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의 인문학적 소양이 아이의 잠재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반드시 새겨두어야 할 귀중한 메시지들!
프랑스의 한 일간지 《르 피가로》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린 적이 있다. 학생들의 학업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실험이었는데, 뜻밖에도 ‘부모의 자세와 기초 소양’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공부에 투자한 시간도,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도, 아이큐도 아닌 바로 부모의 인문학적 소양이 아이의 학업 성적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에게만 너무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가?’ 자녀의 모든 학업 습관이나 생활 태도, 정서 등의 문제를 부모의 잘못으로만 매도하는 게 버거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만큼 아이에게 온전히 영향을 미치는 존재란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두 아이의 부모인 나는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라”던 로버트 풀검의 말처럼 나를 한 번 더 다독이고 더 분발하는 부모가 되고자 노력한다. 자녀교육서를 꾸준히 찾아 읽는 이유도 부모로서 나의 태도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수정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앞선 실험 결과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부모가 자신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려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아이도 부모를 통해 보다 긍정적인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책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부모 인문학 수업』 역시 그런 기대에서 읽게 된 책이다.
“아이는 부모가 상상하는 만큼 성장합니다.
그래서 부모에게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부모 인문학 수업』은 철학, 고전, 예술 등 인문학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와 질문들이 아이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책이다. 부모의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아이의 잠재력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책이기도 하다. 아울러 톨스토이, 괴테, 니체, 정약용, 이익 등 이른바 인문학의 대가들이 전해주는 가르침으로 하여금 부모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삶의 철학을 세우게 하고, 아이에게는 지혜로운 인격체로 성장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복수다.”
일상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결국 나와 내 아이가 보낸 하루의 합으로 완성된다.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고, 원칙을 분명히 해서 최적화된 일상을 만들고, 타인보다 나를 비판하는 자세로 모든 것을 사랑하라.
그럼에도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처음부터 사소한 인생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주어진 시간을 사소하게 소비한 대가로 사소한 인생을 살게 될 뿐이다. / 31p
아이의 시야를 부모의 시야보다 좁히는 것은 쉽지만, 반대로 아이의 시야를 부모의 시야보다 넓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아이는 부모의 안목과 견문 그리고 세계를 인식하는 범위를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그게 바로 부모가 나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모가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이, 곧 아이가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입니다. / 44p


요즘 아이들은 조기 교육과 선행 학습으로 일찍이 다양한 학습 환경을 접하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족하다고 한다. 부모가 철저히 학습 계획을 세우고 빈틈이 없는 학습 조건을 마련해주고 있지만, “네 생각은 어떠니?”라는 질문 앞에서는 주저한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타인의 의견이나 기존의 지식을 정리하는 정도의 원리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기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부모가 너무 심하게 아이 삶에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이가 혼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움직이는 시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부모의 빈틈없는 계획과 지나친 개입이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틈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시집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사상가 타고르의 아버지는 우리에게 이런 가르침을 준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책을 읽어주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잃게 되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오히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아이의 삶에 빈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모든 공간을 부모가 다 채우려 하지 마라.’ 오늘도 나는 엄마의 만족감이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생각할 틈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아이가 조잘조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을 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 알았어!” 하고 아이의 솟아오르기 시작한 지적 욕망에 찬물을 붓지는 않았나 늘 유념해둬야겠다.
“창조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과정에 충실하라. 머리에 억지로 지식을 집어넣으면 창조력이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것을 기억하는 게 그걸 안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과정에 충실한 사람은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게 집중하는 순간이 바로 창조의 시작이다.” / 78p
부모는 일의 중요성이 아니라 필요성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남들이 말하는 중요성이 아닌 ‘내 아이에게 그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중요성을 따라가는 사람은 타인의 생각에 의지하는 삶이고, 필요성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자기의 생각을 실천하는 삶이다. 모든 아이에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 165p
아이들은 조언을 반기지 않아요. 대신 이렇게 제안하는 것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죠.
“그걸 어디에 쓰면 좋을까?”, “다른 방법은 또 없을까?”
부모는 조언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의 제안을 통해 늘 사물의 쓰임을 생각하는 질문을 던진 아이는, 같은 공간에서도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니까요. 기억하세요. 많이 배운 아이는 자식은 쌓을 수 있지만, 지성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식의 쓸모를 알아야 지성을 갖출 수 있습니다. / 167p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시 베껴 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받아쓰기나 띄어쓰기 공부를 따로 하지 않고 시를 베껴 쓰게 한 것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어휘와 띄어쓰기,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의 공부를 봐줄 수 없을 때면 시 베껴 쓰기를 하나 더 하게 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때울 때가 있다. 그리고 시를 다 쓴 아들의 공책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덮어버리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 아이를 기품 있게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책 역시 ‘베껴 쓰기’를 강조하고 있었는데, 이때 저자는 ‘아이가 베껴 쓰기를 하는 중간에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게 뭐지?” “네 생각은 어때?” “네가 작가라면 어떻게 쓰고 싶니?” 와 같은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언어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아이가 적으려 했던 시에 ‘소쿠리를 만들자/아주 큰 소쿠리/은하수를 담는 가장 큰 소쿠리’라는 구절이 있어 아이에게 “이렇게 큰 소쿠리를 만들어서 우린 무얼 담아볼까?” 하고 물어보았다. 그날의 시 베껴 쓰기 시간에는 모처럼 아이와 상상의 너비를 넓혀보았다. 별 것 아닌 듯해도 그 순간 소쿠리에 가득 담은 아름다운 언어들은 아이의 마음속에도 차곡차곡 쌓이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의 취미를 존중해 아들이 쓴 것을 한 번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보통의 부모는 자녀가 쓴 작은 메모와 일기조차도 검사하려든다. 자녀교육에 치밀했던 제임스 밀이 왜 아들의 글은 읽지 않은 걸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누구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자유롭게 집필하기를 바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비판에 주눅 들지 않고 아는 것을 자기의 논리대로 써나가길 원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놔둔 것이다. 아이가 쓴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것은 주입식 교육이 된다. 아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 그것을 실천하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그냥 두어라. / 124p
시인은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내 아이를 ‘시인의 감각으로, 관찰자의 눈을 가진 아이로 기르라’는 저자의 조언은 아이를 키우면서 반드시 새겨두고 싶은 말 중에 하나다.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스쳐 보내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신의 진짜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관찰자의 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보는 것만 볼 수밖에 없고,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생각하고 단념하는 걸 반복하다 보면 아예 눈을 감고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진짜 보는 법, 진짜 듣는 법, 진짜 느끼는 법의 근간이 되는 시인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건 부모 역시 시인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봐야 한다는 뜻은 아닐까. 천 개의 눈과 심장을 가진 내 아이의 타고난 감각을 열린 눈으로 바라봐주고 지지해줄 것. 모든 사람이 정문을 두드릴 때 뒤로 돌아가 뒷문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내 아이에게 시인의 감각을 길러줘야 한다. 가장 쉽게 ‘다르게 표현하기’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 하나 있다. 먼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하나를 선택하라. ‘과자’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아이에게 ‘과자’를 열 글자 이상으로 풀어 써보라고 하라. 아이들은 의외로 굉장히 세심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아마 어렵지 않게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것’,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이름’ 등을 생각해낼 것이다. 아이는 원래 세심한 감각을 타고났다. 부모가 그걸 방치하고 단련해주지 않았을 뿐이다. 하루에 10분 이상 ‘다르게 표현하기’를 삶에서 실천해보라. 곧 시인의 감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 282p
인문학 교육의 열 가지 지침
①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② 공부는 공부하는 사람이 주도하게 한다.
③ 서둘지 말고, 때를 기다린다.
④ 공부의 시작은 겸손이다.
⑤ 부모가 직접 숙제를 낸다.
⑥ 배운 것을 나누게 한다.
⑦ 아이가 좋아서 하는 일은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다.
⑧ 공부의 목적을 바로잡는다.
⑨ 왜곡된 것을 분별할 안목을 가지게 한다.
⑩ ‘지적클래스’에 변화를 주는 생각법을 교육에 적용한다. / 118p



생각하는 아이, 질문하는 아이, 시인처럼 열린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는 부모가 열어 보이는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노닐 수 있을 때 완성된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공부하는 부모만이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게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이에게 호기심과 생각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하고 있는가’, ‘비록 엉뚱할지라도 아이가 건네는 질문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가’, ‘내가 정해놓은, 세상이 원하는 답을 아이에게 정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를 좀 더 고민해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 내 앞에 선 이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가’를 더 생각하며 마주보려 한다.
근래에 읽은 자녀교육서 중에서 가장 크게 와 닿은 책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의 소양과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느끼고 있는 요즘, 읽는 내내 꼭꼭 씹어 먹는 마음으로 읽고 따라 쓰며 체화하려 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물론, 예비 부모가 될 부부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추천드린다.
