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 -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안전거리 지키는 법
서제학 지음, 봄쏙 그림 / 필름(Feelm)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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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교통사고가 있다면 우리 삶에는 고통사고가 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입이 아닌 내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

 

 

 

  나는 같은 회사를 두 번 입사하고두 번 퇴직한 독특한 경력(?)이 있다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나 봐라’ 하고 당당하게 퇴직을 한 뒤, 2년 후 달콤한 재입사 제안에 이끌려 다시 돌아갔다가 도망치듯 뛰쳐나왔다고나 할까사실 재입사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인상된 연봉 때문만은 아니었다. “직원들이 많이 나가면서 후회를 많이 하셨어그 좋은 사람들 다 놓치고… 지금은 더 이상 예전의 사장님이 아니야와서 보면 알 거야.” 번번이 개인사에 간섭하는 것은 물론휴가 기간에도 급한 일을 처리하게 하거나 조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회사를 우선으로 강조하고화가 나면 길길이 날뛰며 욕을 해대다가 화가 가라앉으면 말투가 상냥하게 싹 바뀌는 그 사이코가 변했다고믿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믿었던 나였다그런데 아니나 다를까그는 한 달도 채 가지 않아 본색을 드러냈다역시사람은 바꿔 쓰는 게 아니랬다나는 그 길로 미련 없이 3개월 만에 다시 재퇴사를 결정했다.

 

 

 

  이 외에도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하며 깨달은 것은 대부분의 원인이 사람’ 때문이란 사실이었다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법이고 아무리 고된 업무라도 시간이 흐르면 차차 적응하기 마련이다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고통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났다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사람호의를 권리로 생각하는 사람자신이 더 돋보이려고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사람감정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는 사람도로 위에서만 교통사고가 있는 게 아니라우리 삶에도 선을 넘는 사람들로 인한 고통사고가 있다는 책 속을 말을 실감하게 하는 사고 유발자들.

 

 

 

  『선 넘는 거습관이시죠?에 따르면다양한 유형으로 선을 넘는 사고 유발자들이 만들어내는 고통사고를 곱씹어보면 교통사고와 유사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이를 테면 누구든 선을 넘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나 혼자 조심한다고 사고가 안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생각보다 약하며 경력이 더 길다고 더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하물며 음주 운전자들처럼 상식이 아예 안 통하는 또라이들이 있, ‘한 사람의 실수가 다중 추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때론 능숙하지 못한 대응으로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가해자의 강압적인 비난과 책임 전가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그렇다면 우리는 삶이라는 길 위에서 어떻게 하면 예상치 못한 고통사고로부터 나의 마음을 지켜내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또 내 안의 걱정과 불안후회와 조바심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마음의 선을 지킬 수 있을까책은 솔직한 경험담을 통해 여러 고통사고들을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평소 나는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다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대부분은 금방 털어내고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자존감이 높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겨우 이 정도의 실력으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누가 나한테 배우겠어스펙도 능력도 출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생각들로 점점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자격증만 따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가 자격증을 딴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의 저자인 맥스웰 몰츠는 낮은 자존감은 계속 브레이크를 밟으며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낮은 자존감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절하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 채 사는 사람은 운전하는 중에 지속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차와 같다고 말이다게다가 그 차는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고장나버릴 확률도 높다고만약 주변의 차들이 속도를 줄여주거나 차선을 비켜 준다면내 차가 더 잘 나갈 수 있을까저자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통해 실패할 때와 성공할 때의 모든 나를 믿고 항상 응원해줌으로써 내 삶의 운전자인 내가 바뀌어야만 자존감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자존감이란 본인의 능력이나 타인의 인정과 꼭 비례하지 않는 것이어서 외부적인 인정이나 평가보다는 내가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가?’가 자존감을 높이는 중요 포인트라고 덧붙인다그동안 나는 나를 충분히 믿어주거나 응원해주지도 않았으면서 자존감이 높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게 아닐까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자존감의 형태와 무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 나에 대한 비난이나 평가의 가치는 상대의 직급이나 연령의 고하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님을 명심할 것.
  • 많은 이들이 나의 능력을 의심하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만은 끝까지 나 자신을 믿고 지지할 것.
  • 행복의 기준을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안에서부터 찾는 연습을 할 것. / 23p

 

 

충만한 자신감도 중요하지만우리 모두는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인간인 이상 본인이 익숙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고그러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편협한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때문에 우리는 서로 의사소통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지금자신의 능력이라는 면허증을 안일함과 현상 유지라는 장롱 속에 넣어두고 경력만 내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해 보자장롱 속에서 낡아가는 면허증 만큼이나 자신의 가치도타인의 평가도 뿌옇게 바랠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 57p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도 본인의 잘못조차 인지 못하는 음주 운전자의 모습이 사회생활에서 만나온 고통사고 유발자들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연히 멈출 거라 생각했지만속도조차 줄이지 않았던 음주 운전자과 같이 사회의 상식이 아닌 본인의 상식만으로 돌진하고 충돌하는 또라이들이 그렇다. ()

음주 운전자과 또라이의 공통점

  • 그들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기피의 대상이다.
  • 그들과 부딪히면 무조건 다치는 것은 나다몸이든 마음이든.
  • 그들에 대한 사회의 처벌은 놀랄 정도로 약하다. / 70p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의와 노력하는 선의에는 차이가 있다.’ 저자는 선의에 대해 이렇게 구분 짓는다왜 나만 맨날 배려하는 것 같고선의가 선의로 돌아오지 않는 건지이에 대한 상처들이 늘어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손해를 봤던 이유는 착해서라기보다는 착하려고 노력해서가 아니었을까하고 말이다그도 그럴 것이 조별 모임 때도 그렇고 동료들 어느 누구도 내게 먼저 희생을 강요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다그저 내가 희생하고 봉사함으로써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보상 받고 싶어서 노력했을 뿐이다결국 돌아오지 않을 선의를 빌려주고 마음에 상처받기를 반복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이에 저자는 진정 우러나오는 것이든노력해서 베푸는 것이든 선의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우리가 상대에게 선의를 베풀며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그것은 함부로 빌려주는 선의가 아닌 줄 수 있는 선의여야 한다는 것이다혹은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선의만 상대에게 주는 것이 좋으며선의의 최우선 순위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아무리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으로 주변의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그로 인해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고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선의가 아니라 희생일 뿐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세상은 분명히 변하고 있고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마련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 또한 발전하고 있다그렇기에 우리는 깜깜한 밤에 태양을 띄우고자 하는 것이 아닌광장을 밝힐 작은 촛불을 켜는 마음으로 우리가 옳다고 믿는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차 속은 영원히 안전할 거라 착각하는 그들에게 경고의 클랙슨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95p

 

 

 

그렇기에 노력과 보상이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일상 속 작은 성취는 우리가 긴 인생을 달려가는데 지치지 않도록 중간중간 힘을 주는 에너지 음료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남들이 느끼기에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일상의 권태로움을 이겨내고작은 성취를 통한 동기부여로 오늘을 더 잘 살아낼 수 있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일상에 즐거움을 지펴 줄 성취감의 씨앗을 당신도 심어보시길. / 158p

 

 

 




 

 

 

 

  <심슨 가족>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한다. “인생은 고통과 고난으로 가득해하지만 (행복의요령은 순간에 주어진 몇몇 완벽한 경험들을 즐기면 되는 거야.” 행복은 나만의 속도로 달리는 순간그 순간을 즐기는 데에서 온다평생 될까 말까 한 로또 한 방이 아니라 소소한 5%, 10% 쿠폰과 같은 것에서 행복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아무리 빠르게 달려봤자 주변의 경치를 모두 놓친다면 그 여정은 경주에 불과한 것처럼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경주가 아닌 매 순간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여행 같은 삶을 사는 거다바로 그럴 때 잦은 불안과 조바심으로부터 나만의 선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부족하고 즉흥적이더라도더 많은 곳으로 발걸음을 떼고 더 많은 시도를 해 보는 것그것이 인생이라는 여행을 거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계획표를 꽉 채워 떠난 여행에서 얻는 즐거움도 있지만막상 무작정 떠나 보니 진짜 필요한 건 어떻게든 준비할 수 있었고또 완벽하게 짜진 계획 속에서는 만나지 못했을 새로움과 놀라움도 가득했다.

조금 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더 많이 시작하고 서서히 완성해가자.

여행도우리의 인생도. / 255p

 

 

 

  책을 읽으며 타인이 나의 선을 함부로 넘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켜야 할 내면의 선부터 제대로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행복은 다른 사람의 입이 아닌 내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이란 이 책의 메시지를 우리는 모두 기억할 필요가 있다오늘도 교통사고 같은 고통사고로 고통 받으며 자신의 쿠크다스 같은 멘탈 만을 탓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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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를 권하다 -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5
이진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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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에 관한 편견과 통념을 철저히 깨부순 책!

현재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철학적 질문들을 마주하게 하는 인생명강!

 

 

 

  “한국의 자유주의자는 미국의 공동체주의자보다 훨씬 더 공동체주의적이며미국의 공동체주의자는 한국의 자유주의자보다 훨씬 더 자유주의적이다.” 개인주의를 권하다의 저자인 이진우 교수는 한국은 개인이 없는 사회라고 진단한다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근대사회에 비해 개인화되었음에도 진정한 개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넌 너무 개인주의적이야!’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고개인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데도 개인주의의 병폐를 미리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 혹은 개인주의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다 일단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개인주의를 권하다란 제목의 첫 느낌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그동안 개인주의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개인주의란 개인의 능력과 소질을 최대한으로 높여 완전한 개인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에 우리 사회는 나는 개인주의자다라고 개개인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역설적이게도 개인주의의 확산이야말로 사회의 개인화로 인해 비롯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개인화가 현대화의 필연적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이 책은 개인주의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완전한 개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인지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좋은 목표는 없다

 

 

  저자는 나르시시즘의 기원이 된 그리스신화를 통해 병리적 이기주의 혹은 자아정체성이 결여된 개인주의의 현주소를 짚어본다외모가 출중한 미소년이었던 나르키소스는 숲의 요정 에코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로부터 벌을 받는다숲속에 있는 호수에서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였다가 그만 자신의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게 된 것이다그는 호수에 비친 자기의 모습과 이미지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아를 잃어버리고 죽음을 맞이한다저자는 나르시시즘은 진정한 개인이 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으로가부장적 질서로부터 해방된 개인이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에게로 후퇴하여 집착하게 된 현대인의 병리적 이기주의와 닮았다고 설명한다또 피상적인 인상과 이미지에 전례 없이 몰두하고 있는 현대인이야말로 한낱 이미지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미지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와 닮았다고 지적한다우리는 그저 나르키소스가 될 것인가아니면 거울에 비친 이미지 저편에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개인이 될 것인가.

 

 

 

이 새로운 세대는 정말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가개인주의를 삶의 가치로 추구하는가삶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가개인주의는 모든 가치의 기준이 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들과도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개인주의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고 실현하는 것이지만부정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다른 사람들도 독립적인 개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상호 배려해야 한다프리드리히 니체가 멋지게 표현한 주권적 개인은 타인의 권리와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 7p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압박하고 위협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니멀 자아가 필요하다. “포위된 상태에서 자아는 다양성에 대항하여 무장한 방어적이 핵으로 수축한다정서적 균형은 미니멀 자아를 요구한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이 나를 둘러싼 환경을 최소한의 상태로 디자인하고 꾸미는 것을 뜻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니멀 자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 34p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는 흔히 이기주의와 연결하여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기주의에 관한 통념을 뒤집어엎은 이가 있었으니바로 니체다니체는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직할 뿐 아니라 이기주의 자체가 인간의 본질에 속한다고 말한다모든 인간을 이기적 개인으로 보는 것은 모든 개인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더 높은 곳에 있으려 하기 때문에 고귀한 영혼의 특성이라고도 한다이에 대해 저자는 이기적인 사람도 가난하거나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동정심을 가질 수 있듯이기주의는 결코 이타주의를 배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에는 좋은 이기주의도 있다고 설명한다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의 성장은 자기 극복의 결과이며 타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존하고 발전하겠다는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건강한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 개인주의가 아닐까생각해 볼 일이다.

 

 

 

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때 비로소 마치 하나의 보석처럼 스스로를 위해자신의 완전한 가치를 내면에 갖고 있는 그 무엇으로서 빛난다.”

개인은 자신의 주인이 될 때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며 나의 성장과 사회의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이런 관점에서 개인주의가 보편화될수록 사회는 훨씬 더 풍요롭고 건강해진다이와는 반대로 전혀 관계없는 타인이 나의 주인이 되면 나는 노예로 전락한다스스로 생각하길 멈추고 미디어에서 보이는 대로 판단하거나 개인의 취향 대신 사회의 유행에 따라 소비한다면 유행의 노예문화의 노예가 되는 셈이다. / 149p

 

 

도덕적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목적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능력이 필요하고부모나 사회적인 관습규범에 따라 타의로 주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듯 다른 사람 역시 자신의 목적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그러고 나면 우리는 타인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게 된다. / 156p

 

 

 

  저자는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경쟁을 부추기는 기형적인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발전할 여지가 있을까하는 질문에 대해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첫째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확인하는 나이는 묻지 말 것둘째는 이름을 불러줄 것이다직책이나 호칭 외에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서로가 동등한 관계임을 의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가 아니라 우리는 남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왜곡된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건강한 개인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나의 이름은 무엇이고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나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아니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이런 질문들 앞에서 끊임없이 나를 노출시킬 수 있을 때 진정한 개인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는 책의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무엇이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합니까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 2018년 유엔, BTS 멤버 RM의 연설 중에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너는 뭐든지 할 수 있고될 수 있어라는 가능성의 주문을 들으며 자라왔다이것은 이제 단순한 명제를 뛰어넘어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문제는 이 안에 함축된 함정이다개인의 선택에는 그에 따른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아주 무서운 개인주의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경험적으로는 아무 것도 가능하지 않은 시대에 과연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이것이 우리가 해결할 과제이자 개인주의의 무게다. / 228p

 

 

 

  이 책은 그간 개인주의에 관한 편견과 통념을 철저히 깨부순 책이었다개인주의는 왜곡된 자기애도 아니고타락한 이기주의도 아니다스스로 자기 삶의 진리가 되어 자신을 사랑하라는 의미이다기꺼이 개인주의자가 되어 나를 많이 사랑해주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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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기 힘든 아이 문제는 따로 있다 - 산만한 내 아이에게 필요한 실천적 인지 기능 트레이닝
미야구치 코지 지음, 이광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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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아이의 마음을 이끌어내주는 부모인가!

발달이나 학습의 지체자해폭력행위따돌림등교 거부비행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권하는 책!

 

 

 

 

  이따금 육아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주의산만극단적 이상 행동과 폭력에 가까운 거친 표현우울 증세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문제는 원인이 어디에 있냐는 것인데다수의 전문가들은 부모의 태도나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기인되는 것으로 지적하곤 한다다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정말 부모의 태도가 바뀌고 아이와의 관계만 개선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물론 아이의 정서에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부모의 역할론만 강조하다보니 모든 원인이 부모의 문제로 귀결되고 마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그렇다면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거나 또래와의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을 것인가다루기 힘든 아이 문제는 따로 있다는 바로 이러한 고민에 해답을 주고 어떻게 하면 적절한 훈련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교육이란 알지 못하는 바를 알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교육은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 마크 트웨인

 

 

 

다루기 힘든 아이를 위한 세 개의 고리

 

 

  이 책의 저자이자 정신신경의학과 전문의인 미야구치 코지는 발달이나 학습의 지체발달장애자해폭력행위따돌림등교 거부비행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이들 역시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거나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고 한다하지만 자기 행동이 번번이 심각한 결과를 불러와도 왜 그런 것인지 몰라 스스로 답답해하거나 생각대로 잘되지 않아 속상해 한다고 한다문제는 어른들이 이들의 고민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문제 덩어리’, ‘의욕이 없다’, ‘게으르다’ 등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때문에 저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아이가 보내는 사소한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비록 그 신호가 부적절하게 보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잘 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특징이나 과제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환경이나 사람에게 잘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들을 소개한다첫째는 인지 능력이 취약하여 보거나듣거나상상력 부족하고 결과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모습을 띤다는 점이다두 번째는 대인관계 능력이 취약하여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자기평가의 문제에 민감하며 융통성이 없고 돌발 상황 대처에 미약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세 번째는 신체 능력의 취약하여 자기 생각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힘 조절에 서툴거나 손재주가 없어 작업이 느려지는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특히 인지 기능이 약하면 상상력이나 시간의 감각이 약해져 지금 참으면 후에 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시험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장래 ○○이 되고 싶으니까 힘내자.’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가 어려워진다목표를 세우지 못하면 노력을 할 수 없고노력하지 않으면 무엇을 이루었다는 성공을 체험하지 못하기에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남게 된다이에 저자는 일련의 트레이닝 과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적응의 방법과 적극적인 생활의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의 트레이닝법을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나쁜 짓을 하고 반성시키기 전에 아이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할 능력이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할 능력이 있는가?’를 따져 봐야 합니다만약 그 능력이 약하다면 인지 기능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합니다.

인지 기능은 학습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흥미를 갖게 하지요사람의 기분을 파악하게 하며 사람과 대화하는 소통 능력을 키워줍니다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에 대처하는 문제 해결력’ 또한 높아집니다아이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지요. / 60p

 

 

사람은 상대와 대화 중에 상대가 화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내가 미움을 받는 게 틀림없어나의 어디가 나쁜 것일까.’라고 생각합니다반대로 누군가 웃는 얼굴로 대해준다면 난 인기가 많아분명 모두 나를 좋아해!라고 상대방으로부터 알 수 있는 다양한 신호를 자신에게 피드백 합니다관계 맺음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식해 가는 것입니다그러므로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타인이 본 자신의 모습을 자신에게 피드백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71p

 

 

 




 

 

 

 

  그렇다면 아이들을 이해하고 개개인의 역량이 발휘되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저자는 ‘3개의 고리를 이어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첫 번째 고리는 아이의 개성을 인정하는 것이다서로 다른 ‘A, 본인의 특성이 존중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두 번째 고리는 아이들이 안심할 수 있는 ‘B, 지지해주는 어른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한다저자는 아이들의 적성을 알아채고 그에 맞는 기회를 주는 만들어주는 것이것이야말로 아이가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면서 아이의 의욕이나 도전하려는 마음은 가르치는 측(지원자)의 의욕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한다무엇보다 아이는 안심의 토대가 없으면 위험한 사람좋지 않은 권유나 나쁜 일에 빠져 임시방편의 안심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계속 지켜보고 있을게.”,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와줄게.”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줄 것을 조언한다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다양한 것에 도전할 수 있는 ‘C, 본인의 안전한 환경’ 역시 중요하다부모가 자녀의 의욕을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아이가 잘못하면 초조해하고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아이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호기심을 갖도록 도와주는지 부모가 먼저 스스로를 점검해볼 것을 잊지 말자.

 

 

 

아이가 달리다가 넘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아이는 울면서 어른에게 달려갑니다이같이 불안할 때는 언제나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안심의 토대가 되지요물론 성장하면 정신적인 다가감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가갈 대상이 바뀔 뿐이지 안심의 토대 역할을 그대로이지요심리학에서는 안심의 토대로부터 안정감을 얻으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 120p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이가 보내고 있는 신호에 무감각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볼 수 있었다아울러 행동이 느린 편인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줄곧 재촉함으로써 불안한 환경을 조성한 나를 반성해보게 되었다끝으로 아이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책에서 제시하는 3가지 고리를 잊지 않기로 다짐해본다누구보다도 이 책이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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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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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리숙한 인간이 내재된 모순을 극복하고 삶과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희비극!

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 전체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고전!

 

 

 

오색의 베일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 셸리

 

 

 

  키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술을 바르르 떤다중국식 창문의 하얀 손잡이가 은밀하게숨죽인 채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 것은 그녀의 착각이었을까홍콩 총독부 차관보인 찰스 타운센드와 몰래 사랑을 나누고 있던 키티는 그럴 리 없다고 믿으면서도 남편인 월터가 훔쳐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불안을 느낀다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관능적인 미소로 그녀에게 파고드는 찰스의 매력에 이내 두려움 따윈 밀어두기로 한다.

 

 

 

  사실 키티는 일찍이 자신의 야심을 딸에게 투영하기 시작한 어머니 곁에서 자라나 장차 아름다운 여자로서 눈부신 결혼을 하는 미래를 꿈꾸었다그런데 스물다섯이 되는 해까지 이렇다 할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고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정부에 소속된 세균학자에게 도피하듯 결혼하게 되었다안타깝게도 월터는 자의식이 강한 데다 건방진 우월감과 차가움을 뛰어난 자제력으로 포장시킬 줄 아는유머 감각이라고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남자였다게다가 결혼과 함께 홍콩에 오게 된 키티에게 있어 특별히 주목받는 위치라고 볼 수 없는 남편의 직업은 곧 식민지 총리가 될 애인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하기 짝이 없었다무엇보다 예의 바르고 상냥한 미소라는 가면을 쓴그 외에는 이렇다 할 매력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다운센드의 아내라니키티는 혹여 월터에게 자신의 불륜을 들킨다 하더라도 찰스가 자신에게 푹 빠져있다는 사실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두려울 게 없었다.

 

 

 

가스틴 부인은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키티에게 모든 애정을가혹하고 효과적이며 타산적인 애정을 쏟아부었다그녀는 야망을 꿈꾸었다그녀가 딸에게 바라는 결혼은 그럭저럭 괜찮은 결혼이 아니라 눈부신 결혼이었다.

 

키티는 장차 아름다운 여자가 될 거라는 말을 듣고 자란 데다 어머니의 야심을 간파하고 있었다어머니의 야심은 그녀 자신의 욕망과도 부합했다. / 37p

 

그가 창피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머지않아 그가 좀처럼 자기 자신을 느긋하게 풀지 못하는 불행한 불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자의식이 너무 강했다연회장에서 모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도 월터는 절대 그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다. / 54p

 

 

 



 

 

 

 

  하지만 그날의 착각은 더 이상 착각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월터가 키티에게 그녀의 불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노라 선언한 것이다그는 콜레라가 창궐한 메이탄푸에 책임자로 자원했으며 그녀에게 함께 갈 것을 강요한다만약 함께 가지 않는다면 간통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면서심지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찰스조차 그녀가 남편을 따라감으로써 조용히 자신들의 부정이 무마되기를 바라자이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녀는 낙담한 채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메이탄푸로 향한다.

 

 

 

  성벽의 총안 너머 역병의 무시무시한 손아귀에서 신음하는 도시하루에도 백 명은 좋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길거리에서 시체를 마주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 곳. “위험하단 말이오이건 미친 짓이야자살 행위라고.” “그래서 먹는 거예요.” 요리사가 만들어 내온 샐러드를 맛보는 키티창백해진 얼굴로 이내 자기 몫으로 나온 샐러드를 함께 먹기 시작하는 월터의 모습마치 죽음을 유혹하듯 매일 샐러드를 먹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역병에 대한 공포로 두려워하면서도 자괴감과 사랑의 상처 그리고 월터를 향한 악의로 죽음과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한 키티자신을 배신한 아내와 그런 아내를 사랑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월터의 화해될 수 없는 감정을 이처럼 기괴한 장면으로 연출해낸 작가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의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라니키티는 정체불명의 두려움에 휩싸였다출입이 통제된 도시 건너편 죽은 선교사의 집에서 그들은 세상과 한없이 동떨어진 것만 같았다세 명의 외로운 인간들그들은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다. / 135p

 

 

모르겠습니다당신 곁에 다가가는 것이 소름 끼칠 만큼 당신이 그를 반감으로 가득 채웠는지그가 사랑에 불타오르면서도 어떤 이유 때문에 그것을 내색하지 않기로 작정했는지당신들이 이곳에 자살하러 왔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 155p

 

 

 

  그런데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키티를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다특히 안정된 삶을 버리고 헌신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돕는 수녀들의 숭고한 정신은 그녀를 감동시킨다동료들이 질병과 빈곤향수병으로 하나둘 죽어 가는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쾌활하고 단단한 마음을 잃지 않는 수녀들은 그녀로 하여금 이제껏 자신의 삶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이었는지 반성하게 한다이제 그녀는 작은 건물의 계단 위에 앉아서 넘실대는 강물과 병마에 시달리는 도시를 향해 구불구불 뻗어 난 길을 바라보며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 전체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서머싯 몸은 어리석고 불완전한 인간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작가인 게 분명하다키티는 월터에게 속되고 천박했던 자신의 과거와 그녀 자체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며 용서를 구하지만월터는 결국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월터가 죽기 전에 남긴 죽은 건 개였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은화해하기를 거부하고 끝내 자멸하고 마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뿐만 아니라 키티가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홍콩에서 옛 연인 찰스와 다시 한 번 육체관계를 맺으며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장면은 인간의 나약함과 인생의 아이러니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색의 베일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소설 도입부에 인용된 셸리의 시처럼작가 서머싯 몸은 온갖 오색 베일을 에두르고 있는 이들 인간에게서 이성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충동어리석음이중성불완전함과 같은 진짜 본 모습을 들여다본다.

 

 

 

().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누구는 위스키에서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것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 236p

 

 

난 이런 의문이 듭니다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한갓 환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 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그들이 그린 그림그들이 지은 음악그들이 쓴 책그들이 엮은 삶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입니다.” / 268p

 

 

 

  이처럼 인생의 베일은 한 어리숙한 인간이 내재된 모순을 극복하고 삶과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희비극이다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인 키티뿐만 아니라 월터찰스가스틴 부인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에게서 저마다의 방식에 따라 인간의 이중성과 속물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이는 독자로 하여금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어쩌면 작가는 이것이 나를 비롯해 누구에게나 내재된 인간의 굴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이 작품은 케이크와 맥주와 더불어 읽는 재미는 물론 고전의 의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서머싯 몸의 작품을 기웃거리고 있을 예비 독자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추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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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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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결코 이란 마침표는 없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

 

 

  저자 유시민은 “20세기는 태양 아래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은 역사의 시간을 체감하기에 좋은 100년이었다그토록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생겨난 100년은 없었다.”고 책에서 서술한다희망과 변혁새로운 사상과 발명갈등과 전쟁… 20세기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토록 다변적이고 복잡했던 시기가 또 있을까 싶다드레퓌스 사건부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까지 모든 사건이 너무나 극적이었고 경쟁하듯 편을 가르던 시기였다인간 이성의 힘을 믿지만 생물학적 본능의 한계로 스스로 절멸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시기였다때문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20세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새로운 역사적 과업을 부여받았지만이로 인해 야기된 내전기후위기 그리고 핵전쟁 등의 문제 앞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낙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나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진 그 모든 장면들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세기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유시민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읽어낸 책이다사라예보 사건러시아 혁명대공황팔레스타인베트남 전쟁 등 20세기에 일어난 이 굵직한 사건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촉발되었으며 각 사건에 담긴 쟁점과 의미는 무엇인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언뜻 보면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각 사건들이 20세기 역사 안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20세기 세계사의 포문을 연 것은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저자는 군부의 전횡과 사법제도의 결함을 드러낸 20세기 역사상 아주 중요한 장면 중의 하나로 이 사건을 꼽는다.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이름은 적국 독일에 군사 기밀을 넘겨줬다는 누명을 쓴 장교 드레퓌스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신문은 용의자의 신분을 프랑스군 장교가 아닌 유대인 대위라 썼고재판을 하기도 전에 반역자로 규정했다아무도 죄인 드레퓌스에게 내려진 판결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고시간이 흐르자 대중은 그를 잊었다하지만 훗날 이 사건은 정당과 국회언론과 시민사회국민 전체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정치적 투쟁의 소용돌이로 변화했다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드러낸 피카르 중령작가 에밀 졸라의 선언창간 직후부터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을 끈질기게 추적한 <로로르신문과 운영자 클레망소언론의 선동과 반유대주의자의 집단 광란을 이성의 힘으로 이겨낸 시민들프랑스의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재심 요구파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한 세계의 지식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저자 유시민은 이를 가리켜 인간이 어리석고 때로 기괴하지만 지적 재능과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한 사건이자,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린 사건이며 지식인과 언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사건이라 평가한다.

 

 

 

나는 최후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더욱 강한 확신으로 거듭 말씀드립니다진실이 전진하고 있으며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오늘 나의 행위는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앞당기기 위한 혁명적 수단일 뿐입니다나의 불타는 항의는 영혼의 외침입니다. (에밀 졸라) / 31p

 

 

19세기가 끝날 무렵엄청난 자본을 축적한 거대한 기업이 출현했다그 기업들이 대량으로 생산한 상품을 전부 소화하기에는 국내 소비시장이 너무 작았다대량생산을 뒷받침할 원료를 나라 안에서 다 구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산업국가의 자본가들은 더 넓은 시장과 더 값싸고 풍부한 원료를 찾아 나라 밖 세계 곳곳으로 달려갔다그들은 돈의 힘으로 정부를 쥐락펴락했고 정부는 부국강병’ 경쟁에서 뒤질세라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식민지를 둘러싼 자본주의 열강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경제적 결정론을 신봉한 사회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그렇게 진단했다하지만 그것이 그리 단순한 현상은 아니었다. / 64p

 

 

레닌과 볼셰비키는 구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았다구체제는 스스로 무너졌고주인 없는 권력을 그들이 집어 들었을 뿐이다혁명의 적은 탄압이 아니라 개혁이다필요한 개혁을 제때 하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 99p

 

 

 




 

 

 

 

  책은 이렇게 드레퓌스 사건을 시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된 사라예보 사건’, 인류 역사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을 일으켜 20세기 세계사의 경로를 바꾼 레닌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제도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어냄으로써 파시즘을 양산한 대공황’,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한 홍군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게 된 대장정’ 등과 같은 거대한 사건들을 간결하면서도 읽기 쉽게 설명한다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접근하기 까다로운 팔레스타인’ 문제를 비롯해 우리나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베트남 전쟁의 그림자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점이 인상 깊다또 말컴 엑스를 통해 뿌리 깊은 인종 갈등 문제와 미래를 함께 조망하고 핵무기’ 편을 통해서는 냉전으로부터 비롯된 과학기술 발전의 명암을 진단함으로써 그에 따르는 책임의식을 촉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전쟁이 바로 정치이며 전쟁 자체가 정치성을 띤 행위라는 뜻이다그러나 전쟁은 일반 정치가 아니라 정치적 특수 수단의 연장이다전쟁은 특수하기 때문에 군대와 전략 전술공격과 방어 같은 특수한 조직과 방법과 과정을 지닌다전쟁에서 이기려면 심층적 정치동원을 이루어야 한다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군인과 인민에게 알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치 강력을 명확하게 세워 말전단포고문신문연극영화학교민중단체간부 요원을 통해 전국의 민중을 심층 동원하면 무기의 열세를 비롯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마오쩌둥) / 152p

 

 

이스라엘 건국은 곧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략이었다유럽 유대인은 2천 년 동안 혹독한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본 유럽·미국의 기독교인과 정부가 시오니즘운동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사정도 이해할 만하다자신의 국가를 세워 안전한 삶을 도모하려 한 유대 민족의 동기도 정당하다그러나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을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 221p

 

 

우세한 무기와 운송수단을 먼저 확보한 유럽인은 지구의 모든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피부색과 신체 특성을 기준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인종 집단’ 사이에 타고난 능력의 우열이 있다는 관념을 형성했다신을 들먹이거나 과학을 빙자해 외모가 다른 인종 집단을 죽이고 착취하고 차별했다그러나 인종은 실체가 없는 가상의 관념이다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인간은 유전자가 99.9% 이상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302p

 

 

 




 

 

 

 

  두 차례의 세계대전대공황홀로코스트사회주의혁명… 20세기의 대사건들은 모두 지나갔다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소말리아의 내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과학기술의 발달은 무한한 변화의 희망을 예고하지만 핵과 기후위기 같은 종말의 두려움까지는 지워내지 못하고 있다. 20세기의 대사건들이 그러했듯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하고왜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를 직시하게 한다개인적으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과 더불어 모쪼록 이 책이 많은 이들특히 21세기를 살아갈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역사에 결코 이란 마침표는 없음을 우리가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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