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적정 거리 심리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6
권수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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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포케라는 철학 개념으로 접근한 대화의 기술!

서로의 욕구와 느낌이 공평하게 존중될 때 비로소 무너진 관계가 회복되고 건강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전국 대학 각 분야에서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담은 인생명강’ 시리즈그 여섯 번째 책이다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교수인 권수영 교수는 관계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를 통해 자신에 대한 자동적인 비난과 타인을 향한 즉각적인 판단을 멈추었을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관계회복 심리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포케’, ‘괄호 치기’, ‘매니저’, ‘분화’ 등 철학과 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대화법리더의 대화법가족 내에서의 대화법 등 다양한 역할 속에서 필요한 관계 맺기의 기술을 알려준다특히 건강한 마음의 거리두기를 통해타인과의 관계가 유난히 힘겹고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잃어가는 느낌이 드는 이들에게 타인은 물론 온전한 나와 관계를 맺는 법까지 함께 제시한다.

 

 

 

관계가 버겁다면 마음의 거리두기를 하자

 

 

  이 책에서는 아주 중요한 철학 개념 하나가 등장한다바로 에포케(판단중지)’저자는 에포케야말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첫 번째 단추라고 소개한다흔히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방의 외형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또 과거에 자신이 경험한 틀에 갇혀 눈앞에 있는 현재의 사람을 쉽게 판단해버리곤 한다이럴 때 판단중지즉 자신에 대한 자동적인 비난과 타인을 향한 즉각적인 판단을 멈추게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여기(here and now)’의 경험으로 빨리 돌아오는 것최대한 지금 여기 이 공간에서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것이 바로 에포케가 의미하는 현상학적 환원이다.

 

 

 

그렇다면 비폭력이란 무엇일까한자 그대로 풀면 폭력이 아니라는 뜻이지만이것은 소극적인 정의에 불과하다적극적인 정의를 말하자면 우리 마음에서 상대방을 그것(es)으로 수단화하는 폭력이 가라앉고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성인 연민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다시 말하면 타인을 대할 때 두 겹의 관계 중 나와 너로 만나는 것이 비폭력의 시작일 수 있다. / 26p

 

 

우리가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마음의 거리두기를 익혀보자그래야 한다우리는 가족과 지인들을 가장 쉽게 판단하기 쉽다그들 잘못이 아니다그들의 본심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실지로는 진짜 그들의 존재에는 전혀 다가갈 수 없다에포케마음의 거리두기를 통해서 타인과 만날 때라야 비로소 상대방을 그것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나와 너라는 기적 같은 관계로 끌어올 수 있다나는 누구나 이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첫 번째 단추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38p

 

 

 




 

 

 

 

  그렇다면 에포케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책에서는 관찰느낌욕구부탁이라는 4가지 단계를 통해 소개한다첫 번째, ‘관찰’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이때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이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다라 한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처럼내가 그것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여부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두 번째, ‘느낌’ 단계에서는 어떤 행동을 봤을 때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세 번째, ‘욕구’ 단계에서는 내면에 어떤 바람이 있는지 찾는 것이다이때 중요한 것은 내 느낌의 책임은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내 욕구가 크기 때문이라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점이다만약 성적이 떨어진 아이와 대화를 한다면 네가 그런 식으로 공부하니까 성적이 이 모양이지!”하고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전가시킬 게 아니라, “네가 공부를 다른 방식으로 했으면 하는 엄마의 욕구가 너무 큰가 보다그래서 엄마가 자꾸 조급한 느낌이 드는구나.” 하고 느낌의 원인을 나의 욕구에서 찾는다면 서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인 부탁’ 단계는 나와 너의 관계 욕구를 서로 충족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방법이다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에게 음주를 금하는 행동 언어를 표현한다면, “여보내가 가장 바라고 원하는 일이 뭔지 알아오랫동안 당신과 건강하게 사는 일이야그런데요즘 그런 내 바람이 무너질 것 같아 너무 불안해일주일에 꼭 마셔야 하는 이틀만 미리 정해놓고 기억을 잃지 않을 정도로 음주를 하면 안 될까부탁해여보!”와 같이 자신의 욕구와 느낌을 전달하는 일부터 진심을 담아 대화해보기를 조언한다.

 

 

 

이게 바로 비폭력 대화가 이야기하는 2단계 느낌이다재차 강조하자면상대방에 대한 어떤 관계적인 욕구가 무너졌을 때 나의 내면에 생기는 감정이 더욱 중요하다이 욕구에 대한 탐색은 내 감정에 대한 책임을 어디에 묻고 있는지 세밀하게 파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우리는 감정의 책임을 모두 상대방에게 전가하느냐아니면 어느 정도의 책임을 자신에게 두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감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안기는 일을 멈추려면자신이 상대방을 향해 품고 있는 욕구를 먼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 60p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동을 금지하는 명령어에는 화자의 간절한 바람과 느낌이 전혀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렇게 적절하게 음주해달라고 긍정적인 행동 언어로 부탁할 때 오히려 상대방은 현실감을 가지고 조절력을 갖추게 된다진심을 담아 대화하는 것을 어색해하지 말자이 세상에 조금씩 꾸준히 연습해도 할 수 없는 대화란 없다. / 73p

 

 

 



 

 

 

 

  에포케를 실천하는 대화법을 비롯해 ’ 대신 어떻게로 대화하라는 조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흔히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왜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본질적으로는 왜 우는지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판단과 평가 혹은 추궁의 의미도 포함된다그러다 보니 듣는 아이의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다이때 저자는 ’ 대신 어떻게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우리가 어떻게 할까?”라는 식으로 표현하면 상대방은 판단을 덜 받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그러니 너 왜 아직까지 게임을 하는 거야게임을 끊기가 그렇게 힘들어?”하고 훈계성 지적을 할 게 아니라 아들게임을 중간에 끊기가 힘든 것 같은데엄마가 어떻게 도와줄까?” 하고 상대방의 상황을 감정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려 해보자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아들게임만 하는 아들의 이미지를 잠시 괄호로 묶어놓고 새롭게 대화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만 불편해지고 변화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우리가 진정한 관계 형성을 위해 정말 드러내고 나눠야 할 감정은 원심력 감정이 아니라 구심력 감정이다물론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마음즉 자격지심을 나누기는 절대 쉽지 않다가까운 사이일수록 솔직하게 속마음은 잘 드러내지 않는다하지만 참 자기의 속마음은 구심력 감정을 나눌 대상을 만날 때야 비로소 안전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다. / 115p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대안 허용에서는 어떤 의견이 나오든 모두 다 허용해주어야 한다결코 오답은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조직원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감각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어떤 아이디어를 냈을 때 거절당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 186p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차에서 둘째 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사탕을 흘려서 차 바닥시트에 떨어졌다그 순간 나도 모르게 !” 하고 소리를 쳤다그러자 앞자리에 앉아 있어서 상황을 미처 보지 못한 첫째 아이가 엄마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다나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사소한 일이라 무심코 별 거 아니라고 대답한 뒤 사탕을 치웠다그러자 잠시 침묵하고 있던 첫째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별 거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테니까 그냥 다 얘기해줘.”라고 하는 게 아닌가그러고 보니 나는 상당히자주 아이에게 별 거 아니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곤 했다어차피 알아듣지 못할 내용이라든지 알 필요도 없을 것 같은 말은 그렇게 흘려버렸던 것이다그런데 이런 나의 버릇이 아이의 알고 싶은 욕구를 방해하고아이와의 대화를 차단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의 핵심 요소는 당신을 공평하게 나와 똑같이 존중하겠다는 마음 자세라고 했던 저자의 말처럼 나와 너를 존중하기 위한 에포케 대화법이 나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처럼 에포케는 철학의 한 개념이지만 나와 상대방을 대등한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친밀하면 친밀할수록 더욱 습관처럼 익혀두면 좋은 기술인 듯하다서로의 욕구와 느낌이 공평하게 존중될 때 비로소 무너진 관계가 회복되고 건강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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