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뛴다 상상 동시집 9
남은우 지음, 양민애 그림 / 상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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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시를 선물해주세요!

의외의 정경에서 유머를 자아내는 시인의 입담에 하하웃게 될 테니까요!

 

 

 

 

  9살인 아들과 6살 때부터 꾸준히 해온 것이 있다면 바로 동시 필사다초등학교 입학 전이면 특히 띄어쓰기나 받아쓰기를 신경 쓰게 되는데나는 동시를 읽고 필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동시에는 매 편마다 새로운 어휘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 데다 세상을 읽는 따뜻한 정서와 리듬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뿐더러 상상력까지 높일 수 있으니지인들에게도 이 시기에 아이에게 동시를 많이 경험토록 하는 것을 추천하곤 한다최근 남은우 시인의 우산이 뛴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어째서 시인은 우산을 뛴다고 표현한 걸까이 맛있는 언어가 우리 아이를 또 어떤 세계로 데려다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집을 펼쳐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다.

 

 

 

우산이 뛴다

 

남은우

 

태풍이 섬 끝 마을 지붕들 발랑발랑 뒤집고 있을 시간

우산도 급하다

 

달맞이꽃 노란 대문들 잘 붙들어 맸는지

모래톱에 놀던 백로 아이들 대숲 집에 돌아갔는지

링거가 주렁주렁 달렸던 팽나무 할머니는 무사한지

 

삼킬 것 찾아

우우웅 곰 울음 퍼지르는 태풍에게서

강 지켜 내려고

 

뛴다손잡이 하나로 남게 되더라도 / 32p

 

 

 

  표제작인 <우산이 뛴다>는 태풍이 몰아치는 섬 끝 마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태풍에 이는 바람에 섬마을 지붕들이 바람에 발랑발랑 뒤집히는 광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사실 발랑발랑이란 표현은 나로서도 생소한데, ‘아주 가볍고도 재빠르게 잇따라 행동하는 모양’ 혹은 안과 밖이 자꾸 훌쩍 뒤집히는 모양이라 하니 그 움직임에 마음이 다급해지는 우산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달맞이꽃이 대문을 잘 붙들어 매고 있는지모래톱에 놀던 백로들이 대숲 집으로 잘 돌아갔는지팽나무집 할머니는 무사한지 걱정되는 우산의 마음씀씀이가 참 다정하다때문에 곰 울음 같은 소리를 내는 태풍으로부터 손잡이 하나로 남게 되더라도 뛰어가 보호하려는 우산의 그 급박함 안에서 우리는 작고 연약한 것들의 강인한 의지를 엿본다아이는 시의 말미에 이르러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다정함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아이는 내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얼굴이었다.

 

 

 

냐옹냐옹올해만 날이니?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고

너희가 백일홍인 것만 잊지 않으면

천만년 백일이 너희 것이야.” / <백일홍과 고양이일부 중에서 59p

 

 

 



 

 

 

 

  아이들과 산책을 하던 도중 나무 곳곳에 매미 허물이 눈에 띄어 한참을 바라보았다이 많은 매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답답했던 허물을 홀랑 벗고 나면 지금은 홀가분할까남은우 시인은 시 <가방>에서 허물을 매미가 벗어 놓고 간 가방이라 말한다여기에 바람이 메고 다니며 별것 다 넣는다는 시인의 상상이 재미있다애기똥풀 똥 싼 이야기뱁새 가랑이 찢다 깁스한 일호랑거미 종일 거꾸로 서서 한 생각… 바람결에 보고 들었을 법한 온갖 이야기들을 제 몸이 가방인 것인양 담아둔다는 시인의 품이 참 넉넉하다그래서 허물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은 것이 된다.

 

 

 

  ‘(남은우시인은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하여 농촌 사회의 한 문제적 정경을 동화적 공간으로 구현해낸다던 김준현 시인의 말처럼의외의 정경에서 유머를 자아내는 시인의 입담이 매우 재미있다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번개시장에 번개가 있을 리 없지만시인은 고등어 아줌마 앞치마에 그 피설마?’ ‘조 입 딱 닫은 꼬막들도 수상하고’ ‘반짝이 휘감은 번개뜨개방 행주들에 있는 건 아닌지번개를 찾아 기웃거리는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표정 속에서 진기한 물건으로 가득한 시장의 풍경이 한결 더 이채로워진다.

 

 

 

달팽이가 왜 세상 구경다는지 알겠어유

해바라기 동네 옛집까진 한참을 더 가야 해유

어기적어기적 걸음이 눈에 좀 거슬려도 봐주셔유

돌 아니구유

우툴두툴 저 같은 개구리도 있어야지유

독을 뿜어야 건널 수 있는 세상이라기에

독 한 주머니도 찼구먼유 / <감자밭일부 중에서 26p

 

 

 




 

 

 

 

  시가 낯설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남은우 시인의 <꿩에게>를 들려줘보는 건 어떨까겁먹지 말고///그 애한테 널 던져 봐소리 내어 이름을 불러주고그림을 그려보고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보며 경계 없이 에게 마음을 던져 보는 것바로 그 순간아이들은 보다 더 자유로워지고 세상이라는 넉넉한 공간을 얻게 된다엉뚱한 호기심과 재기발랄한 언어로 내 아이에게 상상이라는 커다란 힘을 선물하고픈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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