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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를 권하다 -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5
이진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개인주의에 관한 편견과 통념을 철저히 깨부순 책!
현재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철학적 질문들을 마주하게 하는 인생명강!
“한국의 자유주의자는 미국의 공동체주의자보다 훨씬 더 공동체주의적이며, 미국의 공동체주의자는 한국의 자유주의자보다 훨씬 더 자유주의적이다.” 『개인주의를 권하다』의 저자인 이진우 교수는 ‘한국은 개인이 없는 사회’라고 진단한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근대사회에 비해 개인화되었음에도 ‘진정한 개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넌 너무 개인주의적이야!’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데도 개인주의의 병폐를 미리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 혹은 개인주의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다 일단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를 권하다』란 제목의 첫 느낌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그동안 개인주의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개인주의란 “개인의 능력과 소질을 최대한으로 높여 완전한 개인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우리 사회는 ‘나는 개인주의자다’라고 개개인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역설적이게도 ‘개인주의의 확산’이야말로 사회의 개인화로 인해 비롯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화가 현대화의 필연적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 책은 개인주의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완전한 개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인지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좋은 목표는 없다
저자는 나르시시즘의 기원이 된 그리스신화를 통해 병리적 이기주의 혹은 자아정체성이 결여된 개인주의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외모가 출중한 미소년이었던 나르키소스는 숲의 요정 에코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로부터 벌을 받는다. 숲속에 있는 호수에서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였다가 그만 자신의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게 된 것이다. 그는 호수에 비친 자기의 모습과 이미지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아를 잃어버리고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는 나르시시즘은 진정한 개인이 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으로, 가부장적 질서로부터 해방된 개인이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에게로 후퇴하여 집착하게 된 현대인의 병리적 이기주의와 닮았다고 설명한다. 또 피상적인 인상과 이미지에 전례 없이 몰두하고 있는 현대인이야말로 한낱 이미지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미지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와 닮았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그저 나르키소스가 될 것인가, 아니면 거울에 비친 이미지 저편에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개인이 될 것인가.
이 새로운 세대는 정말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가? 개인주의를 삶의 가치로 추구하는가? 삶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가? 개인주의는 모든 가치의 기준이 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들과도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주의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고 실현하는 것이지만,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독립적인 개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상호 배려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멋지게 표현한 ‘주권적 개인’은 타인의 권리와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 7p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압박하고 위협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니멀 자아’가 필요하다. “포위된 상태에서 자아는 다양성에 대항하여 무장한 방어적이 핵으로 수축한다. 정서적 균형은 미니멀 자아를 요구한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이 나를 둘러싼 환경을 최소한의 상태로 디자인하고 꾸미는 것을 뜻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니멀 자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 34p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는 흔히 이기주의와 연결하여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기주의에 관한 통념을 뒤집어엎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니체다. 니체는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직할 뿐 아니라 이기주의 자체가 인간의 본질에 속한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을 ‘이기적 개인’으로 보는 것은 모든 개인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더 높은 곳에 있으려 하기 때문에 고귀한 영혼의 특성이라고도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기적인 사람도 가난하거나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동정심을 가질 수 있듯, 이기주의는 결코 이타주의를 배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에는 좋은 이기주의도 있다고 설명한다.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의 성장은 자기 극복의 결과이며 타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존하고 발전하겠다는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건강한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 개인주의가 아닐까, 생각해 볼 일이다.
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때 비로소 “마치 하나의 보석처럼 스스로를 위해, 자신의 완전한 가치를 내면에 갖고 있는 그 무엇으로서 빛난다.”
개인은 자신의 주인이 될 때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며 나의 성장과 사회의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개인주의가 보편화될수록 사회는 훨씬 더 풍요롭고 건강해진다. 이와는 반대로 전혀 관계없는 타인이 나의 주인이 되면 나는 노예로 전락한다. 스스로 생각하길 멈추고 미디어에서 보이는 대로 판단하거나 개인의 취향 대신 사회의 유행에 따라 소비한다면 유행의 노예, 문화의 노예가 되는 셈이다. / 149p
도덕적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목적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부모나 사회적인 관습, 규범에 따라 타의로 주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듯 다른 사람 역시 자신의 목적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타인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게 된다. / 156p
저자는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경쟁을 부추기는 기형적인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발전할 여지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확인하는 나이는 묻지 말 것, 둘째는 이름을 불러줄 것이다. 직책이나 호칭 외에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서로가 동등한 관계임을 의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가 아니라 ‘우리는 남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왜곡된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건강한 개인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나의 이름은 무엇이고,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 나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 앞에서 끊임없이 나를 노출시킬 수 있을 때 진정한 개인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는 책의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합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 2018년 유엔, BTS 멤버 RM의 연설 중에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너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될 수 있어”라는 가능성의 주문을 들으며 자라왔다. 이것은 이제 단순한 명제를 뛰어넘어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문제는 이 안에 함축된 함정이다. 개인의 선택에는 그에 따른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아주 무서운 개인주의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경험적으로는 아무 것도 가능하지 않은 시대에 과연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것이 우리가 해결할 과제이자 개인주의의 무게다. / 228p
이 책은 그간 개인주의에 관한 편견과 통념을 철저히 깨부순 책이었다. 개인주의는 왜곡된 자기애도 아니고, 타락한 이기주의도 아니다. 스스로 자기 삶의 진리가 되어 자신을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기꺼이 개인주의자가 되어 나를 많이 사랑해주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