서에서는 여주인공의 기구한 운명과 불행에 몰입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을 두 번째 독서를 통하여 좀 더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얻었다이래서 책은 여러 번 읽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는가보다심심한 듯 음울한 느낌이 단조롭게 펼쳐지는가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캐릭터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살아 숨 쉬시는 듯하고마침내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로 귀결되는 장면은 인생이라는 모진 풍파 속에서 건져 올린 감회가 이토록 생생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소설은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던 잔느가 비슷한 계층의 자작인 쥘리앵을 만나 불행으로 점철된 결혼 생활을 하다 점차 쇠락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중심 서사는 주인공인 잔느를 따라 연대기적으로 흘러가지만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세밀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모파상의 디테일이 단연 돋보인다비만 때문에 안락의자에 붙박여 지내게 되자 과거에 자신이 가장 예뻤던 시절에 주고받았던 여러 비밀 편지와 몽상에 빠져 지내는 남작 부인,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크게 산 것도 없는데 오늘도 100프랑이나 써 버렸단 말이야.” 같은 말을 하면서도 현실 감각이 없는 특유의 선량함 때문에 돈이 새어 나가는 줄도 모르는 남작극도로 인색하며 가족에 대한 헌신보다 자신의 욕망을 더 앞세우는 쥘리앵아무도 존재 자체를 신경을 쓰지 않아 살아 있는 가구 취급을 받는 리종 이모 등이 그러하다.

 

 

 

얇은 옷 속으로 억센 골격이 두드러져 보이는 키 큰 어부 아낙네들이 마지막 어부가 출발할 때까지 머물러 있다가왁자지껄하게 캄캄한 거리의 깊은 잠을 깨우면서괴괴한 마을로 돌아갔다.

남작과 잔느는 우두커니 서서 그 사람들이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이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나가지만너무 가난해서 평생고기도 먹어 보지 못하는 것이다. / 138p

 

 

그녀는 바늘로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돈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그런 행위가 천하고 추하게 보였다. “돈이란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란다.”라는 엄마의 말을 그녀는 얼마나 자주 듣고 자랐던가그런데 이제 쥘리앵이 그녀에게 거듭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함부로 돈을 낭비하는 버릇을 고칠 수 없겠소?” 그리고 임금이나 상품 가격에서 돈 몇 푼을 깎을 때마다 그는 자기 주머니에 잔돈푼을 굴려 넣으면서 미소를 띠고 선언하듯 말했다. “작은 개울물이 큰 강을 이루는 법이거든.” / 142p

 

 

 

  소설 속 인물들은 모파상이 당대의 풍속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쓰임새도 없는 가구들로 넘쳐나는 넓은 거실 속에서 프랑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귀족 친척들에게 편지나 쓰며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격식을 차리는 일에 여념이 없는 귀족들은, 19세기 국가 체제의 변화와 귀족 시대의 몰락 앞에서 더없이 무력한 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장인어른이 재산을 낭비해서 가진 것을 탕진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런 처지에 빠지진 않았겠죠장인어른이 파산한다면 누구 잘못이겠어요?” 와 같이 장인을 향한 쥘리앵의 맹렬한 일침은 현실감 없는 귀족들의 무지를 드러낸다. “이 고장 계집애들치고 임신하지 않고 결혼하는 애는 없답니다.” 고을의 처녀들을 싸잡아 부정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쥘리앵의 간통을 정당한 것으로 무마하는 신부의 태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오래된 성폭력의 역사를 들추어보게 한다이렇게 소설은 근사한 가면으로 치장되는 인간의 비겁함위선욕망의 허울들을 관조적이면서 성숙한 시선으로 엮어나간다이것이 자칫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소설이 지닌 남다른 힘이다.

 

 

 

남작의 맹렬한 기세에 놀란 쥘리앵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쥘리앵이 좀 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그렇지만 1500프랑이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계집애들은 모두 결혼하기 전에 애를 낳아요그러니 그게 누구 자식이건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2만 프랑 가치가 있는 농장 하나를 준다면우리 내외가 입는 손해는 고사하고 세상 사람 모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얘기해 주는 셈이라고요적어도 우리 가문과 우리 위치를 생각하셔야죠.” / 188p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을 거야.” 누군가가 그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고 끼어들었다그러자 거지 영감이 무섭게 화를 냈다. “왜 그 편이 낫다는 거야나는 가난하고그자들은 부자라서지금 저들 꼴을 보라고…….” 누더기를 걸친 채수염은 얼크러지고 밑 빠진 모자 밖으로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더러운 꼴을 한 거지는빗물을 줄줄 흘리고 덜덜 떨면서 갈고리처럼 굽은 그의 지팡이 끝으로 두 사람의 시체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죽음 앞에서는 우리 모두 평등하다고.” / 265p

 

 

잔느는 순간순간 되뇌는 것이었다. “나는 평생 운이 없었어.” 그러면 로잘리가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면품팔이를 하러 가려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했다면 어쩔 뻔했어요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그런 사람들은 너무 늙어 일을 못 하면비참하게 죽는답니다.”

잔느는 이렇게 대꾸했다. “내가 아들에게 버림받아혼자뿐이라는 걸 좀 생각해 봐.” 그러자 로잘리가 무섭게 화를 내며 말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요생각해 보세요군대에 간 자식들도 있고미국에 가서 사는 자식들도 있어요.” / 338p

 

 

 




 

 

 

 

  『여자의 일생』 이 한 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이유는 다양한 계절을 넘나드는 노르망디의 풍경과 소설의 운명이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찬란한 초록빛 자연 속에서 생동하는 잔느와 음울한 잿빛 전원에서 자신의 운명을 비감하는 잔느의 대비는 모파상의 서정적인 문체와 한 몸을 이룬다때문에 소설의 전반에 흐르는 생의 허무와 고독비애는 또 다시 무심코 꽃망울을 터뜨리는 계절이 찾아올 때쯤이면 얼마간의 희망을 기약하게 하며 우리를 계속에서 삶의 길로 이끈다그렇게 소설은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라는’ 생의 담담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읽어도 좋았다읽는 내내 우울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지만 언젠가 다시 읽어도 또 좋을 것 같다그나저나 모파상당신은 왜 여자의 마음을 여자보다도 잘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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